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주방용품에서 검출된 '발암물질'...플라스틱 재활용 때문?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1 16:32:18
  • -
  • +
  • 인쇄
▲주방용품에 사용되는 '카본 블랙' 염료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검은색 주방용품과 주방기기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된 난연제 성분이 검출됐다.

미국 환경단체 '독성없는 미래'(Toxic-Free Future)는 주방용품 등 203개에 달하는 검은색 플라스틱 제품을 대상으로 성분을 분석한 결과, 20개 제품에서 브롬(Br) 함량이 기준치 50ppm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일부 제품은 브롬 함량이 1만8600ppm까지 나왔으며, 3개 제품에서 안티몬(Sb)까지 검출됐다. 브롬은 발암물질로 규정된 난연제이고, 안티몬은 유해물질로 규정된 난연보조제다. 

플라스틱은 산화방지제, 자외선 안정제 등 수많은 화학물질이 첨가제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으로 만든 전열기구는 전기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해 난연제(FR)를 사용한다. 이 난연제들은 발암성, 내분비 교란, 신경 독성, 생식 및 발달 독성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이다.

그런데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사용, 폐기하는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난연제 등 첨가물이 따라서 이동한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도 난연제 등 첨가물이 그대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전자제품에 사용되던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 과정에서 난연성이 필요하지 않는 가정용품에 사용될 수 있어 잠재적 위험이 되고 있다. 다양한 플라스틱 색을 녹여서 만들면 선명한 색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를 커버하기 위해 '카본 블랙' 염료를 사용해 검은색 플라스틱이 되도록 하는데 이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뒤집개, 국자, 커피머신과 같은 주방용품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에 이번 연구는 미국에서 시판되는 검은색 플라스틱 가정용 제품에 대해 어떤 난연제가 포함돼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그 결과, 조사대상 203개 제품 가운데 10%에서 브롬(Br)이 기준치 50ppm가 넘게 검출됐고, 85%에서 다양한 난연제(FRs) 성분들이 검출됐다. 총 난연제 농도는 최대 2만2800mg/kg에 달했고, 검출된 난연제 가운데 전자제품 케이스에 널리 쓰이는 유해물질인 데카-BDE와 그 대체물질인 데카브로모디페닐 에탄(DBDPE) 등도 검출됐다.

게다가 검은색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카본 블랙' 염료는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다량 포함돼 있다. 실제로 국제암연구소(IRAC)는 2020년부터 PAHs를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난연제 등 화학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갑상선, 유방, 폐, 심장 등 주요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들 성분은 체내에 축적돼 장기적인 건강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2024년 4월 발표된 장기추적 연구에 따르면 혈액 내 난연제 농도가 높은 사람은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300% 증가했으며, 특히 갑상선암과 유방암 발병률이 높았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연구에서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는 여성의 80%가 높은 농도의 난연제를 체내에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화학물질이 임신 유지 및 출산 성공률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결과도 나왔다.

독성없는 미래 과학정책 전문가 메건 류는 "예상치 못한 독성 노출을 막기 위해 기업들이 안전한 화학물질 재료를 사용하려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며 "자원순환의 가치를 퇴색시키지 않으려면 독성 플라스틱 성분을 사용하는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능하면 스테인리스 재질의 주방도구를 선택하고, 검은색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할 경우 주기적으로 세척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국제학술지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 게재돼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보이스피싱 183건 잡은 KB국민은행 직원들..."세심한 관찰 덕분"

KB은행의 한 지점을 찾은 고객이 1억원짜리 수표를 소액권으로 다시 발행해달라고 요청하자, 은행 창구 직원은 고객에게 자금출처와 발행인 정보를 물

빙그레, 임직원 대상 '전자제품 자원순환' 캠페인 실시

빙그레가 전자제품 회수 및 재활용을 위한 자원순환 캠페인을 실시했다.빙그레는 14일 '국제 전자폐기물 없는 날'을 맞아 E-순환거버넌스와 함께 이번

'아시아 녹색금융 평가' 中은 1위인데...한국은 13개국 중 8위

아시아 1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녹색금융 평가에서 한국이 8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1위를 차지했다.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조국혁신당) 의

LG전자 인도법인 '인도증시' 상장..."인도 국민기업으로 도약" 다짐

LG전자 인도법인이 14일(현지시간)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LG전자는 이날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에서 조주완 CEO, 김창태 CFO, 전홍주 인도법

내년부터 기업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 16.4% 줄어든다

내년부터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이 현재보다 16.4% 줄어든다.14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

기후/환경

+

기후변화에 英 보험시장도 '지각변동'..."주택 수백만채 버려질 것"

기후변화로 홍수가 잦아지면서 미국에 이어 영국의 주택보험 시장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14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영국 보험업계 분석을 인용해

수렁에 빠진 美태양광...트럼프 행정부, 최대 프로젝트 '백지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최대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은밀하게 취소하면서 공화당·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미국 정계를 혼란에 빠뜨렸다.14일(현

유네스코 보호지역 98% 기후변화 직격탄…“보존보다 적응이 과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나 생물권보전지역 대부분이 폭염·산불·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

[날씨] 겨울 부르는 '가을비'...토요일까지 매일 내린다

15일 오후부터 다시 흐려지고 비가 내리겠다. 동해안과 전남 남서부, 제주 동부 등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비가 약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 비는 16일

등산화·등산복 미세플라스틱 '뿜뿜'...고스란히 자연에 유출

등산화와 등산복 등 아웃도어 제품들이 청정지대인 산악과 호수지역을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13일(현지시간) 미국 세크리드

도심 '싱크홀' 지하수유출이 원인인데...정부 관리체계 '구멍'

최근 국내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지반침하)의 원인이 지하수 유출이 지목되고 있음에도 이를 관리할 수 있는 통계항목조차 없는 것으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