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채지역 제품 판매금지...유럽 '산림벌채법' 앞두고 회원국들 반발 확산

장다해 기자 / 기사승인 : 2025-07-08 14: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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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세계 최초로 '산림벌채법'(EUDR) 시행을 앞두고 있는 유럽연합(EU)에서 주요 회원국들이 규정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법은 벌채된 땅에서 생산된 것으로 만든 제품에 대해 유럽 시판을 금지하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중 18개 국가들은 '산림 벌채 위험'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국가들에 대해 자율 조치에 맡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18개국은 대체로 동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1990년~2020년 산림 벌채로 인해 4억2000만 헥타르(ha)의 숲이 손실됐다고 추정했다. 유럽연합 국가들이 소비하는 제품들로 인해 발생한 산림벌채가 전세계 10% 비중이고, 이 가운데 콩과 팜유가 3분의 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EU는 2023년 산림벌채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르면, 콩, 소고기, 커피, 팜유 등 그동안 산림을 훼손해온 제품을 판매할 때는 벌채된 토지에서 재배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이 법을 위반한 기업은 벌금, 불법 제품 압수, 불법 제품의 판매로 얻은 수익 압수, 공적 자금 지원에서 제외, 유럽 역내 판매 금지 등의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매출액의 최대 4%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지난 5월 EU 집행위원회는 전세계 국가를 산림 훼손 '고위험', '표준위험', '저위험'으로 구분했다. 위험도가 높을수록 검사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저위험 국가의 경우 실사 요건도 간소화된다. 러시아, 미얀마, 북한, 벨라루스 4개국만 '고위험'국가로 분류됐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은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산림 벌채율을 보여왔지만 '표준위험' 국가로 분류됐다. 미국, 중국, 호주, 캐나다 등은 '저위험' 국가로 분류됐다.

EU 회원국은 고위험국에서 수출된 제품의 9%, 표준위험국에서 수출된 제품의 3%, 저위험국에서 수출된 제품의 1%를 검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관할 당국은 미얀마(고위험국)에서 수입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중 9%를 검사해야 하고, 미국(저위험국)에서 수입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1%만 검사하면 된다. 고위험국과 표준위험국의 기업은 해당 상품이 언제 어디서 생산했는지 설명하고, 2020년 이후 벌채된 토지에서 재배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주요 EU 회원국들은 '저위험국'을 아예 법 적용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웨덴 등을 포함한 18개국은 "산림벌채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며 "산림벌채법은 EU 수출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유럽 생산자들이 규제 준수로 인한 추가 비용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상품의 경우 유럽 시장 내 완전한 추적은 극도로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집행위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미국과 무역 기업들의 항의로 정책 시행을 지난해에서 올해말로 1년 연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경우 2025년 말부터, 중소기업의 경우 2026년 6월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산림 파괴가 심각한 국가들을 고위험이 아닌 '표준 위험'으로 분류한 것부터가 법이 실효성이 없다는 증거라며 경고하고 있다. 노르웨이 열대우림재단(RFN)의 토에리스 예거 이사는 "2024년 열대우림 손실의 42%를 차지한 브라질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위험 국가로 평가되지 않은 것은 도저히 믿기 어렵다"고 했다.

독일 개발 및 지속가능성 연구소(Idos) 장 카를로 로드리게스 박사는 "유럽 산림벌채법은 후퇴됐다"며 "유럽 회원국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산림 벌채 없는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세계적인 노력에 제동을 걸고, 환경보호 조치를 약화시키려는 세력에게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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