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로 모기 매개 감염병인 뎅기열이 태평양 국가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국가비상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1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태평양 섬나라의 뎅기열 확진자가 올해 1만6502명, 이 가운데 17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의 감염률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는 피지, 사모아, 통가로 파악됐다. 사모아에서는 지난 4월 뎅기열 첫 발생 이후 5600명이 확진되고 이 가운데 6명이 사망했다. 피지에서는 1만969명이 확진되고 8명이 사망했으며, 통가에서는 지난 2월 첫 발생 이후 800명 이상이 확진되고 3명이 사망했다.
이집트숲모기에 의해 퍼지는 바이러스성 질병인 뎅기열은 고열, 두통, 관절 및 근육통, 발진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기온과 강우량, 습도가 증가하면서 이 이집트숲모기가 번성하기 좋은 환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태평양 섬 국가들은 다른 기후변화 영향과 더불어 질병에도 취약하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태평양 섬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세계 0.03%에 불과하지만 매개 질병을 포함해 가장 심각한 기후건강 위협에 직면해 있다.
뉴질랜드 해양연구소(NIWA)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팔라우, 파푸아뉴기니, 솔로몬 제도 등지에는 폭우가 내렸고, 마셜 제도, 파푸아뉴기니, 나우루, 피지 등에는 심각한 가뭄이 닥쳤다. 폭우 및 가뭄은 오는 10월까지 계속된다는 예측이다.
폴라 비빌리 태평양 공동체(Pacific Community) 부국장은 "계절성 질병이었던 뎅기열이 기후변화로 활동기가 길어지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뎅기열 위험이 1년 내내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조엘 카우프만 미국 워싱턴대학 질병유전환경센터 소장은 "뎅기열은 지구가 온난화되면서 늘어나고 심각해지는 다양한 인간 질병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그는 극단적인 기상현상도 모기 매개 질병을 증가시킨다며 "가령 폭우가 오면 모기가 알을 낳을 수 있는 웅덩이가 늘고, 너무 건조해지면 전염 속도가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태평양 국가들도 대응에 나섰다. 사모아와 쿡 제도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섬 전역에 방역을 실시했다. 통가는 WHO와 협력해 대응을 강화했으며, 투발루는 소셜미디어와 보건캠페인 등으로 예방조치 홍보에 나섰다. 뉴질랜드는 사모아에 임상팀과 의료용품을 파견했으며, 현장 인력과 사모아 보건 당국과의 지속적인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도 감시체계가 부실해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비 라이너 워싱턴대학 건강연구소 생태학자는 "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뎅기열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질병 감시체계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의 모기 방제도구는 질병 전염을 줄이는 효과가 입증된 바 없고, 대부분의 대응이 후처리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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