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소송 잇단 승소...기후문제가 '인권·국가책임'으로 확장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1-02 18:10:47
  • -
  • +
  • 인쇄
▲기후변화 대응 의무화 판결을 내렸던 국제사법재판소(ICJ) (사진=ICJ 홈페이지 캡처)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법원이 정부와 기업의 기후대응을 둘러싼 소송에서 의미있는 결정을 잇따라 내리면서 더이상 기후대응이 '정치적 선택'이 아닌 '법적책임'의 영역으로 올라왔다고 영국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승소한 기후소송 사례를 살펴보면, △온실가스 배출을 전 과정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 △그린워싱은 소비자 기만이자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점 △기후에 대한 보호 의무가 인권·국가 책임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법원은 지난해 2월 영국 정부가 북해도의 유전과 가스전 개발을 승인한 것에 대해 '채굴 이후 연소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즉 스코프3 배출이 평가에서 제외됐다'는 이유로 승인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의 전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영국 정부는 이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인허가 기준을 재정비했다.

석탄개발사업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영국 컴브리아지역의 화이트헤이븐 신규 탄광계획은 배출량 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에 패소하면서 사업이 철회됐다. 브라질 남부에서 추진되던 대형 석탄발전소 및 탄광 사업도 시민사회로부터 소송을 당하면서 사업계획이 무산됐고, 지난해 7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에서 추진하려던 탄광확장 계획도 '전배출량 평가누락'을 이유로 무효가 됐다.

기업의 '그린워싱'도 법적 제재를 받았다. 호주의 에너지공급업체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는 9년간 운영해온 자사 탄소상쇄 상품 '고 뉴트럴'이 그린워싱으로 소송 당했다. '탄소중립' 상품으로 홍보한 것이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탄소상쇄가 탄소배출 피해를 상쇄하지 못한다는 점이 인정되며 패소했다.

프랑스에서는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스의 기후목표 홍보가 소비자에게 '화력발전을 이용하면서도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또 독일 프랑크프루트 법원은 지난해 8월 애플이 스마트워치 신제품 수익 일부를 유칼리투스 숲 보호에 지원하기 때문에 '탄소중립' 제품으로 홍보하는 것을 두고 홍보중단을 판결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그린워싱에 대한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왔다. 뉴욕주 법무장관실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육류기업 JBS가 '2040 넷제로'를 홍보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 계획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고, JBS는 110만달러(약 16억원)의 합의금을 냈다. 같은 달 육류가공식품 타이슨푸드도 실질적인 활동도 없이 기후친화적인 마케팅을 하다가 소송을 당하면서 중단했다. 기업의 '넷제로 선언'이 사회적 책임과 기후대응의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기후소송의 외연도 넓어졌다. 미주인권재판소는 지난해 7월 '건강한 기후에 대한 권리'를 인권의 일부로 해석하며 국가의 보호 의무를 강조했고, 국제사법재판소(ICJ)도 같은 달 국가가 기후시스템에 대한 위해를 방치할 경우 책임이 논의될 수 있다는 자문 의견을 냈다. 이 판단들은 이미 각국의 기후소송에서 법적 근거로 인용되고 있다.

미국 하와이에서는 청년들이 제기한 기후소송이 정부 정책변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와이주 정부는 합의를 통해 청년들의 '생존가능한 기후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교통 부문에서 2045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가디언은 "기후문제를 도덕적·정책적 논쟁이 아니라 법적책임 문제로 확장했다"며 "기후소송이 '최후수단'이 아니라 기후거버넌스를 움직이는 핵심단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2031년 이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 조항(8조 1항)에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6년 2월 28일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결정하기도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최남수의 ESG풍향계] ESG와 AI의 충돌

인공지능(AI) 시대가 개막했다. 이제 인류의 시간은 인공지능 이전(Before AI)과 이후(After AI)로 구분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AI 기술의 발

전세계 18개 철강사 탈탄소 평가...포스코·현대제철 '최하위'

포스코·현대제철의 탈탄소 전환도가 전세계 주요 철강사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제환경단체 스틸워치는 전세계

올해부터 5월 1일 쉰다…'노동절 공휴일법' 본회의 통과

올해부터 5월 1일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다.국회는 31일 오후 본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공휴일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KT '박윤영號' 출범...취임하자 곧바로 대규모 조직개편

KT의 새로운 수장으로 박윤영 대표이사가 31일 취임하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박윤영 대표이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

6개월 월급, 6개월 실업급여..."이마트 직원급여, 사회에 떠넘겨"

이마트가 상시업무에 6개월 단기 계약을 대거 채용하고 6개월을 쉬게 한 다음에 다시 고용하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이 쉬는

KGC인삼공사 회사명 'KGC'로 변경..."종합건강식품회사로 도약"

KGC인삼공사가 오는 4월 1일부터 'KGC'로 회사명을 변경한다고 31일 밝혔다.창립 127주년을 맞아 인삼과 홍삼을 넘어 글로벌 종합건강식품기업으로 도약하

기후/환경

+

북극 빙하 사라지면...유럽·동아시아 '동시 폭염'

북극 빙하가 녹으면 유럽과 아시아의 폭염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3일 지란 장 박사가 이끈 중국 기상과학원 연구팀은 노르웨이와 러시아

美 오염부지 157곳 기후변화 취약지...독성물질 유출 위험

기후변화로 홍수와 산불이 늘면서, 미국 유해 폐기물 부지에서 독성물질 유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 감사 결과에 따르면 미 전

AI 전력수요 폭증...구글, 탄소중립 대신 가스발전 택했다

구글이 미국 텍사스의 데이터센터 중 한 곳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천연가스 발전소와 파트너십을 추진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사 구글의 '2030

변덕이 심했던 올 3월 날씨...기온과 강수 '편차 심했다'

올 3월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하며 9년 연속 '따뜻한 3월'이 이어졌다. 전반적으로 건조한 날이 많았음에도, 두 차례 많은 비로 인해 전체 강수량

[주말날씨] 벚꽃 다 떨어질라...전국 비오고 남해안 '강풍'

이번 주말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다. 특히 제주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강풍과 함께 많은 비가 예보돼 있다.비는 남해상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으

美서부 3월 폭염에 적설량 사상 최저...'수자원' 고갈 일보직전

미국 서부에 기록적인 폭염으로 눈이 급속히 녹으면서 주요 수자원 지표인 적설량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황이 기존 관측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