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닐라와 유제품 등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품과 향신료가 기후변화에 의해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샬럿 와테인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학(KU Leuven) 박사팀은 바닐라 식물과 바닐라의 꽃가루를 수분하는 곤충의 서식지가 서로 달려지고 있어 야생 바닐라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3일(현지시간) '식물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Plant Science)' 학술지에 발표했다.
바닐라향의 주요 공급원인 플라니폴리아 바닐라(Vanilla planifolia)는 식품, 제약, 화장품 등에 널리 사용되는 열대작물이다. 하지만 질병, 가뭄, 고온 등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중남미의 열대·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바닐라 11종과 이들의 꽃가루받이 곤충 11종의 서식지 변화를 온난화 예측 시나리오 하에서 분석한 결과 두 서식지가 겹치는 범위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바닐라 11종 가운데 7종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2050년까지 서식지가 최대 140% 확장될 수 있는 반면 4종은 서식 면적이 최대 53%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꽃가루받이 곤충도 서식 면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지금까지 꽃가루받이 곤충이 단 1종만 관찰된 바닐라종들은 식물과 곤충 서식지가 겹치는 면적이 60~90%나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바닐라 서식지와 곤충 서식지의 중첩 범위가 모든 종에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부분의 바닐라 종이 특정 꽃가루받이 곤충에 의존하고 있어, 이 곤충이 사라질 경우 이를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고 연구팀은 우려했다. 와테인 박사는 "기후변화로 바닐라 식물과 수분 매개 곤충이 분리돼 바닐라의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열대지역 바닐라 농업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유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클레어 팔란드리 미국 시카고대학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폭염이 극심해지면서 2050년까지 하루평균 우유 생산량이 4%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같은 날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학술지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12년동안 13만마리 이상의 젖소를 조사한 결과, 기온과 습도를 모두 계산한 습구 온도가 26°C 이상인 상태에서 1시간만 지속돼도 젖소의 일일 우유 생산량이 0.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번 고온에 노출돼 감소한 우유 생산량은 최대 10일까지 회복되지 않는다.
이러한 감소율은 우유 생산에 의존하는 1억5000만 가구, 특히 남아시아 낙농가에 타격을 입히고 향후 10년동안 전세계 우유 생산량 증가율이 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현재 낙농가에서는 소에게 그늘을 조성하고 스프링클러 등으로 시원하게 해주는 등의 적응 방안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습구온도가 24℃를 초과하는 날에는 이러한 전략도 유제품 생산량에 미치는 폭염 영향의 40%만 억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