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학교숙제?..."원자력으로 계산기만 쓰는 격"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6 16:06:36
  • -
  • +
  • 인쇄

인공지능(AI)의 탄소배출량이 모델 및 질문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 수준에 따라 최대 6배, AI 모델 수준에 따라서는 최대 50배까지도 차이난다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대학 연구팀은 14개의 대규모 언어모델(LLM) AI 시스템에 주관식과 객관식 질문을 모두 제시해 시험한 결과, 복잡한 질문은 간결한 질문보다 최대 6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보고했다.

같은 질문에 답할 때도 더 많은 추론능력을 갖춘 '스마트' LLM은 더 간단한 시스템보다 에너지 집약적이고, 탄소배출량도 최대 50배에 이른다. 이를 두고 연구 제1저자인 막시밀리안 다우너 뮌헨대학 박사과정 연구원은 "뇌의 신경망과 비슷하다"며 "뉴런 연결이 많을수록 질문에 답하기 위해 더 많은 생각을 하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AI 프롬프트의 각 단어는 '토큰ID'라는 숫자 집합으로 나뉘고, 축구장보다 거대한 데이터센터로 전송된다. 그곳에서 여러 대의 대형컴퓨터가 수십 번의 빠른 계산을 통해 답변을 생성한다. 미국 전력연구소(EPRI)의 추산에 따르면 이 과정에 드는 에너지는 구글검색의 최대 10배에 이른다. 더욱이 데이터센터의 대부분은 화석연료로 가동된다.

또 복잡한 질문의 에너지 소모량이 큰 이유 중 하나는 많은 AI 모델이 설명을 길게 하도록 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팀은 AI가 예의를 갖추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용자가 '부탁드립니다'나 '감사합니다'라고 정중하게 말하면 답변이 더 길어지고, 각 단어를 생성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다우너는 사용자가 AI모델과 소통할 때 답변 길이를 한두 문장으로 제한하거나, 설명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명시하는 등 보다 직설적인 답변을 요구할 것을 제안했다.

AI회사 '허깅페이스'(Hugging Face)의 기후책임자 사샤 루치오니는 모든 AI 모델이 동일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사용자는 특정 작업에 맞는 작업별 모델을 선택할 것을 제안했다. 또 가능하면 간단한 작업은 온라인 백과사전이나 계산기 등 기본 도구를 쓸 것을 권장했다.

가령 매일 복잡한 코딩 문제를 해결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면 코딩에 적합한 AI 모델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고등학생이 숙제를 AI에 의존하는 것은 마치 원자력으로 디지털 계산기만 쓰는 격이라고 루치오니는 꼬집었다.

다우너 또한 "같은 업체가 만든 AI여도 모델마다 추론 능력이 다를 수 있다"며 필요에 가장 적합한 기능이 무엇인지 조사할 것을 권했다.

한편 연구팀은 AI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나타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소비량이 사용자의 지역 에너지망 접근성과 AI모델 실행에 사용되는 하드웨어에 따라서도 에너지 소비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샤올레이 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캠퍼스 전기컴퓨터공학과 조교수는 "많은 AI회사는 에너지 소비량에 대한 정보는커녕 에너지 소비량 추정에 도움이 되는 서버 크기나 최적화 기술과 같은 세부 정보도 공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렌 교수는 "AI가 평균 얼마나 많은 에너지나 물을 소비하는지 단정지을 수 없다"며 각 모델을 개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다우너는 AI 회사가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각 프롬프트와 관련된 탄소 배출량을 공개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AI의 평균 (환경적) 비용을 알게 된다면, '심심하다고 챗GPT에 농담을 해야 할까?'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프론티어스 인 커뮤니케이션'(Frontiers in Communication)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