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모르면 애국심 없다"...민족역사 강조한 '단재 신채호'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09-18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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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이야기] 사학자이자 언론인
성균관 박사 출신으로 일평생 독립운동
▲단재 신채호
사학자이자 언론인 그리고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 그는 1897년 신기선의 추천으로 성균관에 들어가 1905년 성균관 박사가 됐다. 그해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황성신문'에 논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듬해 '대한매일신보' 주필로 활약했다. 

1907년 신민회와 국채보상운동 등에 가입·참가하고, 이듬해 순한글 '가정잡지'를 편집·발행했다. '대한협회보(大韓協會報)' 또는 '기호흥학회보(畿湖興學會報)' 등에 논설을 발표하고 1909년 일진회(一進會) 성토에 앞장서던 그는 1910년 4월 신민회 동지들과 함께 중국 청도(칭다오)로 망명하게 된다. 그곳에서 안창호·이갑 등과 독립운동 방안을 협의한다.

이후 블라디보스톡로 건너가 신채호는 '권업신문(勸業新聞)'에서 활동하다가, 1914년 이 신문이 강제 폐간되자 그해 남북 만주와 백두산 등 한국 민족의 고대 활동무대를 답사했다. 1915년 상해로 가서 신한청년회(新韓靑年會) 조직에 참가하고, 박달학원(博達學院)의 설립 운영에도 힘썼다. 1908년 '독사신론'을 발표해 민족주의 사학에 눈을 뜬 신채호는 대종교를 만나면서 더욱 성숙된 민족주의사학자로 자리매김했다.

신채호 역사정신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낭가사상(郎家思想)의 형성 배경에는 대종교의 정신적 요소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 대종교를 경험하기 이전의 신채호는 유교의 정신적 바탕을 벗어나지 못했다. 까닭에 그는 신교(神敎)와 같은 맥락인 한국 고대선교(古代仙敎)에 대해서도, 불로장수를 추구하는 중국종교의 아류(亞流)로 공박했다.

신채호는 대종교를 경험하면서부터 중국도교와 전혀 다른 성격의 우리 민족 고유의 선교가 이미 도교 수입 이전부터 형성돼 우리 민족신앙의 중요한 줄기가 됐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신채호의 논문이 1910년 3월에 발표된 '동국고대선교고(東國古代仙敎考)'다. 그는 이 글에서 과거의 유교정신의 잔재를 청산하고 우리 고유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역사의식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강직한 성품, 쾌도(快刀)와 같은 필치로 일제 침략주의를 공박하고 독립정신을 고취하던 신채호 선생은 그의 '역사와 애국심의 관계'라는 논문에서 역사와 애국심 및 국가 성쇠 흥망의 관계를 이렇게 말했다.


아아, 어찌하면 우리 2천만의 귀에 항상 애국(愛國)이라는 두 글자가 쟁쟁하게 할까,
오직 역사로써 할지니라.
아아, 어찌하면 우리 2천만의 눈에 항상 애국이라는 두 글자가 배회하게 할까,
오직 역사로써 할지니라.
아아, 어찌하면 우리 2천만의 손이 항상 나라를 위하여 부지런히 놀리게 할까,
오직 역사로써 할지니라.
아아, 어찌하면 우리 2천만의 다리가 항상 나라를 위하여 용약(勇躍)하게 할가,
오직 역사로써 할지니라.
아아, 어찌하면 우리 2천만의 목소리가 항상 나라를 노래부르게 할까,
오직 역사로써 할지니라.
아아, 어찌하면 우리 2천만 두뇌(頭腦)가 항상 나라를 위하여 깊이 생각하게 할가,
오직 역사로써 할지니라.
아아, 어찌하면 우리 2천만의 모발(毛髮)이 항상 나라를 위하여 일어서게 할까,
오직 역사로써 할지니라.
아아, 어찌하면 우리 2천만의 혈누(血涙)가 항상 나라를 위하여 뜨겁게 떨어지게 할까,
오직 역사로써 할지니라 …….
영국의 광대(廣大)와 미국의 부강을 화포(火砲)와 철함(鐵艦)에서 나온 것이라 하며,
산림, 광산에서 나온 것이라 하는가.
아니다. 다만 1편의 역사에서 나온 것이니라.
덕국(德國), 호웅(豪雄)과 법국(法國)의 강대를 상업, 공예(工藝)에서 나온 것이라 하는가.
아니다, 다만 1편의 역사에서 나온 것이니라.
경제하여 선열(先列)을 받들고 후세를 깨우치며,
큰 허물을 덜고 모자란 것을 보충함은
우리들의 성정(性情)이며 우리들의 천직(天職)이다.
그러나 역사를 증거하지 않으면 이 성정을 발휘할 수 없으며,
역사를 의지하지 않으면 이 천직을 이행할 수 없나니,
거룩하다 역사여! 우리를 노래하게 하는 자가 역사며,
우리를 울게 하는 자가 역사며,
우리를 성내게 하며, 뛰놀게 하는 자가 역사로다.
                 -단재(丹齋) 신채호전집(申采浩全集) 하권 논설편-

역사에 대한 최대의 찬사라고도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국민, 그 겨레의 일원으로서 그 나라, 그 국민의 역사를 모른다면 어찌 그 국민, 그 겨레로서의 본분을 알고 행할 수 있을 것일까? 단재는 역사를 떠나서 애국심을 구할 수 없고, 모든 매국 배족(背族)의 행위는 역사를 모르는 데서 오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1910년대 이후 신채호의 역사연구는 대부분 선교의 실체를 연구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상적 바탕 위에서 대륙적 인식 및 문화사의 지평을 넓혀간 것이다. 1919년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에 참가하며, 의정원 의원, 전원위원회위원장 등을 역임했지만, 한성임정(漢城臨政) 정통론과 이승만 배척운동을 내세워 공직을 사퇴하고 주간지 '신대한(新大韓)'을 창간해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과 맞서기도 했다. 그후 비밀결사 대동청년단(大同靑年團)단장, 신대한청년동맹(新大韓靑年同盟) 부단주(副團主) 등에 피선됐다.

1923년 민중의 폭력혁명으로 독립의 쟁취를 부르짖고 임시정부 창조파(創造派)의 주동역할을 하다가 다시 북경(베이징)으로 쫓겨가 다물단(多勿團)을 조직 지도했으며, 중국과 본국의 신문에 논설과 역사논문을 발표했다. 1925년경부터 독립운동의 방편으로 무정부주의에 주목했고, 1927년 신간회 발기인, 무정부주의 동방동맹(東方同盟)에 가입, 1928년 잡지 '탈환'을 발간하고 동지들과 합의해 외국환을 입수, 자금 조달차 대만으로 가던 중 지룽항[基隆港]에서 피체 10년형을 선고받고 뤼순[旅順] 감옥에서 복역 중 1936년 옥사했다.

적과 타협없이 독립투쟁을 전개하는동안 '독립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라는 결론에 도달, 이같은 견해가 곧 그의 역사연구에도 그대로 반영돼 고조선과 묘청의 난 등에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역사라는 것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라는 명제를 내걸어 민족사관을 수립, 한국 근대사학(近代史學)의 기초를 확립했다. 의열단 단장 약산 김원봉의 부탁으로 탄생한 '조선혁명선언'은 단재의 타협없는 독립투쟁의 정신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그의 저서로는 '조선상고사' '조선상고문화사' '조선사연구초' '조선사론' '이탈리아건국삼걸전(建國三傑傳)' '을지문덕전' '이순신전' '동국거걸(東國巨傑)' '최도통전(崔都統傳)' 등이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62년에 신채호 선생에 대해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글/ 민인홍
     법무법인 세종 송무지원실 과장
     대종교 총본사 청년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종로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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