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원의 ESG인사이드] ESG경영 이끄는 세가지 축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5-05-21 08:30:02
  • -
  • +
  • 인쇄

지난 5년간 ESG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기업 경영의 구조적 전환을 유도해왔다. 그 흐름을 이끈 세 가지 동인(driver)은 기술, 공시, 금융이다. 이 중 기술과 금융 사이의 소통을 매개하는 축이 바로 '공시'이며, '전략'은 이 모든 동인을 통합하는 설계자 역할을 한다.

재무제표 중심의 공시 시스템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100년간 발전해왔다. 이는 본질적으로 과거 결산 정보를 기반으로 한 체계다. 이후 새로운 금융 제도의 출현, 현금흐름의 중요성 확대, 무형자산과 ESG 요소 등 실질 가치 반영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회계 제도는 진보해왔지만, 여전히 '과거 중심 정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ESG가 기반을 다지면서 기존 공시시스템을 송두리째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위기, 인권문제, 거버넌스와 같은 고위험 이슈들이 조직의 미래에 미치는 재무적·비재무적 영향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과거의 재무제표 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글로벌 ESG 공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RI) 기준은 2000년에 첫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후, 지난 20여년간 ESG 공시의 대표적 프레임워크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투자자가 주된 정보 이용자가 된 현실 속에서, GRI의 비재무정보 기반 자율형 접근은 한계를 드러냈다. 비교가능한 재무정보 중심의 의무공시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제재무보고기준(IFRS) 재단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공시 기준과 유럽의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이 2023년에 제정되면서, ESG 공시는 비재무 중심에서 재무 중심의 공시 체계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ISSB 기준은 국제증권관리감독기구(IOSCO)의 지지와 함께 영국, 캐나다, 일본, 브라질, 싱가포르 등 주요국이 채택했거나 의무화를 추진 중이며, 지속가능성 공시의 '글로벌 기준선(Global Baseline)'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도 2024년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를 통해 ISSB 기반의 공시 기준 초안을 공개했으며, 빠르면 2026 회계연도, 늦어도 2028 회계연도부터는 의무 공시가 시작될 전망이다.

유럽의 ESRS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 속도 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강력한 ESG 공시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2024 회계연도부터 ESRS에 따라 SAP, BASF, 에어리퀴드 등 약 360여개 선도기업들이 의무공시를 시행했으며, 이들 기업은 ESG 전략을 공시와 연결해 내재화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지속가능보고서 작성 수준을 넘어, ESG가 전략 실행과 재무 성과에 직결되는 경영 요소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SG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기술·공시·금융이라는 세 축은 꾸준히 작동하고 있으며, 그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재무공시와 의무공시로의 전환 역시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지금은 ESG 전략을 다시 정의하고 재정렬할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ESG는 기술(Technology)을 통해 실행된다. 태양광·풍력 등 저탄소 에너지 기술,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후 회복력 인프라, 자원 순환 설비 등은 ESG의 핵심수단이다. 더불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기술은 탄소배출 모니터링, 공급망 추적, 인권 리스크 감지 등 ESG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보고할 수 있게 한다. ESG는 이제 '보고서 작성용'이 아니라 전략 실행과 경영 판단을 위한 실시간 의사결정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ESG 공시(Disclosure)는 100여년 만에 공시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있다. 유럽연합의 ESRS는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2028년부터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한국 등 비(EU) 기업도 의무적용 대상이다. ISSB 기준은 일반 요구사항(IFRS S1)과 기후 관련 공시(IFRS S2)로 구성되며, 한국은 이를 기반으로 한 KSSB 기준과 의무공시 로드맵을 올해 확정할 예정이다. 이는 재무제표와 지속가능성 공시의 통합공시(consolidated reporting)로 이어지고 있으며, ESG 공시는 단순한 CSR 보고를 넘어 전략–위험–성과를 연결하는 실질적인 경영 공시로 자리잡고 있다.

ESG 금융(Finance)은 자산 흐름과 자금 조달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ESG 관련 자산은 2021년 18조4000억달러에서 2026년 33조90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글로벌 전체 운용자산(AUM)의 21.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의 그린택소노미는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정의해 그린워싱 방지와 자본 배분의 기준이 되고 있으며, 한국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도입해 2030년까지 약 450조원(약 3090억달러)을 녹색금융에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도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금융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기술, 공시, 금융이라는 3대 동인은 ESG를 움직이는 축이다. 그러나 이들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 세 가지를 설계하고 통합하는 전략(Strategy)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략은 ESG의 통합 지휘체계다. 기술은 어떤 수단을 언제 도입할지를 결정하는 전략이 있어야 실행된다. 공시는 어떤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투명하게 전달할지를 전략이 설계해야 하며, 금융은 어떤 사업이 '전환' 자격을 갖추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의 로직 위에서 작동한다.

전략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이 세 가지 동인을 연결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실행 경로를 설계하는 구조적 설계도다. 이러한 통합 설계가 없다면 ESG는 선언이나 보고에 그치고 만다. 기술, 금융, 정책, 시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지속가능한 전환의 엔진이 되기 위해서는 전략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

이제 ESG는 뉴노멀 공시기준에 따라 공시와 성과에 연결된 전략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나름의 전략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구조화되지 않으면 ESG 공시와 연계되지 못하고 실효성을 잃는다. ESG 전략은 리스크와 기회에 대한 실질적 대응, 핵심성과지표(KPI), 이행 로드맵, 내부 통제 및 평가 가능성을 갖춘 실행 중심의 구조를 가져야 한다. 전략없는 ESG가 아니라, 구조화되지 않은 전략이 문제이며, 실효성 없는 전략을 바탕에 둔 ESG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글/ 손기원
 대주회계법인 부대표 / ESG TF 리더
 공인회계사·철학박사 / kiwon.son@kr.gt.com
 ESG 전략–공시–성과 진단 받아보기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CJ제일제당, 유럽 인조잔디에 '생분해 플라스틱' 공급

CJ제일제당이 유럽서 생산되는 인조잔디 충전재에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공급한다.CJ제일제당은 스웨덴 바이오소재 컴파운딩 기업 'BIQ머티리얼

남양유업, 포장재 전환 '속도'…42종 ‘지속가능성 A등급’ 달성

남양유업이 주요 제품 포장재 42종에 대해 '지속가능성 A등급' 인증을 받았다.남양유업은 사단법인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으로부터 대표 제품

"한달짜리 계약에 CCTV로 감시까지"...런베뮤 산재 '63건'

직원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오픈 이래 63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근로계약을 매달 작성하고, CCT

현대백화점그룹, 48명 임원인사..."변화보다 안정성에 방점"

현대백화점그룹이 30일 사장 1명, 부사장 2명을 포함해 승진 27명, 전보 21명 등 총 48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2026년 1월 1일부로 단행했다. 인사 폭은

SK AX, 김완종 CCO 사장으로 승진..."AX 이끌 적임자"

SK㈜ AX는 김완종 최고고객책임자(CCO)를 신임 사장으로 승진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국내 산업 전반에서 AX(AI Transformation) 확산이 본격화되고 기업들의

SKT 사령탑 교체...신임 CEO에 정재헌 사장 선임

SK텔레콤은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고 30일 발표했다.정재헌 신임CEO는 법조인 출신으로 2020년 법무그룹장으로 SKT에 합류했다. 2021

기후/환경

+

폭염에도 실내온도 6℃ '뚝'…호주에서 옥상용 냉각코팅제 개발

폭염에 실내온도를 낮을 수 있는 옥상 코팅기술이 새로 개발됐다.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은 폭염시 실내온도를 최대 6℃까지 낮출 수 있는 옥상용

[주말날씨] 단풍 보러갈 수 있을까...'가을비' 내린 후 쌀쌀

11월 첫 주말은 단풍이 물들며 완연한 가을날씨지만, 곳곳에 비가 내린 후 다시 초겨울 날씨가 오겠다.1일은 전국이 오전까지 대체로 흐리다가 오후부

“기후위기 시대, 아이 낳기 두렵다”…출산 기피하는 美 Z세대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이 미국 젊은 세대의 출산 결정까지 흔들고 있다.피유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미시간대 사회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

1분마다 1명씩 열사병으로 사망...온난화로 年54.6만명 목숨잃어

지구온난화로 전세계 인구 가운데 1분에 1명씩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난화에 따른 영향으로 90년대에 비해 23% 증가한 54만6000명의 전

섬나라 쑥대밭 만든 허리케인 '멀리사'...4일만에 괴물로 변한 이유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쑥대밭으로 만든 허리케인 '멀리사'(Melisa)가 짧은 시간에 역대급 초강력 폭풍우로 발달한 것은 '해양온난화'가 원인으로 꼽혔다.

현대차 울산 수소연료전지 공장 기공식…기후장관 "모빌리티 탈탄소화 지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에서 수소연료전지 공장이 들어선다.현대자동차는 울산 북구에 위치한 울산공장 내 수소연료전지 공장부지에서 '수소연료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