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경칼럼] 또 먹통...국가 'IT자원' 행안부 관리가 맞나?

윤미경 발행인 / 기사승인 : 2025-09-30 09:29:58
  • -
  • +
  • 인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를 소화수조에 담아놓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가의 행정전산망이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의 모든 자원을 통합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NIRS)의 화재 때문이다. 이 화재로 647개에 달하는 국민서비스는 완전히 먹통이 됐다. 정부기관 홈페이지는 마비됐고, 국민서비스와 연계돼 있는 서비스들도 차질을 빚었다. 본인확인 서비스도 안되고, 부동산 거래신고도 온라인으로 하지 못했다. 다급한 사람들은 관할 관청이나 구청, 주민센터로 동동거리며 뛰어다녀야 했다. 디지털 사회가 한순간에 아날로그 사회로 회귀해버렸다. 

'모두의 AI'를 부르짖고 있는 시국에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화재의 원인은 경찰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노후화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리튬이온 배터리는 무정전전원장치(UPS) 내에 탑재된 것으로, 2014년 8월에 납품돼 10년 사용연한에서 1년이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작업자들은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 있던 UPS용 배터리를 서버와 분리시키기 위해 지하로 옮기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 배터리 1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배터리 전원을 차단한 다음에 작업을 한 것인지,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쇼트가 난 것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앞서 두번의 작업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세번째 이전 작업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므로 사람의 실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정이다. 실제로 전원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고 케이블을 분리하게 되면 쇼트가 발생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잘잘못은 경찰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되는 것은 화재가 왜 발생했느냐가 아니라, 화재가 발생했는데 왜 전산망이 먹통이 되느냐였다. 국가전산망은 우리나라 모든 자원이 모여있는 심장부이기 때문에 화재뿐만 아니라 지진 등 천재지변이 발생해도 멈춰서는 안되는 곳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지리적으로 떨어진 곳에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해놓는 것이다. 대전에 있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문제가 발생하면 광주나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 이를 그대로 이어받아 가동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재해복구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실시간 미러링 방식으로 가동돼야 할 재해복구시스템을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탓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게다가 국가전산망 먹통 사태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지난 2023년 11월에도 정부24 등 189개 행정정보시스템이 마비됐다. 당시 감사원의 감사에서도 노후장비를 제때 교체하지 않았고 장애에 대한 대응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보안소프트웨어도 제때 패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국고보조금 통합관리하는 서버나 우체국보험 콜센터 등 9개 서버는 다중화 구성이 미비했고, 정부24와 국가법령정보포털 등 56개는 재해복구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로부터 불과 2년밖에 안지났는데 또 먹통이 된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만약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받아들여 서버 다중화를 구성하고 재해복구시스템을 가동시켰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화재로 전소된 96개 서버뿐 아니라 다른 서버들까지 수일이나 먹통이 되는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전자정부 로드맵에 따라 각 부처별로 흩어져있던 정부자원을 통합관리하기 위해 2005년 11월 '정부통합전산센터' 명칭으로 출범했다. 행정효율을 높이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이 센터는 출범 초기에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하는 방향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IT기술과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과 전문성 때문에 정보통신부를 소관부처로 결정했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보통신부를 해체됐고, 이 과정에서 정부통합전산센터는 행정자치부 소속으로 직제가 개편된 것이다. 그 당시에도 IT를 잘 모르는 부처가 IT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행안부는 정부 행정을 총괄하는 곳이므로 전산자원의 전문성이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국가전산망 유지보수에 필요한 예산을 매년 싹뚝싹뚝 잘라버리고, 사용연한이 지나서 폭발 위험이 있는 배터리를 더 사용하게 만들었지 않나 싶다. 과거 네트워트 장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한 것도 같은 배경이었다. 이후 감사원에서 시스템 이중화나 재해복구시스템 가동을 하라고 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 그 결과, 또다시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를 초래했다. 이쯤되니 '행안부에게 국가전산자원 관리를 계속 맡겨도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우리금융 지속가능보고서, 美LACP 뱅킹부문 ESG경영 '대상'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6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세계적인 권위의 '2024/25 LACP 비전 어워드' 뱅킹 부문 대상(Platinum)을 수상했다고 6일 밝혔다. '

[최남수의 ESG풍향계] 'ESG 공시' 이대로는 안된다

지난 5년동안 말만 무성했던 지속가능성(ESG) 공시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열린 제4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ESG 공시

정부의 설익은 '전환금융'…고탄소 배출기업들 '대략난감'

정부가 지난 25일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 확대방안을 발표하며 '전환금융'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정작 전환금융의 구체적 규모와 세부 집행계획을

대한항공 1년새 '운항 탄소배출' 42만톤 줄였다

대한항공의 '운항 탄소배출량'이 1년 사이에 42만톤 줄었다. 42만톤은 승용차 10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운항 탄소배출'은 항공기 연

LS머트리얼즈, 글로벌 ESG 평가 '실버' 등급 획득

LS머트리얼즈가 글로벌 ESG 평가에서 '실버' 등급을 획득했다고 26일 밝혔다.실버 등급은 전체 평가대상 기업 가운데 상위 1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회사

삼성전자 '자원순환' 확장한다..."태블릿과 PC도 재활용 소재 사용"

삼성전자는 갤럭시S 스마트폰뿐 아니라 갤럭시워치와 태블릿PC, PC 등 모든 모바일 기기에 1가지 이상의 재활용 소재를 사용할 계획이다. 오는 3월 11일

기후/환경

+

녹색전환(K-GX) 세부과제 만드는 '범정부 실무반' 가동

대한민국 녹색 대전환의 청사진 'K-GX(Green Transformation)' 전략의 세부과제를 수립하기 위한 범정부 실무반이 본격 가동됐다.정부는 6일 오후 정부서울청

아마존 곤충 50% '열스트레스'...체온 조절능력 없어 '위기'

기후변화로 아마존 지역 곤충의 절반가량이 치명적인 '열스트레스'에 직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곤충 개

'비 내리는 남극' 머지않았다...기후변화로 남극 생태계 '균열'

지구온난화가 지속될수록 남극은 눈 대신 비가 오는 날이 많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최근 영국 뉴캐슬대학교의 빙하 연구팀은 지금과 같은

[주말날씨] '꽃샘 추위'...찬바람에 영하 7℃까지 '뚝'

이번 주말에는 하늘이 맑겠지만 평년보다 다소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겠다.토요일인 7일은 전국이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대체로 맑겠다. 하지

기후변화, 전기차 성능에 '악영향...폭염에 배터리 수명 '뚝뚝'

기후변화로 폭염이 잦아지면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성능과 수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5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기온 상승과 폭염

해운업계 탄소세 대응 늦을수록 손해..."정부, 연료비 지원 시급"

글로벌 '해운 탄소세' 도입에 앞서, 정부가 무탄소(ZNZ) 연료 가격인하 등을 적극 지원하면 국내 해운사들은 9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