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재활용되고 있는줄 알았더니..."대부분 소각"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매월 2000만장이 넘는 학습용 인쇄물이 사용 후 폐지로 배출되고 있지만 당국의 부실한 관리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대부분 소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뉴스트리 취재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에 있는 대형학원 10곳과 중소형 학원 약 1500곳에서 매월 배출하는 학습용 인쇄물 폐지는 약 2045만장에 달했다.
수강생이 50명 정도인 A 수학학원은 한달 평균 약 9000장의 유인물을 인쇄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또 일명 '대치동 톱4'로 불리는 B 대형학원은 올들어 매월 약 69만장의 복사용지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소형학원들이 배출하는 폐지는 월 약 1350만장이고, 대형학원들은 약 695만장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 많은 폐지들은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A학원 원장은 "종이를 따로 모아두면 학원 청소를 맡은 업체가 1주일에 3번 수거해간다"면서 "수거해간 폐지를 실제로 재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다른 학원들의 답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학원들이 폐지를 직접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용역업체들 통해 처리하고 있었다.
이에 본지가 학원가 폐지의 수거과정을 추적해보니, 학원청소를 맡은 C 용역업체는 "우리는 학원에서 발생하는 폐지를 묶어서 건물밖에 내놓기만 할 뿐"이라며 "폐지 수거는 강남구청에서 맡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우리는 민간업체에게 처리를 위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처리업체는 학원가에서 수거한 폐지를 세곡동에 있는 강남환경자원센터로 모두 옮겨놓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강남환경자원센터는 학원가에서 수거된 폐지를 어떻게 처리할까. 이에 대해 민간위탁업체 D는 "골판지같은 종이박스는 재활용하고 있지만 수업에 사용된 인쇄물이나 문제지 등은 재활용이 쉽지 않아 소각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강남구청은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파쇄지를 별도로 수거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두 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재활용업체 한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대부분의 종이는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으로 분류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종이를 제작할 때 플라스틱 재료도 혼합되고 수많은 화학물질도 첨가되고 있어서 재활용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배보다 배꼽'이어서 대부분 소각처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파쇄지는 투명봉투에 담아내면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파쇄지가 재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에서 수거용역을 맡은 업체들도 직접 재활용하는 기업이 아니다보니, 자원센터에 실어다놓은 파쇄지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처럼 대치동 학원가에서 쏟아지는 수천만장의 폐지는 학원과 청소용역업체 그리고 구청의 불분명한 책임과 관리로 인해 사실상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학원들은 소각할 폐지를 굳이 별도로 분리배출하는 수고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플라스틱과 달리 종이는 재활용되고 있다고 믿었는데 실제로 소각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충격적"이라며 "폐지에 대한 관리책임을 좀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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