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몰된 선박에서 유출된 플라스틱 알갱이(펠릿)들이 해안가로 밀려오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라이베리아 국적의 컨테이너선 MSC엘사 3호는 인도 케랄라주 해안에서 약 21km 떨어진 곳에서 침몰됐다. 이 선박에서 유출된 기름은 대부분 처리됐지만 문제는 이 배가 싣고 있던 플라스틱 펠릿 7만1500자루였다. 자루가 터지면서 플라스틱 펠릿들은 바다에 그대로 쏟아졌고 파도를 타고 해안가로 밀려들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바다로 유출된 플라스틱 펠릿 가운데 7월까지 회수된 것은 고작 7920자루에 불과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펠릿들이 연안에 떠다니거나 해안가로 밀려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펠릿들이 폭풍해일을 타고 케랄라주 주도인 티루바난타푸람의 해안에 밀려들었다.
선박이 침몰한 위치는 하필이면 생물다양성과 수산자원이 풍부해 인도 어획량의 절반이 잡히는 곳이다. 플라스틱 펠릿 유출 사고 직후 지역 당국은 어업 금지령을 내릴 정도였다. 금지령은 최근 해제됐지만 그물에 플라스틱 팰릿만 가득 들어찰 정도로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선을 사는 사람도 없고, 어민들도 펠릿 때문에 조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에 주정부는 10만 가구에 달하는 어민들에게 1000루피(약 1만5000원)를 배상했지만 이는 1주일치 수입도 안돼 대부분 생계위기에 처해있다.
펠릿, 너들(Nurdles), 과립이라고도 불리는 플라스틱 알갱이는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원재료로 쓰인다. 크기가 1~5mm에 불과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류되며, 물고기들이 먹이로 착각하고 삼킬 수 있어 더 치명적이다. 유해한 화학물질이나 박테리아를 끌어들이는 운반체이기도 하다. 6월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플라스틱 화학물질에 플랑크톤이 노출될 경우 기형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자연에 한번 유출되면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에 바다로 유출된 펠릿들도 아주 오랫동안 해류를 따라 떠다닐 수 있다.
조셉 비자얀 티루바난타푸람의 환경연구원은 "해양생물이 펠릿을 삼키면 펠릿 내 유해물질이 먹이사슬에 침투해 축적되고, 이는 먹이사슬을 거칠수록 점점 더 쌓여 궁극적으로 해산물을 먹는 인간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랄라주 재난관리청 관계자는 정화 작업에 최대 5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주정부는 MSC를 상대로 11억달러의 배상 청구를 제기하고, 컨테이너 선사 MSC는 책임을 줄이고자 반소를 제기했다.
플라스틱 펠릿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최소 44만5000톤의 펠릿이 환경에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약 59%가 육지로, 나머지는 바다로 유입된다. 스코틀랜드 환경단체 피드라(Fidra)에 따르면 대규모 해상 펠릿 유출 사고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6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10억톤 이상으로 3배 증가하고, 또 연간 약 2조개의 펠릿이 환경으로 유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21년에는 X프레스펄 컨테이너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플라스틱 펠릿 1680톤이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앞바다에 유출됐다. 이에 스리랑카 대법원은 지난달 X프레스펄 소유주가 경제적·환경적 피해에 대해 배상금 10억달러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올 3월에는 북해에서 유조선과 충돌한 컨테이너선에서 유출된 펠릿이 영국 노퍽 해안으로 밀려왔고 지난해 1월에는 스페인 갈리시아 해안이 수백만개의 펠릿에 뒤덮였다.
그러나 펠릿을 안전하게 포장·운송하는 방법이나 위험물질로 분류하는 국제규제는 없는 실정이다. 선박에게는 펠릿 운송 여부를 공개할 의무도 없고, 유출됐을 때의 피해 인지도도 저조하다. 위험하거나 유해한 물질이라고 인식되지 않아 여타 물건처럼 쉽게 다뤄진다는 것이다. 환경조사국(EIA) 변호사 에이미 영먼은 관리 부주의가 대부분의 유출을 유발한다며 펠릿 취급 및 보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 펠릿 유출을 95%까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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