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로 전세계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수천만 인구가 기아로 내몰리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가뭄완화센터(NMDC),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국제 가뭄회복연맹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지중해 등 4개 지역 12개국 이상을 조사한 결과, 상당 국가가 가뭄과 물 관리 부실로 식량 공급, 에너지 및 공중보건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고했다.
아프리카 동부·남부에서만 9000만명 이상이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흉작과 가축 폐사가 빈발하고 있으며, 소말리아에서는 현재 인구의 4분의1이 굶주리고, 100만명이 피난을 떠났다.
이러한 상황은 수년째 진행되고 왔다. 지난 8월에는 남부 아프리카 인구의 6분의1이 식량 원조를 필요로 했다. 짐바브웨에서는 지난해 옥수수 수확량이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고, 9000마리의 소가 폐사했다.
남아메리카에서도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 수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선박이 정체돼 무역이 급감하고 비용이 증가했다. 2023년 10월~2024년 1월 동안 선박 운항량이 3분의1 이상 감소했다.
2024년 초까지 모로코는 6년 연속 가뭄을 겪으면서 국토 57%에 물 부족이 발생했다. 스페인에서는 강우 부족으로 올리브 생산량이 50% 감소해 올리브오일 가격이 2배로 올랐다. 터키에서는 토지 황폐화로 국토의 88%가 사막화되고, 지하수 수요 증가로 대수층이 텅 비면서 땅꺼짐 위험이 급증했다.
저자들은 지난 2년간 진행된 엘니뇨 현상이 온난화 추세를 악화시켰다며 "높은 기온과 강수량 부족이 2023~2024년 물 부족, 식량 부족, 전력 부족 등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가뭄은 국가의 범위를 넘어 쌀, 커피, 설탕 등 주요 작물의 생산과 공급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2023~2024년 태국과 인도는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설탕 생산량이 급감해 미국 설탕 가격이 9% 상승했다.
보고서는 가뭄이 전세계적으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기후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마크 스보보다 NMDC 창립이사는 "이건 단순 건조한 날씨가 아닌 천천히 진행되는 전세계적인 재앙이며, 내가 본 것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스보보다 이사는 "스페인, 모로코, 터키 등이 가뭄 속에서 물, 식량, 에너지를 확보하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통제되지 않은 지구온난화의 미래를 미리 보여준다"며 "부유함이나 능력에 관계없이 어떤 나라도 현실에 안주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구온난화로 사라지는 빙하도 물 부족을 앞당기고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연구는 빙하가 전례없이 손실되면서 전세계 20억 인구의 식량과 물 공급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120년 동안 전세계 가뭄 영향을 받는 면적이 두 배로 늘었고 그 비용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 가면 2035년 가뭄 대비 및 복구 비용은 현재보다 최소 35% 더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브라힘 티아우 유엔 사막화방지 협약 사무총장은 사막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뭄은 소리없는 살인자이며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다"라며 "에너지, 식량, 물이 모두 사라지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는 뉴노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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