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재앙' LA산불...美캘리포니아 보험시장도 '위기'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1-13 15:11:18
  • -
  • +
  • 인쇄
▲대형 산불로 전소된 LA 주택과 막막한 주민(사진=A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산불로 인해 캘리포니아 보험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째 이어지는 산불로 인해 피해건물만 1만여채가 훌쩍 넘고 있는 데다, 아직도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지 못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은 지난 7일(현지시간) 태평양 해안에 인접해 있는 LA의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가장 먼저 시작돼 12일 현재까지 5일째 이어지고 있다. 계절성 돌풍 '샌타애나'가 불길을 더 확산시키면서 산불은 LA 인근 4~5곳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산불 피해면적은 156.3평방킬로미터(㎢)로 서울 면적의 4분의 1이 넘었고, 주택 등 건물 1만2000여채가 파괴됐다.

피해가 확대되면서 사후 복구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보험업계 분석가들은 전체 손실액이 아무리 낮게 잡아도 73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대형 금융사 웰스파고는 이번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약 88조416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상업용 기상예측 사이트 아큐웨더는 손실액이 약 199조원에서 최대 2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은 이번 산불로 보험 손실액이 가장 큰 보험사로 올스테이트와 처브, 트래블러스코스 등 3개사를 꼽았다. 이 3개사가 캘리포니아 주택소유자 보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특히 처브는 순자산이 많은 보험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번 화재의 주된 피해지역이 대부분 부촌이라는 점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보험사에 부담이 치중되면서 청구금액을 보상하지 못하고 파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보험시장 점유율이 일부 보험사로 몰린 이유는 최근 수년간 미국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를 '탈출'하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 보험국(CDI)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0~2022년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주에서 거부한 주택보험 계약은 280만건에 달한다. 여기엔 산불 피해가 큰 LA 카운티 지역 보험계약이 53만1000건이나 포함됐다.

캘리포니아주 주택보험의 21%를 점유하고 있던 대형보험사 스테이트팜은 지난해 5월부터 캘리포니아주 주택 보험 신규 가입과 갱신을 거부했고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에서만 7만2000개 보험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점유율이 거의 70%나 감소했다. 이밖에도 도키오 마린 아메리카 보험과 트랜스퍼시픽은 2020년부터 점차적으로 캘리포니아에 보험서비스를 축소 및 중단했다.

보험사들의 캘리포니아 기피 현상의 원인은 기후변화다. 갈수록 기상이변으로 인한 산불, 홍수, 폭풍의 발생 확률과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보상금액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을 제외하고도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피해가 큰 산불 상위 20건 중 15건이 2015년 이후 발생한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은 주택가치가 높은 반면 덤불이 우거진 산타모니카 산맥 옆에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며 "보험사가 돈을 잃지 않고는 허용 가능한 요율로 보험을 제공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 보험국(CDI)은 산불의 영향을 받은 특정지역에서 보험사가 주택소유자 보험을 취소 및 갱신하는 것을 1년간 의무적으로 유예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막대한 청구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기 위해 보험사가 보험금을 높여 갱신하거나 피해 예상 지역의 보험을 일찌감치 취소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피해 지역 주민들에 대한 구제책이지만 일각에서는 "모든 부담을 보험사가 부담하게끔 하는 정책"이라며 "보험사들이 청구 금액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면 더 많은 이들이 보험 사각 지대에 놓일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전 보험국장이자 UC버클리대학 데이브 존스 교수는 "장기적으로 우리는 화석연료와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다루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전역에서 보험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이 나라에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미래로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도 '유심' 무상교체 시행...김영섭 대표는 연임포기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기후/환경

+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기후리더십 美→中으로 전환?...10일 개막 'COP30' 관전포인트

이달 10일~21일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올해 회의의 핵심 아젠다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