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펠릿으로 뒤덮인 바다...침몰 선박에서 7만자루가 '와르르'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3 15:54:26
  • -
  • +
  • 인쇄
▲스리랑카 해안에 밀려온 플라스틱 펠릿 (사진=언스플래시)

침몰된 선박에서 유출된 플라스틱 알갱이(펠릿)들이 해안가로 밀려오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라이베리아 국적의 컨테이너선 MSC엘사 3호는 인도 케랄라주 해안에서 약 21km 떨어진 곳에서 침몰됐다. 이 선박에서 유출된 기름은 대부분 처리됐지만 문제는 이 배가 싣고 있던 플라스틱 펠릿 7만1500자루였다. 자루가 터지면서 플라스틱 펠릿들은 바다에 그대로 쏟아졌고 파도를 타고 해안가로 밀려들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바다로 유출된 플라스틱 펠릿 가운데 7월까지 회수된 것은 고작 7920자루에 불과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펠릿들이 연안에 떠다니거나 해안가로 밀려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펠릿들이 폭풍해일을 타고 케랄라주 주도인 티루바난타푸람의 해안에 밀려들었다.

선박이 침몰한 위치는 하필이면 생물다양성과 수산자원이 풍부해 인도 어획량의 절반이 잡히는 곳이다. 플라스틱 펠릿 유출 사고 직후 지역 당국은 어업 금지령을 내릴 정도였다. 금지령은 최근 해제됐지만 그물에 플라스틱 팰릿만 가득 들어찰 정도로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선을 사는 사람도 없고, 어민들도 펠릿 때문에 조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에 주정부는 10만 가구에 달하는 어민들에게 1000루피(약 1만5000원)를 배상했지만 이는 1주일치 수입도 안돼 대부분 생계위기에 처해있다.

펠릿, 너들(Nurdles), 과립이라고도 불리는 플라스틱 알갱이는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원재료로 쓰인다. 크기가 1~5mm에 불과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류되며, 물고기들이 먹이로 착각하고 삼킬 수 있어 더 치명적이다. 유해한 화학물질이나 박테리아를 끌어들이는 운반체이기도 하다. 6월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플라스틱 화학물질에 플랑크톤이 노출될 경우 기형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자연에 한번 유출되면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에 바다로 유출된 펠릿들도 아주 오랫동안 해류를 따라 떠다닐 수 있다.

조셉 비자얀 티루바난타푸람의 환경연구원은 "해양생물이 펠릿을 삼키면 펠릿 내 유해물질이 먹이사슬에 침투해 축적되고, 이는 먹이사슬을 거칠수록 점점 더 쌓여 궁극적으로 해산물을 먹는 인간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랄라주 재난관리청 관계자는 정화 작업에 최대 5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주정부는 MSC를 상대로 11억달러의 배상 청구를 제기하고, 컨테이너 선사 MSC는 책임을 줄이고자 반소를 제기했다.

플라스틱 펠릿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최소 44만5000톤의 펠릿이 환경에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약 59%가 육지로, 나머지는 바다로 유입된다. 스코틀랜드 환경단체 피드라(Fidra)에 따르면 대규모 해상 펠릿 유출 사고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6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10억톤 이상으로 3배 증가하고, 또 연간 약 2조개의 펠릿이 환경으로 유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21년에는 X프레스펄 컨테이너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플라스틱 펠릿 1680톤이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앞바다에 유출됐다. 이에 스리랑카 대법원은 지난달 X프레스펄 소유주가 경제적·환경적 피해에 대해 배상금 10억달러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올 3월에는 북해에서 유조선과 충돌한 컨테이너선에서 유출된 펠릿이 영국 노퍽 해안으로 밀려왔고 지난해 1월에는 스페인 갈리시아 해안이 수백만개의 펠릿에 뒤덮였다.

그러나 펠릿을 안전하게 포장·운송하는 방법이나 위험물질로 분류하는 국제규제는 없는 실정이다. 선박에게는 펠릿 운송 여부를 공개할 의무도 없고, 유출됐을 때의 피해 인지도도 저조하다. 위험하거나 유해한 물질이라고 인식되지 않아 여타 물건처럼 쉽게 다뤄진다는 것이다. 환경조사국(EIA) 변호사 에이미 영먼은 관리 부주의가 대부분의 유출을 유발한다며 펠릿 취급 및 보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 펠릿 유출을 95%까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한국거래소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 1년 연장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가 1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정부의 녹색채권 활성화 정책 지원을 위해 '한

셀트리온제약 'ESG위원회' 신설..."위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

셀트리온제약은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돌입했다고 11일 밝혔다.ESG위원회는 ESG 경영을 총괄하는

kt ds '2025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 종합대상 수상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한국HRD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에서 최고등급인 '종합대상'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대한민국

SPC, 음성에 '안전 스마트공장' 짓는다..."인명사고 근절"

SPC그룹은 생산시설에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3000억원을 들여 충청북도 음성군에 '안전 스마트 신공장'을 짓는다고 11일 밝혔다.'안전 스마트 신공

LG U+, CDP평가 기후대응부문에서 최고등급 ‘리더십 A’ 획득

LG유플러스가 2025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로부터 기후변화 대응부문 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최고등급인 '리더십 A'를 획득했다

네이버, 종이보증서 대신 '디지털보증서' 발급..."탄소저감 기대"

네이버가 제품 구매일지와 보증기간 등의 정보가 입력된 디지털 보증서 '네이버 컬렉션'을 출시했다고 11일 밝혔다. 종이 보증서를 대체하는 이 디지털

기후/환경

+

美 워싱턴주 유례없는 폭우...'대기의 강'으로 대홍수

미국 서북부 워싱턴주에 기록적인 폭우가 며칠씩 내리면서 홍수가 일어났다. 이 홍수로 주택이 유실되고 주민 수만 명이 대피했다.워싱턴주 스캐짓 카

북극곰 온난화로 위협받자…생존 위해 'DNA' 바꾼다

지구온난화로 생존이 위협받는 북극곰의 유전자에서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됐다.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팀은 기온이 오를수록 그

동남아 해상풍력 중심지로 급부상...글로벌 기업들 몰린다

동남아시아가 해상풍력 개발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환경 정책

日 아오모리 앞바다 또 6.7 지진...불안감 커지는 열도

일본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또다시 규모 6.7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현지매체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12일 오전 11시44분쯤 규모 6.7로 추정되는 지진이

탄소감축해도 경제성장...세계 각국 '탈탄소 성장' 가시화 뚜렷

경제규모가 커졌지만 탄소배출은 오히려 감소하는 이른바 '탈탄소 성장'이 몇몇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탄소배출이 비례적으로 늘

[주말날씨] 눈구름대가 몰려온다...토요일 전국에 '눈비'

북쪽에서 찬공기가 유입되면서 12일 아침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동해안을 중심으로 내리던 눈이 13일부터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이번 주말에는 많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