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짓는 시기가 임박해지자, 산업계와 기후단체가 저마다 입장표명을 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산업계는 산업경쟁력이 악화된다는 이유를 앞세워 2018년 대비 48% 감축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기후단체들은 최소 국제사회가 권고하는 61% 감축안을 설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2035 NDC'를 주관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당초 4개안을 제시했다.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8% 감축하는 안 △온실가스를 53%로 감축하는 안 △ 온실가스를 61% 감축하는 안 △온실가스를 65% 감축하는 안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기후부는 53%안과 61%안을 놓고 최종적으로 저울질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산업계는 막판까지 '48%안'을 고집하는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철강협회, 한국화학산업협회, 한국시멘트협회, 대한석유협회, 한국비철금속협회, 한국제지연합회, 한국화학섬유협회 등 8개 협회는 지난 4일 공동건의문을 통해 "최근 국내 제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 주요국 관세 인상, 내수침체 장기화 등 국내외 환경 악화로 수익성 저하와 경영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기후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2035 NDC 감축 시나리오(안)과 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은 산업 경쟁력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저울질하는 53%안과 61%안을 모두 철회하라는 얘기다.
일견 산업계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재생에너지도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담은 '2030 NDC'도 목표를 달성할지 불투명한 마당에 이 목표를 더 높이는 것이 현실성이 있느냐는 문제제기다. 그래서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 수준의 NDC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단지 기업의 노력만으로 되느냐, 정부의 재정지원과 인프라 확충 그리고 제도개선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정부에 묻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공약으로 '에너지고속도로'을 내걸었던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분산에너지 전력망을 비롯해 새로운 전력산업의 모델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10% 수준인데 현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7%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기업의 전력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전력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게 정부의 기조다. 국민의 61.7%도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60%를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정부가 산업계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48%안'으로 설정했다고 치자. 각국의 NDC를 심사하는 유엔에서 48% 감축목표를 담은 우리나라의 '2035 NDC'를 선뜻 수락할까? 장담컨데 100% 반려된다. '2030 NDC'를 제출할 때도 당시 문재인 정부는 35% 감축목표를 담은 내용을 제출했다가 반려당했다. 그래서 정부는 부랴부랴 목표를 40%로 상향 조정한 NDC를 제출했다. 당시에도 산업계는 '35%가 높다'며 반대했다. 그때 정부는 NDC를 40%로 상향하면서도 산업계는 14.5% 감축목표를 유지시켰다.
소위 굴뚝기업들과 다르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관련기업이나 기후테크 기업들은 최소 61% 이상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그래야 전력시장 개혁을 통해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될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강력한 차세대 성장동력이 창출된다고 보고 있다. 기후테크와 분산형 에너지 시장 그리고 전력IT나 디지털융합같은 첨단산업들이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다못해 퇴보한 상태기 때문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가 '정보화고속도로'를 구축하면서 집집마다 인터넷을 연결하는 랜선이 들어왔다.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빨랐다. 온라인게임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된 것도 이런 인프라 덕분이었다. 게임유저가 늘면서 PC방이라는 게 생겼다. PC가 잘 팔렸다. 포털이 생겨났고, 전자상거래가 태동했으며, 전자정부가 구축됐다. '벤처'라는 새로운 산업군도 형성됐다. 우리는 'IT강국' 'IT코리아' 위상을 얻었다. 물론 그늘도 있었다. IT가 발달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일자리들이 많이 생겼다. '일자리의 세대교체'가 일어난 셈이다.
이제 또다시 격동기에 들어섰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나선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에너지고속도로는 단지 전력만 공급하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에너지 인프라를 따라 특화 산업단지가 생기고, 기업들이 입주하면 일자리가 생긴다. 이 에너지 인프라들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구축되니, 지역경제까지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가 국립대를 활성화시키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AI강국'으로 가는 길이다. 그 길에 '61%'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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