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에너지기구(IEA)를 향해 탄소중립 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협박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EA 장관급 회의에서 "IEA가 1년 내 탄소중립 목표를 폐기하지 않으면 미국은 탈퇴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압박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트 장관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파괴적인 환상"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IEA에는 탄소중립이라는 비현실적 목표에 집단적으로 매몰된 사고방식이 자리 잡았다"며 "이 과정에서 실질적 성과없이 막대한 비용이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유럽 국가들을 겨냥해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위해 탄소중립 의제를 활용하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다만 미국이 실제로 IEA를 탈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하다. 라이트 장관은 "미국이 빠질 경우 중국이 기구 내 영향력을 확대할 위험이 있다"며 "탈퇴는 의도가 아니라 선택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럽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은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 역시 미국의 요구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IEA의 분석은 데이터 기반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번 장관회의에서는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IEA는 의장 명의의 요약문만 발표하며 사실상 합의 실패를 인정했다.
IEA는 1974년 석유 공급 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설립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기구로, 최근에는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주도해왔다. 특히 2030년 전후 '피크 오일(석유 수요 정점)' 도달 전망을 제시하며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예고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전망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며, 오히려 석유와 가스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이 단순한 정책 충돌을 넘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국제사회가 유지해온 탄소중립 공조 체제가 흔들릴 경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과학계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지 못할 경우, 기후 시스템의 '티핑포인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넷제로(Net Zero)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전환 속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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