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배출한 폐비닐 소각 처리...'종량제 봉투' 직매립 금지 때문?

장다해 기자 / 기사승인 : 2025-06-10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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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날 기획]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의 민낯 ③
'소각시설 확충'에만 매달리고, 재활용 방안마련 뒷전
▲ 내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사진=연합뉴스)


대부분 소각처리하고 있는 비닐쓰레기를 굳이 재활용으로 분리배출하도록 강제하는 이유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법'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법'은 생활폐기물을 담는 종량제 봉투를 땅에 매립하지 못하도록 한 법이다. 수도권 매립지는 올해말에 이르면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10년째 매립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 매립지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생활폐기물을 담은 종량제 봉투를 매립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는 반드시 분리배출해야 하고, 소각할 쓰레기만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한다.

직매립 금지는 이미 2021년부터 시행이 예고됐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재활용보다 소각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매립금지에 대응해왔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생산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고, 소각시설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발표할 당시에도 환경부는 "소각시설 등 폐기물처리시설을 확충하면 매립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다보니 집집마다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기껏 분래배출한 비닐쓰레기들이 대부분 소각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소각되는 비닐쓰레기를 '고형폐기물 연료(SRF)'로 분류해 재활용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SRF 방식은 석탄처럼 태워서 열이나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로 쓰는 것이다.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비닐을 태우는 것이므로, 소각과정에서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이 배출될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SRF 방식을 재활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4년간 소각시설을 확충하는데만 몰두했는데 이마저도 실패했다. 수도권 33개 지방자치단체 중 26곳이 공공소각장 용량이 부족하다. 2026년 수도권 매립금지가 시행되기전까지 완공될 공공소각장은 단 한 곳도 없다.

서울시는 마포구에 소각장을 새로 짓기로 했지만, 마포구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 법원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입지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서울시가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마포구에 소각장을 건설해 수도권 직매립 금지문제로 빚어지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소송에 막혀버린 것이다. 여기에 기존 소각장 이용을 연장하는 것을 놓고 최근에 지역주민들과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법이 유예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경부는 최근 국회에서 "지자체별 폐기물 발생량과 처리 시설 확충 현황 등을 통해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한 합리적 시행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합리적 시행방안'에는 유예도 포함된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수도권 지자체들은 직매립을 소각시설 확충전까지 미루거나 2030년까지 시행을 유예해줄 것을 환경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부는 처음부터 '소각'을 매립금지의 대응책으로 고려하다보니 '재활용'은 뒷전이었다. 지난 4년간 소각이 아닌 재활용에 중점을 두고 인프라를 구축했더라면 분리배출한 비닐쓰레기가 소각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연합(EU)은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에 재생소재(PCR)를 30% 이상 사용하도록 하고 플라스틱 1kg당 0.8유로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2년부터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등급평가 기준'을 통해 재활용이 거의 어려운 경우에만 과금하고 있어 자원순환이나 단일 재질 도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생수 및 음료 페트(PET)에 대해서만 재생원료를 올해부터 10% 이상 쓰도록 의무화됐을 뿐이다. 이것도 25% 이상 재생원료를 의무화하는 유럽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비하면 낮은 비율이다.

특히 폐비닐은 소각할 경우 다른 생활폐기물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재활용이 유일한 대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폐비닐 소각으로 1톤당 약 2.75톤CO₂eq가 발생했다. 같은 양의 혼합쓰레기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2.3배 높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재생원료로 쓰거나 다시 비닐로 만드는 물질 재활용에는 관심이 없다보니 순환경제가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서울시 폐비닐 매립량은 4만882톤으로 전체 생활폐기물 매립량의 12.45%였다. 지금 상태로는 다 소각되거나, 재활용돼도 사실상 소각되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재활용을 위해서는 종량제 봉투 속 쓰레기를 선별하고 재활용을 통해서 소각·매립되는 양 자체를 줄이는 전략과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이런 것들이 번거로우니 지자체가 대규모 소각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다가 주민 반대 때문에 소각장 추진에 실패해 직매립 금지와 관련된 대응이 막혀버렸다"고 짚었다. 특히 그는 "물질 재활용이 어려운 폐비닐같은 복합재질은 단일 재질로 전환하거나, 폐비닐 전문 선별 시스템 등을 추진하는 정책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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