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또 뒤집기..."ESG 주주결의안 위임장 투표에서 제외"

손민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3 16:52:57
  • -
  • +
  • 인쇄
▲워싱턴 D.C.의 증권거래위원회 본부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주주결의안을 위임장 투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결정한 지침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 뒤집은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미 금융전문지 인베스트먼트뉴스에 따르면 SEC는 바이든 정부에서 ESG 관련 결의안에 대해 주주들이 위임장을 통해서라도 행사하도록 한 14L 지침을 대체하는 14M 지침을 새로 공고했다. 새로운 14M(bulletin, 14M) 지침은 상장기업들이 ESG 관련 안건에 대해 주주들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못하도록 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대의 지침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 투자자들과 주주들은 ESG 관련 안건에 관해 위임장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기업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바이든 정부 시절인 지난 2021~2023년 사이에 주주 제안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대부분이 ESG와 관련된 사안이었고, 이로 인해 심한 압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엑손모빌(ExxonMobil)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소액 투자자가 화석연료 사업다각화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압박하는 바람에 이사회 멤버를 교체한 바 있다. 이후 엑손모빌은 지난해 기후변화 관련 결의안을 제안한 주주 2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SEC의 이같은 조치는 ESG와 관련해 투자 압박을 받는 기업들에겐 희소식일 수 있지만 투자자들과 주주의 권한을 제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EC에서 유일한 민주당 소속인 캐롤라인 크렌쇼(Caroline Crenshaw) 위원은 "이번 변경은 올해 주주제안 절차가 한창 진행중인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졌으며,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불필요한 비용과 불확실성을 초래한다"며 "주주제안이 위임장 투표에서 제외되는 순간, 주주들이 제안할 수 있는 주제(독소 조항, ESG 문제 등)에 대한 제약이 커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ESG 옹호단체인 "애즈 유 노우(As You Sow)" 소속 변호사 루크 모건(Luke Morgan)은 "기업의 ESG 관련 결의안을 '경영개입(micromanagement)'이라고 판단해 제외하는 것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 by 2050) 목표도 하나의 '타임라인'에 불과하므로 기업들이 이를 ESG 주주결의안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강조했다.

SEC는 이같은 우려에 기업들의 ESG 관련 정책이 회사의 주요 자산(총자산의 5% 이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ESG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완전한 ESG 폐지가 아니라, 정치적 레토릭과 시장의 실제 움직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영국 ESG 투자사 '임팩스 어셋 매니저먼트(Impax Asset Management)'그룹의 부사장인 줄리 고어트(Julie Gorte)는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기업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지만, 항상 주주결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정책 변경이 기업들의 ESG 이슈에 대한 대화 의지를 감소시킬 수 있지만, 모든 기업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