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어깃장에...수년간 합의한 '해운 탄소세' 물거품되나?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5-10-20 11: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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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앞바다의 유조선 (사진=AFP 연합뉴스)


당초 2027년부터 도입할 예정이었던 이른바 '해운 탄소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반대에 부딪혀 1년 이상 연기됐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본부에서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를 열어 해운 부문 탄소가격제(Global Carbon Levy)를 골자로 한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 채택 여부를 논의했지만 다수 회원국이 결정에 따라 1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1년 연기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찬성투표를 하는 국가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내년 통과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IMO는 지난 4월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에서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부속서를 개정해 '넷제로 프레임워크'(Net-Zero Framework) 내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 규제'를 공식 승인했다. 이 규제는 오는 2027년부터 5000톤 이상 대형 선박을 대상으로 적용할 예정이었다.

당시 규제의 핵심은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의 '온실가스 집약도'(GFI, Greenhouse Gas Fuel Intensity), 즉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기준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고 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데 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한 선박에 대해 그만큼의 '추가 비용(탄소세)'을 부과하고, 목표보다 더 감축한 선박에 대해서는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3%를 차지하는 해운산업은 지금까지 규제 사각지대로 꼽혔다. 그래서 수년간의 논의 끝에 2027년 3월부터 '해운 탄소세' 도입을 합의한 것이다. 또 대형 선박들에 대해서는 2028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7% 감축할 의무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IMO가 추진해온 이 조치를 '글로벌 탄소세'라고 비난하면서 협약 채택에 찬성투표하는 나라들에게 미국 입항금지, 비자발급 제한, 통상조사, 미국 정부계약 금지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자, IMO 회원국들은 이 사안에 대해 며칠동안 논쟁을 벌였다. 결국 규제를 반대하던 사우디아라비아가 '1년 연기안'을 제출했고, 회의 마지막날인 17일에 이 방안에 57개국이 찬성하면서 통과됐다. 반대는 49표였다.

이번 결정에 각국의 입장도 나뉘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한 반면 미국은 "또 하나의 엄청난 승리"라며 환영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미국 환경단체 환경방위기금(EDF)은 "IMO가 지난해 채택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스스로 약화시켰다"며 "결국 또 한 해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유럽 교통·환경 싱크탱크 T&E는 "이번 지연으로 2030년까지 감축률이 최대 10%에 그칠 것"이라며 "2050 탄소중립을 향한 로드맵이 뒤로 밀렸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기후솔루션도 "탄소시계가 멈췄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IMO는 내년 하반기 회의에서 이 규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반대하고 있는 이상 실제로 이행될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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