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 줄이는 사료첨가제가 발암물질?...꼬리를 무는 음모론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3 11:04:34
  • -
  • +
  • 인쇄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을 줄이는 사료 첨가제가 암이나 불임을 유발한다는 등 근거없는 음모론에 휘말렸다. 이 음모론은 억만장자 빌 게이츠까지 끌어들였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사료첨가제 '보버(Bovaer)'를 먹인 소의 우유가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버'는 첨가제 3-니트로옥시프로판(3-NOP)의 제품명으로, 소의 소화를 돕고 메탄 배출의 주 원인인 복부 팽창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메탄은 소의 방귀로 주로 배출되며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84배 높다.

영국 식품표준청(FSA)은 '보버'에 대해 10년간 엄격한 시험을 거쳤다고 밝힌 바 있다. 보버의 제조업체인 '디에셈 퍼미닉'(DSM-Firmenich)에 따르면 보버는 메탄 감소 효과와 안정성이 확인됐으며 현재 68개국에서 승인돼 20만마리 이상의 소에게 투여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다국적 식품업체인 알라푸드(Arla Foods)에서 자사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보버를 시범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루머가 시작됐다.

소셜미디어에서 보버가 사용된 제품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퍼지면서 보버가 활용된 우유를 싱크대에 붓는 동영상을 올리는 등 항의 게시물이 빗발쳤다.

지난해 12월 2일 루퍼트 로우 영국 개혁당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버가 함유된 어떤 것도 섭취하지 않겠다"며 영국 환경식품농림부에 '식품에 대한 보버 사용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제조단계에서의 순수 3-NOP가 눈에 부식성이 있고 피부에 자극을 주며 흡입시 유해할 수 있다"는 FSA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인체에 위험하다는 루머도 제기됐다.

이에 FSA은 잘못된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보버에 대한 추가 안전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침에는 3-NOP는 소화기관에서 모두 분해돼 우유에는 3-NOP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인체에 해가 없다고 명시됐다.

또 일부 사람들은 보버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영국 정부 평가 결과 권장 사용량에서 발암 가능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어째선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보버 음모론에 휘말렸다. 억만장자인 그가 자신의 부를 전세계 인구통제에 투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3-NOP을 순수한 형태로 섭취할 경우 남성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인용됐다.

게이츠는 보버나 보버를 제조하는 업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해조류를 이용해 메탄을 저감하는 스타트업인 '루민8'에는 투자한 바 있다. 최근 알라푸드는 빌 게이츠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FSA는 웹사이트를 통해 "잠재적 위험에 대한 58개 이상의 연구를 진행하고 보버를 평가한 결과 권장량의 2배를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 첨가제는 젖소 내에서 대사과정을 거치므로 우유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음모론으로 과학계에서는 대중 소통 및 투명성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10일 영국에서 진행된 보버 논란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미생물학 연구자인 시네아드 워터스 영국 골웨이대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과학자들에게 좋은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며 "농부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과도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돈지갑' 나왔다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이 나왔다. 한국조폐공사는 진짜 돈이 담긴 화폐 굿즈 신제품 돈방석·돈지갑을 출시하고,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와디

파리크라상 '사업부문'과 '투자·관리부문'으로 물적분할한다

SPC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이 물적분할을 진행한다.SPC그룹은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에 대해 물적 분할을 결정했다고 24일 밝혔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공사장 오폐수 무단방류로 고발

포스코이앤씨가 오폐수 무단방류 혐의로 광명시로부터 고발당했다.경기도 광명시는 서울~광명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원광명지하차도 터파기 과정에

'온실가스 배출권' 24일부터 증권사에서 주식처럼 거래

24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증권사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배출권을 직접

하나금융, 금융권 최초 '2024 지속가능성 KSSB 보고서' 발간

하나금융그룹은 지속가능성 의무공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2024 지속가능성 KSSB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4일 밝혔다.이번 보고서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기후/환경

+

올겨울 해수온 상승에 덜 춥다...때때로 '한파·폭설'

올겨울은 해수온 상승에 영향을 받아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추위가 덜하겠지만 때때로 강력한 한파와 폭설이 찾아올 수 있겠다.24일 기상청이 발표

지금도 난리인데...2100년 '극한호우' 41% 더 강력

탄소배출이 계속 늘어나면 2100년에 '극한호우'가 41%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미국 텍사스A&M대학교 핑 창 박사연구팀은 기존 기후모델보다 4

美 민간 기후데이터 시장 '세력확장'...정부 관련조직 축소탓

미국 정부가 기후관련 예산과 조직을 대폭 축소하면서, 민간 기후데이터 기업들이 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22일(현지시간) 글로벌 분

4만년 잠들었던 알래스카 미생물 '부활'…기후위기 '새 변수'

알래스카 영구동토층에서 4만년간 잠들어있던 미생물이 온난화로 인해 되살아나면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됐다.22일(현지

[COP30] 화석연료에 산림벌채 종식 로드맵도 빠졌다

브라질 벨렝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폐막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최종 합의문에는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산림벌채 종식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 24일부터 증권사에서 주식처럼 거래

24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증권사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배출권을 직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