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 교차하는 이상기후...원인은 '해수온 상승탓'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8-05 18:28:14
  • -
  • +
  • 인쇄
▲ 지난 3일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한 광주시 운암동 일대 (사진=연합뉴스)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3일 광주와 전남, 경남 등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밤사이 집중호우가 쏟아져 주민 2500여명이 긴급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전남 무안군에는 1시간동안 142.1㎜의 비가 퍼붓는 등 200년에 한번 내릴 수준의 '괴물폭우'가 쏟아졌다. 7월 중순에도 산청에 5일간 793.5㎜의 폭우가 내렸고, 가평에는 하루밤에 197.5㎜의 비가 내려 마을이 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발생했다.

'괴물폭우'는 대만도 강타했다. 대만 기상청(CWA)에 따르면 대만 남부지역에는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 내내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졌다. 특히 가오슝시 산간 지방 마오린에서는 일주일 동안 2800㎜ 이상의 비가 내렸다. 대만 연평균 강우량이 2500㎜인 걸 감안하면 1년동안 내릴 비가 7일만에 쏟아졌다. 대만 기상예보 센터장은 "대만에서 7일 연속으로 200㎜ 넘는 비가 내린 건 1998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역대급 폭우를 만들어낸 원인은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폭염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달초 극한폭우가 쏟아지기전 우리나라는 보름동안 35℃ 안팎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고, 대만도 39.2℃에 달하는 폭염에 시달렸다. 폭염은 육지만 달구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도 뜨겁게 달궜다. 뜨거워진 바다는 다량의 수증기를 발생시켰고, 이 수증기가 육지로 이동하면서 폭우를 뿌렸다.

이번에 대만과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8호 태풍 '꼬마이'의 간접적인 영향이 컸다. 지난 7월 24일 필리핀 마닐라 근해에서 생겨난 태풍 '꼬마이'는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세력을 키우다가 북태평양고기압에 밀려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중국 상하이 인근에 상륙했다. 경로상 우리나라와 대만은 태풍의 직접 영향권이 아니지만 '꼬마이'가 끌고 온 바람과 저기압이 비구름대를 형성하는 기폭제가 됐다.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나타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사진=windy 캡처)

우리나라의 경우 태풍이 끌고 올라온 습한 공기가 북쪽의 찬 공기와 서해 상공에서 충돌하면서 강한 비구름을 형성했고, 전남 서해안에는 소규모 저기압들이 발생해 무안과 함평 지역에 수증기가 집중되면서 국지성 호우로 이어졌다.

대만의 경우도 비슷하다. 태풍이 북상하는 과정에서 남서풍을 함께 끌어올려 남중국해의 습한 공기가 대만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온난화에 의해 대기 중에 가득 차있던 수증기가 대만으로 밀고 들어갔고, 태풍에 의해 유입된 북쪽 대륙의 찬 공기와 만나 일주일 내내 비를 쏟아내는 이례적인 비구름을 형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구름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 건 태풍이었지만, 애초에 이처럼 이례적인 우천이 나타날 수 있던 건 온난화와 폭염으로 만들어진 수증기가 극한폭우의 조건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올 6월 때이른 폭염이 나타났다가 7월 중순 폭우가 내렸고, 다시 보름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 8월초 극한호우가 발생했다. 올 6월 기준 동해 바닷물 온도는 평년 대비 1.3℃ 올랐을 정도다.

문제는 시소처럼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발생하는 일이 앞으로 빈번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5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 바다에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발생해 대기중 수증기량이 증가하게 된다"며 "옛날보다 훨씬 많은 양의 수증기가 공급되면서 폭우성 강수가 내릴 가능성이 훨씬 커졌고, 이로 인해 폭염과 폭우가 동시에 발생하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월 11일 도쿄 일대에 시간당 100㎜ 이상의 기습폭우 피해를 입었던 일본도 130년 만에 가장 더운 '6월 폭염'을 겪었다. 폭우 뒤에는 어김없이 폭염이 시작됐다. 일본 교토부는 지난달 30일 관측 사상 처음으로 낮 최고기온이 4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속되는 폭염으로 후쿠오카의 한 식당에서는 진열대 위에 플라스틱 음식모형이 녹아내리기도 했다.

몬순 기후대인 태국과 인도 등 동남아 국가들도 때이른 폭염을 겪은 뒤 엄청난 양의 폭우로 대홍수가 발생했다. 유럽 역시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북유럽의 기온도 30℃가 넘는 이상기온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도 폭염 뒤 기습호우로 열차가 탈선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이 억제되지 않으면 폭염과 폭우가 교차되는 이상기후 현상이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스코어]서울에서 탄소감축 꼴찌한 '강남구'...1위 지자체 어디?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이 1081톤으로 감축률 1위를 기록했고, 부산 서구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115톤 증가하면서 감축률

kt ds, 취약계층 500가구에 '김장나눔' 봉사활동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화원종합복지관에서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kt ds 임직

폐철에서 고급철 회수...현대제철, 철스크랩 설비에 1700억 투자

현대제철이 고품질 철스크랩 확보를 위해 2032년까지 1700억원을 투자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철스크랩 가공설비인 '슈레더(Shredder)' 설비도입 등

美서 쿠팡 '집단소송'...승소시 3300만 피해자 전원에 배상책임

쿠팡을 상대로 국내에서 단체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소송의 나라' 미국에서도 쿠팡을 대상으로 한 집단소송이 제기된다.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승소

SK이노, 독자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국제학술지 등재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성과가 국제학술지에 등재됐다.SK이노베이션은 자사가 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화학공학

KCC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11년 연속 수상

KCC가 '2025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제조 부문 우수보고서로 선정되며 11년 연속 수상했다고 4일 밝혔다.대한민국 지속

기후/환경

+

'인스타 명소' 아이슬란드 꽃밭...알고보니 생태계 파괴 외래종

사진 명소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의 꽃밭이 사실은 토착종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인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ESG;스코어]서울에서 탄소감축 꼴찌한 '강남구'...1위 지자체 어디?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이 1081톤으로 감축률 1위를 기록했고, 부산 서구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115톤 증가하면서 감축률

'물순환 촉진구역' 4곳 지정한다...기후부, 지자체 대상 후보지 공모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물순환 촉진구역 공모'가 처음으로 실시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023년 10월 24일 제정된 '물순환 촉진 및 지원에

韓가전제품 유럽수출 '비상'...EU, 가전·부품도 탄소세 '만지작'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원자재 중심에서 가전·부품 등 완제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공기좋던 美 워싱턴D.C 올겨울 대기오염 최악...원인은?

공기질이 깨끗한 도시로 알려졌던 올겨울들어 미국의 워싱턴 D.C.가 질병을 유발할 정도로 공기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대기오염 분석업

필터없이 초미세먼지 99.9% 제거하는 공기청정 장치 개발

필터없이 나노 물방울로 초미세먼지를 99.9% 제거하고 스스로 물까지 공급하는 공기청정기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