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가들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사실상 폐기'...왜?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0-18 16:19:07
  • -
  • +
  • 인쇄
EU, 2030년 55%→57% 상향 '번복합의'
인플레이션과 산업 경쟁력 후퇴 우려?


유럽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상향하겠다는 약속을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제출할 유럽연합(EU) 공동 입장을 각국 환경장관들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량 상향을 번복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유럽 국가들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1990년 대비 55%에서 57%로 2%포인트(p) 높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EU는 이날 또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를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한은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우리는 2030년을 기점으로 우세하게 탈(脫)석유의 전력 생산에 동의하기로 했다"면서 "새로운 석탄 발전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협상에 참여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폴란드, 헝가리, 이탈리아가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상향을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자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기후목표가 계속 수정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폴란드의 경우, 현 여당인 법과 정의당은 석탄 의존도를 이유로 EU의 기후법안에 지속적으로 반대했다. 폴란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차기 선거 출구조사에서 탈석탄 정책을 공약한 정당이 1위를 차지했다"며 "선거가 끝나고 다시 폴란드의 기후정책이 바뀔 전망"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탈리아는 "유기 폐기물과 같은 물질로 만든 합성 바이오 연료를 탄소배출 목표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조항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이탈리아가 바이오 연료 사용을 의무화한 이후 자국내 바이오 연료 산업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COP28을 앞두고 나온 이같은 의견 불일치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유럽 국가들의 산업경쟁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이상 강력한 공동 기후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번 COP28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부담스럽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 다른 국가들이 행동할 수 있는 기회"라며 "그런데 EU의 이같은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의 온실가스 감축량 상향 번복과 관련해, 각국 환경 장관들은 "EU의 탄소중립 의지가 약화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테레사 리베라(Teresa Ribera) 스페인 생태전환부 장관은 "57% 감축은 EU의 새로운 목표가 아니다"면서 "COP28에 제출할 보고서에서도 명시했듯이 EU는 이미 기존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댄 요르겐센(Dan Jørgensen) 덴마크 환경장관은 "57% 감축 목표가 철회된 것은 기후재앙이 아니다"면서 "재생에너지 목표에 대한 약속은 그간 기후회의에서 나온 것보다 더 강력하다"고 밝혔다. 또 요르겐센 장관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자금지원,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약속 확보 등 논쟁의 여지가 있는 몇 가지 문제들은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웁케 훅스트(Wopke Hoekstra) 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암울한 지정학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후목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롯데카드, 해킹으로 297만명 정보 털렸다...카드번호, CVC까지 유출

롯데카드 해킹 사고 피해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롯데카드는 피해 고객 전원에게 전액 보상을 하겠다는 방침이

삼성전자, 5년간 6만명 신규채용...'반도체·바이오·AI' 중심

삼성전자가 성장사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으로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매년 1만2000명씩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기업 보고, 6개월로 바꾸자"...트럼프 주장에 美 또 '술렁'

미국 상장기업의 보고서가 분기에서 반기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장기업의

카카오, 지역 AI생태계 조성 위해 5년간 '500억원' 푼다

카카오그룹이 앞으로 5년간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 인공지능(AI) 생태계 육성에 투자한다고 18일 밝혔다. 카카오그룹은 지역 AI 육성을 위한 거점

[ESG;NOW] 올해 RE100 100% 목표 LG엔솔 '절반의 성공'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기후/환경

+

'2035 NDC' 60% 넘어설까...환경부, 7차례 토론회 연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설정하기 위한 대국민 논의가 시작된다.환경부는 오는 19일부터 내달 14일까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뜨거워지는 한반도...2100년 폭염일수 9배 늘어난다

한반도 기온이 매년 상승하고 있어 2100년에 이르면 여름철 극한강우 영향지역이 37%로 확대되고 강수량도 12.6%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또 폭염일수도 지

국민 61.7%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60% 넘어야"

우리나라 국민의 61.7%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6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왔다.기후솔루션이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200

美 트럼프 법무부 '기후 슈퍼펀드법'까지 폐지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가 석유화학 대기업에 기후피해를 배상하게 하는 '기후 슈퍼펀드법'까지 폐지하려는 것으로 드러났다.17일(현지시

강릉 가뭄 '한숨 돌렸다'...'단비' 덕분에 저수율 23.4%까지 회복

한때 11%까지 내려갔던 강릉의 저수율이 지난 수요일 내린 폭우 덕분에 18일 오전 6시 기준 23.4%까지 회복됐다. 아직도 평년 저수율 71.8%에 크게 못미치는

폭염 '조용한 살인자'...유럽과 호주, 온열질환 사망자 급증

북반구와 남반구 할 것 없이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폭염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올여름 유럽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3분의 2는 지구온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