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덮친 가뭄 '지구적 재앙'…강원 동해안도 생활·농업용수 위기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7-08 11:13:53
  • -
  • +
  • 인쇄
▲오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소양강댐 수몰지 (사진=연합뉴스)

전세계가 폭염뿐 아니라 가뭄의 습격도 받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는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물부족 사태를 겪고 있고, 우리나라 강원도 동해안의 저수율도 30%대까지 떨어질 정도로 가뭄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이에 국제연합(UN)은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의 가뭄 사태를 '느리게 움직이는 전 지구적 재앙'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국립가뭄완화센터(NDMC) 설립자 마크 스보보다 박사 등이 공동 집필한 이 보고서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피해를 분석한 '세계의 가뭄 핫스팟(Drought Hotspots Around the World)'을 담았다. 보고서는 "가뭄은 조용한 살인자"라며 "천천히 자원을 고갈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했다. 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이 가뭄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식수·농업·생태계 등 전 분야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재작년부터 소말리아에서는 가뭄으로 약 440만명이 식량위기에 처했고, 에티오피아·케냐 등 아프리카 동부 전역이 70년만의 최악 가뭄을 겪었다. 보츠와나에서는 하마들이 말라붙은 강바닥에 고립됐고, 짐바브웨·나미비아에서는 먹이 부족과 초지 황폐화를 이유로 코끼리를 도살해 식량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가뭄으로 여성과 아동 등 취약계층의 피해는 더 심각했다. 보고서는 가뭄이 극심했던 동부 아프리카 4개 지역에서 생존을 위한 지참금 확보 목적으로 아동 조혼 사례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병원은 전기가 끊기고, 가뭄지역 주민들은 오염된 강바닥을 파서 마실 물을 찾는 '절망적 대응'이 이어졌다.

피해는 저소득국가에 집중됐지만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페인은 2년간의 가뭄과 고온으로 올리브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남미 아마존 지역에서는 수위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며 어류 폐사와 돌고래 폐사, 수십만명의 식수난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강원 동해안 지역의 가뭄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올해 속초·삼척을 포함한 동해안 23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35.7%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이 시기에 52.2%였던 강릉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는 저수율이 32.9%까지 떨어졌다. 정선군도 누적 강수량이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치면서 취수원 고갈로 운반급수를 투입하는 지역도 생겨났다.

전세계 가뭄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스보보다 박사는 "이보다 더 나쁜 가뭄은 본 적이 없다"며 "가뭄은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사회·경제·환경적 비상사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켈리 헬름 스미스 박사도 "다음에도 또 닥칠 문제이고, 그때 더 나은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그룹, ESG 데이터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데이터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룹 내 계열사의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체계적으로 통합관

우리은행 'K-택소노미 AI' 도입으로 녹색금융 지원 강화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 심사에 활용하는 'K-택소노미 전문상담 AI'를 도입했다고 25일 밝혔다. 'K-택소노미'는 지난 202

金총리 "태양광·풍력 대폭 확대…RE100 전용 산업단지 조성할 것"

김민석 국무총리가 탄녹위 주최 콘퍼런스에 참가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김민석 국무총리는 22

상가 셔터가 작품으로 변신...KCC, 5명 작가와 을지로에 '셔터아트'

최근 젊고 힙(Hip)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힙지로'로 불리우는 을지로가 KCC의 컬러로 물들고 있다. KCC는 '셔터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을지로 일

신한은행, 한국형 녹색채권 1000억원 발행..."녹색수송 사업에 투입"

신한은행은 22일 환경부가 주관하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1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한국형 녹색채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기후/환경

+

폭염 오래 노출될수록 노화 속도 빨라진다

폭염에 자주 노출되면 노화가 더 빨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25일(현지시간) 홍콩대 건축학부 도시계획디자인학과 궈추이(郭萃) 조교수와 연구진은

강릉은 4개월째 가뭄인데 서남부는 걸핏하면 '폭우'…날씨 왜 이럴까?

한반도 서해안은 기록적인 폭우로 물난리가 나는데 태백산맥 너머 동쪽에는 수개월째 비가 오지 않아 마실 물도 부족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서쪽은

157km 강풍에 다 날아갔다...베트남과 中하이난성 '쑥대밭'

최대 풍속 157km에 달하는 '괴물' 태풍 '가지키(Kajiki)'가 베트남과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섬을 초토화시켰다.지난 22일 발생해 하룻만인 23일 제13

폭염에 산불까지...美서부 축구장 1만5400개 '잿더미'

불볕더위가 극심하던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에서 발생하던 산불이 몇 일째 번지면서 축구장 1만5400개 면적에 달하는 1만1000헥타르(ha)가 잿더미로

"생수·햇반·컵라면으로 살아요"...강릉 시민들, 물 부족에 아우성

서쪽지역은 최대 100mm의 폭우가 예보돼 있지만 강원도 강릉은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가 극에 달했다.지난 20일부터 계량기의 50%를 잠그는 제한

경기도, 퇴근길 폭우 대비 오후 6시 '비상1단계' 발령

퇴근길 폭우가 예상됨에 따라, 경기도가 25일 오후 6시를 기해 '비상1단계'를 발령한다.경기도는 25일부터 26일 오전까지 경기 북부와 남동부 지역을 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