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관세'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로 이어지나?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4 08:00:03
  • -
  • +
  • 인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권고하고,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해 알루미늄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하도록 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기업들을 배불리기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 음료업체인 코카콜라의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CEO)는 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인한 부담을 덜기 위해 캔 대신 페트병 사용을 늘릴 수도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퀀시의 이같은 발언은 실적발표 이후 가진 회견에서 트럼프의 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한 질문에 "알루미늄 캔이 더 비싸지면 페트병에 더 중점을 둘 수 있다"고 답했다.

코카콜라는 올해까지 신재 플라스틱 투입량을 300만톤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알루미늄 대신 플라스틱 사용량을 늘릴 수 있다는 여지를 둔 것이다. 플라스틱 감축에 가장 앞장섰던 거대기업 코카콜라가 목표를 슬그머니 낮추게 되면 다른 기업들도 이를 추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는커녕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미국은 알루미늄의 약 80%를 수입하고 있고, 이 규모는 작년 기준 95억달러였다. 대부분 인접한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3월 12일부터 수입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일괄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캐나다와 멕시코산 알루미늄 관세는 50%까지 오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산에 25%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한달 유예한 상태기 때문에 추가로 유예되지 않으면 관세가 더블로 부과된다.

이에 코카콜라 CEO는 알루미늄에 부과되는 25% 관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지만 이를 넘어서면 힘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내 코카콜라는 연간 100만톤가량의 알루미늄을 수입해 캔 용기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대기업 코카콜라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면, 다른 식음료 기업들은 알루미늄에 대한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캔 대신 플라스틱 사용비중을 늘릴 여지가 크다.

알루미늄은 플라스틱보다 비용이 높지만 무한히 재활용이 가능하고 또 재활용이 보편적인 원료 중 하나다. 이에 비하면 플라스틱은 일부 유형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알루미늄보다 재활용률이 낮고 플라스틱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인체에 해를 끼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페트병 재활용률은 29.1%, 알루미늄 캔의 재활용률은 50.4%였다.

환경보호단체 '플라스틱으로부터의 자유'를 이끄는 엠마 프리스트랜드는 성명에서 "코카콜라의 페트병 사용 확대는 고객의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직접적인 해를 끼칠 것"이라며 알루미늄 캔 비용을 우려한다면 페트병 대신 재사용 가능한 유리병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수립한 '플라스틱 감축 정책'을 뒤집는 정책을 잇따라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종이 빨대 (사용)에 대한 말도 안되는 조 바이든의 방침을 끝내기 위해 다음주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이 빨대 사용을 진보적 정치 구호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은 플라스틱 빨대로 되돌아가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는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석유기업들을 배불리게 하려는 속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이미 친(親)화석연료 정책으로 노선을 타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인프라투자일자리법(IIJA)도 손질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내렸던 신규 석유시추금지 조치도 철회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대선과정에서 미국 석유 대기업들에게 10억달러의 선거기부금을 요청하면서 자신이 백악관에 복귀하면 환경규제 철회를 약속했는데 최근 플라스틱 사용독려도 이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기후/환경

+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2035 NDC' 뜸 들이는 EU...기후 선도그룹 위상 '흔들'

유럽연합(EU)이 올해 유엔(UN)에 제출해야 할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에 대한 감축목표를 기한내에 확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회

태양빛으로 방사능 오염된 토양 정화하는 '인공식물' 개발

태양빛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인공식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울산과학기술원(DGIST) 화학물리학과 김성균 교수연구팀은 태

강릉 저수율 16.5%까지 상승...수요일 또 강릉에 '반가운 비'

강릉 시민들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6일 오전 6시 기준 16.5%를 기록했다. 주말 전후 오봉저수지 인근에 내린 81㎜의 비가 지

폭염 극심했던 유럽...올해 이상기후로 입은 피해 '70조원'

올해 극한기후로 인해 유럽이 약 430억유로(약 70조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독일 만하임대학과 유럽중앙은행(ECB) 연구팀은 올여름 폭염과 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