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독립투사 목숨을 앗아간 '임오교변'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06-27 07:00:05
  • -
  • +
  • 인쇄
[독립운동가 이야기]
일제가 사건 날조해 대종교 간부 옥사시킨 사건
해방을 3년 앞둔 1942년 11월 19일은 대종교에서는 잊지못할 날이다. 만주에서 일본 경찰이 대종교를 탄압하기 위해 사건을 날조해 교주를 비롯해 간부들을 모두 잡아간 사건이 일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만주 영안현(寧安縣) 동경성(東京城)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임오교변'(壬午敎變)이라고 한다.

사건은 한통의 편지에서 시작됐다. 당시 일제는 교인을 가장한 밀정을 교단에 심어놓고 동향을 파악하고 간부들의 언행까지 정탐하던 때였다. 이런 와중에 조선어학회의 이극로 선생이 천진전 건립건으로 교주인 단애 윤세복 종사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이극로 선생 역시 대종교인이었다. 일제는 이 편지를 압수했다. 편지에 들어있는 '널리 펴는 말'이라는 원고 제목을 '조선독립선언서'라고 바꿨다. 원고 내용 중에서 '일어나라, 움직이라'는 대목을 '봉기하자, 폭동하자'로 바꿨다. 완벽한 사건 날조였다.

이 시기 대종교는 무력투쟁을 접은 시기였다. 1920년 9월 청산리전투를 기점으로 무력투쟁에서 민족정신을 고취하는 시교활동으로 방식을 전환했던 것이다. 항일정신으로 교세를 확장하던 대종교는 1934년 총본사를 동경성으로 옮겼다. 1937년부터는 발해고궁유지(渤海古宮遺址)에 천진전(天眞殿)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면서 대종학원을 설립해 초·중등학교를 운영했다. 이런 대종교의 교세 확장을 일제는 경계했던 것이다.
 
밀정을 통해 압수한 편지를 날조한 일제는 '대종교는 조선 고유의 신도를 중심으로 단군문화를 다시 발전시킨다는 기치 아래, 조선민중에게 조선정신을 배양하고 민족자결의식을 선전하는 교화단체이니만큼 조선독립이 그 최후목적이다'라는 죄목을 씌워 조선어학회 간부들과 교주인 단애 윤세복 종사 등 25명을 일제히 검거했다.

▲임오교변으로 일본 경찰에 검거돼 감옥에서 옥사한 10명의 독립운동가들

이 사건으로 백산 안희제 선생을 비롯해 권상익·이정·나정련·김서종·강철구·오근태·나정문·이창언·이재유 등 10명의 독립운동가들이 고문으로 감옥에서 사망했다. 안희제 선생의 나이는 58세였다. 윤세복 종사는 무기형을 받았다. 대종교의 다른 간부들은 7년~1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해방이 되고서야 출옥했다. 대종교에서는 이때 옥사한 10명을 순교십현(殉敎十賢) 또는 임오십현(壬午十賢)이라고 한다.

안희제 선생은 세상이 다 아는 독립운동가였지만 회봉 '이정'은 북로군정서사령부 막빈(비서)으로 청산리 전투에서 종군했던 지개높은 문사였다. 해산 강철구는 대종교 남도본사(국내교구)를 주관하던 호석 강우의 차남으로, 일찍이 북로군정서 및 임시정부 관계로 5년 체형을 받았던 지사다. 또 죽포 오근태와 백람 이재유는 3·1운동 후 봉천성 무송현에서 흥업단에 참가하기도 했던 애국투사들이다. 나정련·나정문 형제는 대종교 제1세 교주 홍암 나철 대종사님의 장남과 차남이었다.

보성전문 출신인 설도 김서종은 만주에 건너가 다년간 농장 경영을 하며 대종교 재건에 힘을 쓴 인물이다. 그는 하르빈선도회 총무와 총본사 전강과 천전 건축 주비회(籌備會) 부회장을 맡아 활동했으니 이런 중진들의 순절이야말로 당시 교계는 물론 독립운동계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대종교에서는 이들 10인을 '순교십현'(殉敎十賢)으로 높이 받들며, 해방 후 그 사실을 영구히 남기기 위해 '임오십현 순교실록'을 편찬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이자 독립운동가 그리고 대종교의 원로인 성재 이시영 선생은 '순교실록 서문'에서 숭고하게 희생된 10명의 독립운동가들을 이렇게 추모했다.

"우리 국교(國敎)를 다시 세우러 하던 그때, 기운 나라는 벌써 것잡을 수 없었다. 지성을 품고 지한(至恨)을 안아 마침내 일사(-死)로써 교의 종풍(宗風)을 보이신 '한스승'(홍암대종사)의 뒤를 이어, 내외에 홍포(弘布)됨이 자못 컸었으나 그럴수록 적의 박해가 더욱 심하더니, 저즘계 북만에서는 무리에도 무리를 더하여 옥중에서 신고(身故)하신 이만 열 분이라, 이 열 분으로 말하면 다 종문(倧門)의 신사(信士)로써 이역 풍상을 갖추 겪고 '한 곬'만을 향하여 나아가다가 교를 붙들고 몸을 바쳤으니 오늘날 그들의 의로운 자취를 기록하여 전함은 한갖 서자(逝者)를 위하여 말 수 없는 일일 뿐이 아니다.

인물을 아낌은 고금이 없으나, 오늘에 있어서는 참으로 묘연(渺然)함을 탄식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 열 분이 그 조난(遭難)이 아니었던들 우리의 일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인가. 그러나 사람의 정신이란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열 분의 변하지 아니하고 굴하지 않는 그 '매움'(烈)의 끼쳐 줌이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뒤에 남아 있는 우리는 그 끼침으로 하여금 아무쪼록 더 빛나게, 더 장엄하게 할 책임이 있다. 또 생각하면 산 사람은 누구며, 죽은 사람은 누구냐. 뜻이 살아야 산 것이니, 몸의 존부(存否)는 오히려 제2에 속하는 바다. 이 열 분은 살았다. 누구든지 이 열 분의 눈에 산 사람 아닌 것같이 보이지 말라."




 글/ 민인홍
  법무법인 세종 송무지원실 과장  
  대종교 총본사 청년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종로구협의회)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한항공 1년새 '운항 탄소배출' 42만톤 줄였다

대한항공의 '운항 탄소배출량'이 1년 사이에 42만톤 줄었다. 42만톤은 승용차 10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운항 탄소배출'은 항공기 연

LS머트리얼즈, 글로벌 ESG 평가 '실버' 등급 획득

LS머트리얼즈가 글로벌 ESG 평가에서 '실버' 등급을 획득했다고 26일 밝혔다.실버 등급은 전체 평가대상 기업 가운데 상위 1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회사

삼성전자 '자원순환' 확장한다..."태블릿과 PC도 재활용 소재 사용"

삼성전자는 갤럭시S 스마트폰뿐 아니라 갤럭시워치와 태블릿PC, PC 등 모든 모바일 기기에 1가지 이상의 재활용 소재를 사용할 계획이다. 오는 3월 11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상장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국회는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3차 상

녹전연 "ESG 공시는 스코프3 포함시켜 법정공시로 시행해야"

2028년 자산 30조원 상장사를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인 'ESG 공시'에 대해 '법정 공시'가 아닌 '거래소 공시'로 우선 도입하고, 공급망 배출을 관리할 수 있

롯데-HD현대 '대산 석화공장' 합병 승인...고부가·친환경으로 사업재편

산업통상부가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의 대산공장 합병을 승인했다. 산업통상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제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

기후/환경

+

파나마의 변심...가까스로 합의한 '해운 탄소세' 무산되나?

도입이 1년 연기됐던 선박의 '해운 탄소세'가 미국의 압박에 의해 완전히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핵심 해운국인 파나마가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 해운의

美 서부의 '젖줄' 마른다...콜로라도강 수량 20% 감소에 '데드풀' 직면

미국 서부의 핵심 수자원인 콜로라도강의 수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26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콜로라도강 유역의 연

[주말날씨] 평년보다 '따뜻'...건조·큰 일교차 지속

이번 주말은 평년보다 기온이 오르며 일교차가 크고 따뜻한 봄 날씨가 이어지겠다.남부 저기압의 영향으로 제주와 남부지방에 비가 내리겠지만, 수도

아마존 '지구의 허파' 옛말됐다...2023년부터 탄소배출원 전환

'지구의 허파' 역할을 했던 열대우림 아마존이 탄소흡수원이 아니라 이미 탄소배출원으로 전환됐다는 진단이다.독일 막스플랑크 생지구화학연구소를

교육부, 2030년까지 국공립 학교 4378교에 태양광 설치

정부가 2030년까지 국공립 초·중등학교 4378교에 단계적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를 확충한다. 학교 전기 사용량·요금 증가 부담에 대응하는 한편

기후위기에 '인공강우' 주목하는 국가들..."만능해결책 아냐"

극단적 가뭄을 겪는 지역이 늘어나고 물부족이나 대기오염이 발생하는 국가들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공강우'(클라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