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검은색 주방용품과 주방기기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된 난연제 성분이 검출됐다.
미국 환경단체 '독성없는 미래'(Toxic-Free Future)는 주방용품 등 203개에 달하는 검은색 플라스틱 제품을 대상으로 성분을 분석한 결과, 20개 제품에서 브롬(Br) 함량이 기준치 50ppm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일부 제품은 브롬 함량이 1만8600ppm까지 나왔으며, 3개 제품에서 안티몬(Sb)까지 검출됐다. 브롬은 발암물질로 규정된 난연제이고, 안티몬은 유해물질로 규정된 난연보조제다.
플라스틱은 산화방지제, 자외선 안정제 등 수많은 화학물질이 첨가제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으로 만든 전열기구는 전기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해 난연제(FR)를 사용한다. 이 난연제들은 발암성, 내분비 교란, 신경 독성, 생식 및 발달 독성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이다.
그런데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사용, 폐기하는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난연제 등 첨가물이 따라서 이동한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도 난연제 등 첨가물이 그대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전자제품에 사용되던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 과정에서 난연성이 필요하지 않는 가정용품에 사용될 수 있어 잠재적 위험이 되고 있다. 다양한 플라스틱 색을 녹여서 만들면 선명한 색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를 커버하기 위해 '카본 블랙' 염료를 사용해 검은색 플라스틱이 되도록 하는데 이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뒤집개, 국자, 커피머신과 같은 주방용품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에 이번 연구는 미국에서 시판되는 검은색 플라스틱 가정용 제품에 대해 어떤 난연제가 포함돼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그 결과, 조사대상 203개 제품 가운데 10%에서 브롬(Br)이 기준치 50ppm가 넘게 검출됐고, 85%에서 다양한 난연제(FRs) 성분들이 검출됐다. 총 난연제 농도는 최대 2만2800mg/kg에 달했고, 검출된 난연제 가운데 전자제품 케이스에 널리 쓰이는 유해물질인 데카-BDE와 그 대체물질인 데카브로모디페닐 에탄(DBDPE) 등도 검출됐다.
게다가 검은색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카본 블랙' 염료는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다량 포함돼 있다. 실제로 국제암연구소(IRAC)는 2020년부터 PAHs를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난연제 등 화학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갑상선, 유방, 폐, 심장 등 주요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들 성분은 체내에 축적돼 장기적인 건강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2024년 4월 발표된 장기추적 연구에 따르면 혈액 내 난연제 농도가 높은 사람은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300% 증가했으며, 특히 갑상선암과 유방암 발병률이 높았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연구에서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는 여성의 80%가 높은 농도의 난연제를 체내에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화학물질이 임신 유지 및 출산 성공률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결과도 나왔다.
독성없는 미래 과학정책 전문가 메건 류는 "예상치 못한 독성 노출을 막기 위해 기업들이 안전한 화학물질 재료를 사용하려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며 "자원순환의 가치를 퇴색시키지 않으려면 독성 플라스틱 성분을 사용하는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능하면 스테인리스 재질의 주방도구를 선택하고, 검은색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할 경우 주기적으로 세척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국제학술지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 게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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