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남은 국제항공 배출량 규제...정부는 '뒷짐' 항공업계는 '발동동'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1-05 10:29:09
  • -
  • +
  • 인쇄
2027년부터 2019년 배출량의 15% 줄여야
SAF공급부족에 해외인증 없는 韓탄소상쇄권


국제항공 노선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대한 국제규제가 2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마련되지 않아 항공업계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 배출량이 증가하면 2년 후 온실가스를 연간 570만톤이나 감축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이의 절반도 감축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996톤에 달했던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은 '국제항공 탄소감축·상쇄제도'(CORSIA)에 따라 오는 2027년부터 2019년 배출량의 85% 수준까지 감축해야 한다. CORSIA는 지난 2022년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2027년부터 국제항공 배출량을 2019년의 85%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이 골자다.

2019년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은 2320만톤이다. 따라서 2027년부터는 2320만톤에서 15%를 뺀 1972만톤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2023년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 1996톤과 비교하면 24만톤만 감축하면 되겠지만 2020년 이후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이 계속 증가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2년간 이 배출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0년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은 1104만톤, 2021년 1027만톤까지 급감했다. 하지만 2022년 1280만톤에서 2023년 1996만톤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ICAO 탄소배출량 추정 및 보고 도구를 기반으로 추정한 2025년 예상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은 2369만톤이다. 이 추세대로 가면 2027년에 2542만톤까지 증가한다는 것이다.

2027년에 2019년 배출량인 2320만톤의 85%인 1972만톤까지 줄여야 하는데 의무화가 시행되는 2027년 배출량이 2542만톤에 이르게 되면, 2년 내에 무려 570만톤의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문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국내에서 570만톤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ICAO는 항법 및 기체 효율화, 지속가능항공유(SAF) 도입, 탄소상쇄권 구매 등을 국제항공 배출량 저감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법 및 기체 효율화를 통해 연간 배출량의 약 0.6% 감축하고 있는데, 이를 2027년 국제항공 배출량 예상치에 적용하면 71만2800톤이다. 또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탄소상쇄권은 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센터를 통해 발급된 약 140만톤이다.

SAF의 경우, 국내에서 조달 가능한 것은 폐식용유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연료용으로 회수되는 폐식용유는 18만9500톤이다. 항공유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kg당 3.16kg이지만 폐식용유 기반의 SAF 탄소배출량은 1kg당 2.53kg이다. 항공유 배출량의 20% 수준이다. 따라서 18만9500톤을 모두 SAF로 사용했을 때 탄소저감량은 46만7680톤이다. 

항법 및 기체 효율화를 통해 감축한 71만2800톤과 SAF를 통해 확보한 46만7680톤을 합치면 118만480톤이다. 여기에 탄소상쇄권 140만톤을 합치면 258만480톤으로, 감축해야 할 570만톤의 45.3%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311만9440톤을 해외 탄소상쇄권을 사서 감축한다면 약 281억원의 비용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지난해 탄소상쇄권 평균 가격인 6.53달러(약 9000원)을 적용하면 그렇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문제로 항법 및 기체 효율화는 한계가 있고, 수소·전동화 항공기 등 무탄소 에너지원 기반 항공기체가 상용화되는 시점은 2040년 이후로 점쳐지고 있어 그동안 화석연료를 SAF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가격이 3배가량 높고, 생산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은 제도적 인센티브를 통한 생산·급유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해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 정책이 미비하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SAF 의무 사용비율을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 등으로 정하고 있다. 또 SAF를 사용하는 항공사들에게 탄소배출권 2000만개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미국은 2030년 10%, 2050년 100%를 목표로 1갤런당 최대 1.7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은 2030년 10%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고, SAF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준다. 정유사들은 SAF 투자를 위한 채권도 발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2027년 SAF 혼합 목표를 1%로 정했을 뿐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2027년까지 목표로 줄일 수 있는 탄소배출량은 약 16만톤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의 0.6% 수준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연료용으로 수거된 폐식용유는 대부분 차량용 바이오디젤로 쓰이고 있고, 대한상의의 탄소상쇄권도 ICAO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현재로선 대응 수단이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현재 국제항공 배출량은 2027년 의무화 이전 자발적으로 CORSIA에 참여한 126개국 노선만 계산된 것으로, 우리나라와 노선이 가장 많은 중국이 빠져있다"면서 "2027년부터 항로가 중국을 포함해 193개국으로 확장되면 항공업계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채굴에 인도네시아 환경 '와르르'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때문에 인도네시아 산림이 초토화되고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국제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나무가 크면 클수록 좋을까?…"토양기능은 오히려 줄어든다"

나무의 키가 클수록 산림의 문화와 생산 기능은 강화되지만, 토양 기반 생태기능은 오히려 저해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조절, 재해예방

녹색전환硏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지역 기후정책 발굴

녹색전환연구소가 지역의 기후정책 발굴을 위해 총상금 300만원 규모로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살기좋은

알래스카, 사상 첫 폭염주의보…"놀랍게도 기후변화 때문 아냐"

미국 알래스카주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경보 체계에 따라 처음으

'기후정부' 출범했는데...광역지자체 '무늬만 탄소중립' 수두룩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