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적으로 평균 기온이 오르고 폭염이 심각해지면서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도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동물은 사람과 달리 더위를 식힐 방법도 마뜩찮아 멸종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연구팀은 3000마리 이상의 조류 개체군과 70년치 기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열대지역 조류 개체수가 70년간 25~38% 줄었다고 밝혔다. 벌목, 광업, 농업 등 직접적인 인간활동보다 기후변화가 열대 조류 개체수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부류는 열대 명금류로, 이에 반해 온대·아한대·한대 지역 조류는 비교적 타격이 덜했다. 이에 연구팀은 부분적 요인으로, 열대 동물은 이미 내열성이 한계에 다다른 환경에서 서식하고 있기 때문일것으로 추측했다.
폭염과 개체수 감소간 인과관계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연구팀은 폭염 기간 열 스트레스로 인한 폐사, 먹이가 되는 곤충·식물 등이 폭염에 받는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막시밀리안 코츠 포츠담연구소 기후학자는 "열대 새들의 폭염 경험 빈도 수는 과거에 비해 10배 증가했다"며 "자연보호구역에 서식하는 종들도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온난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봄철 기온이 무려 43℃를 넘긴 멕시코 타바스코주에서는 고함원숭이 최소 83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고, 지역 전역에서 죽은 개체는 수백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호주에서는 왕박쥐가 나무에서 떨어지고, 수컷 딱정벌레는 치솟는 기온에 사실상 불임이 됐다.
2021년 여름에는 열돔 현상으로 태평양 북서부 기온이 46°C까지 오르면서, 캐나다 밴쿠버 섬의 조수 웅덩이에 서식하던 담치, 거북따개비 등 생물들이 모조리 익어버렸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서 따개비 100억마리, 담치 30억마리가 폐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생태학자들은 극심한 더위가 전세계 야생동물에 위협을 가하고 멸종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폭염이 인간이 아닌 포유류에 미치는 생리학적 영향은 아직 제대로 연구되지 않고 있다.
이를 연구 중인 PJ 제이콥스 남아프리카 프리토리아대학 진화생물학자는 특히 작은 포유류가 더위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표면적 대 부피 비율이 커서 체온이 빨리 오르기 때문이다. 그가 작년 12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쥐와 같은 설치류가 폭염에 노출될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비롯해 생식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콥스 박사는 폭염이 심각해면 소형 동물의 번식력이 위태로워지고, 생존 활동에 제약을 받고, 개체수 감소로까지 이어져 먹이사슬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이콥스 박사는 "동물들도 너무 더우면 활동하지 않고 그늘에서 쉬느라 번식, 먹이활동 등 필요한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생리 및 분자 수준에서도 방향감각 상실과 탈수를 유발해 기절, 실신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이콜로지 앤 이볼루션'(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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