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류 재생원료 사용기준'...유럽과 일본은 있는데 한국은 없다

장다해 기자 / 기사승인 : 2025-06-30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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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포장재 이대로 좋은가 ③]
기업들 "재생원료 구할 수가 없다"

유럽은 2030년부터 재생원료가 10% 섞인 비닐류 식품포장재를 사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이 기준에 맞는 포장재를 만들어야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비닐류 재생원료를 생산하기 어렵다. 비닐류 재생원료의 식품용기 사용기준도 없고, 재생원료 생산시설 자체도 부족하다. 

실제로 본지가 농심, 오뚜기, CJ제일제당, 오리온, 롯데웰푸드 등 국내 식품대기업 5곳을 대상으로 '유럽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에 대한 대응방안을 확인해보니 "사실상 재생원료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재생원료의 안정적인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니타임' 사탕 인쇄용 필름의 80%, 열접착필름의 30%를 재생원료로 사용하는 롯데웰푸드는 "재생원료 관련기업 대부분이 경영악화로 계획된 사업을 유보하거나 재검토하고 있다"면서 "재생원료의 생산단가는 신재보다 더 높아서 재생원료 비율을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롯데웰푸드는 "그룹 내 화학사들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원료 공급사와 재생원료 생산 및 공급 관련 내용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국제 친환경인증(ISCC+) 재생원료를 사전에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술개발, 국가의 재활용 원료 회수 및 공급체계 등 재활용 원료 확보·적용을 위한 장기간의 인프라와 정책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오뚜기는 "고품질 재생원료의 안정적인 수급과 생산시설 확보 그리고 복합필름의 특성상 재생원료 적용이 쉽지 않은 점 등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재생소재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다양한 제품에 재생원료 적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심은 "비닐필름의 경우, 재생원료를 제품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다수의 이해관계자와 협업해 기술, 인프라, 공급망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국내에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식품 접촉 승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으며 생산업체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미국(FDA LNO)과 유럽(EFSA)은 식품포장재에 많이 사용되는 PP(폴리프로필렌)와 PE(폴리에틸렌), PET(페트) 재생원료에 대한 식품접촉 승인제도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페트(PET) 재생원료에 대해서만 '식품용기 사용기준'이 마련돼 있다. PP와 PE의 경우는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얻은 재생원료의 식품용기 사용기준이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에너지 효율이 낮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재활용'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으로 생산된 재생원료도 구하기 어렵다. CJ제일제당은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위해 재활용 및 재생가능한 원료 사용을 지향하고 있지만, 식품 접촉면에 주로 사용하는 PP나 PE의 경우, 국내 법규상 화학적 재활용 원료만 사용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화학적 재활용으로 생산된 재생원료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원료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단가가 비싸다"며 "이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재생원료 생산시설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계형산 목원대 교수는 "현재 지자체별로 재활용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선별의 품질이나 세척 수준이 제각각"이라며 "재활용업체들이 선별장에서 처리한 폐기물이 깨끗하지 않아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않다"고 말했다. 이어 "뉴욕시는 허드슨강 인근에 있는 선셋파크로 모든 재활용 쓰레기를 모은다"며 "재활용 순환체계를 중앙집중식으로 운영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선셋파크는 자력 분리기, 광학식 센서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오염없이 쓰레기를 선별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오는 최종 재활용품의 순도는 95% 안팎이다.

2030년까지 5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부는 하루빨리 비닐류 포장재에 대한 재생원료 식품용기 사용기준을 마련하고 재생원료 시장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우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 소장은 "유럽도 2028년까지 식품용기로서 안전이 보장되는 재생원료를 개발하지 못할 경우에 10% 의무비율이 유예될 수 있다"며 "유럽이 미래상황을 인식하며 제도를 마련한 것처럼 우리도 미래지향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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