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법원이 정부와 기업의 기후대응을 둘러싼 소송에서 의미있는 결정을 잇따라 내리면서 더이상 기후대응이 '정치적 선택'이 아닌 '법적책임'의 영역으로 올라왔다고 영국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승소한 기후소송 사례를 살펴보면, △온실가스 배출을 전 과정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 △그린워싱은 소비자 기만이자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점 △기후에 대한 보호 의무가 인권·국가 책임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법원은 지난해 2월 영국 정부가 북해도의 유전과 가스전 개발을 승인한 것에 대해 '채굴 이후 연소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즉 스코프3 배출이 평가에서 제외됐다'는 이유로 승인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의 전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영국 정부는 이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인허가 기준을 재정비했다.
석탄개발사업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영국 컴브리아지역의 화이트헤이븐 신규 탄광계획은 배출량 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에 패소하면서 사업이 철회됐다. 브라질 남부에서 추진되던 대형 석탄발전소 및 탄광 사업도 시민사회로부터 소송을 당하면서 사업계획이 무산됐고, 지난해 7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에서 추진하려던 탄광확장 계획도 '전배출량 평가누락'을 이유로 무효가 됐다.
기업의 '그린워싱'도 법적 제재를 받았다. 호주의 에너지공급업체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는 9년간 운영해온 자사 탄소상쇄 상품 '고 뉴트럴'이 그린워싱으로 소송 당했다. '탄소중립' 상품으로 홍보한 것이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탄소상쇄가 탄소배출 피해를 상쇄하지 못한다는 점이 인정되며 패소했다.
프랑스에서는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스의 기후목표 홍보가 소비자에게 '화력발전을 이용하면서도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또 독일 프랑크프루트 법원은 지난해 8월 애플이 스마트워치 신제품 수익 일부를 유칼리투스 숲 보호에 지원하기 때문에 '탄소중립' 제품으로 홍보하는 것을 두고 홍보중단을 판결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그린워싱에 대한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왔다. 뉴욕주 법무장관실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육류기업 JBS가 '2040 넷제로'를 홍보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 계획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고, JBS는 110만달러(약 16억원)의 합의금을 냈다. 같은 달 육류가공식품 타이슨푸드도 실질적인 활동도 없이 기후친화적인 마케팅을 하다가 소송을 당하면서 중단했다. 기업의 '넷제로 선언'이 사회적 책임과 기후대응의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기후소송의 외연도 넓어졌다. 미주인권재판소는 지난해 7월 '건강한 기후에 대한 권리'를 인권의 일부로 해석하며 국가의 보호 의무를 강조했고, 국제사법재판소(ICJ)도 같은 달 국가가 기후시스템에 대한 위해를 방치할 경우 책임이 논의될 수 있다는 자문 의견을 냈다. 이 판단들은 이미 각국의 기후소송에서 법적 근거로 인용되고 있다.
미국 하와이에서는 청년들이 제기한 기후소송이 정부 정책변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와이주 정부는 합의를 통해 청년들의 '생존가능한 기후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교통 부문에서 2045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가디언은 "기후문제를 도덕적·정책적 논쟁이 아니라 법적책임 문제로 확장했다"며 "기후소송이 '최후수단'이 아니라 기후거버넌스를 움직이는 핵심단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2031년 이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 조항(8조 1항)에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6년 2월 28일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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