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터져나오는 지역축제 '바가지' 잡음...근절될 수 있을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3 07: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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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막국수 닭갈비 축제에서 2만5000원에 판매된 감자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지역축제가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곳곳에서 바가지 요금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3일~18일 개최됐던 춘천 막국수 닭갈비 축제에서 손바닥만한 감자전 3장이 2만5000원, 1인분도 안돼 보이는 2인분 닭갈비가 2만8000원이라는 후기들이 커뮤니티에 줄줄이 올라왔다. 앞서 춘천시는 바가지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비단 춘천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환경사랑축제'에서는 내용물이 부실한 통돼지 바베큐를 4만원, 소주까지 합쳐서 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후기가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바베큐는 접시 아래 양배추를 깔아 부피를 키우고 소주는 생수병에 담겨나와 소주를 소분해 판매했다는 의심도 불러일으켰다.

▲경기도 수원 '환경사랑축제'에서 판매된 4만원짜리 통돼지 바베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달초까지 열린 함평나비대축제에선 통돼지 바비큐가 4만원, 어묵 한그릇이 1만원, 갯고둥 한컵이 5000원에 판매된 사실도 있다.

지난 4월에 열린 진해 군항제 역시 바가지 물가를 경험했다는 불만이 나왔다. 당시 공유된 메뉴판 사진에는 통돼지 바비큐가 5만원, 삼겹‧쪽갈비가 5만원, 고래고기가 8만원, 해물파전이 2만원, 순대야채볶음이 3만원, 오징어볶음이 3만원, 꼬치어묵가 1만원으로 적혀있다. 어묵 한 꼬치를 3000원에 팔았다는 후기도 있었다.

지난 14일 올라온 전북 남원 춘향제 후기에서도 10조각에 불과한 한입 크기의 닭강정을 1만7000원에 사먹었다는 불만이 나왔다. 작성자 A씨는 심지어 먹어보니 닭강정도 아닌 다짐육이었다며 씁쓸해했다.

춘향제 방문객 C씨도 전문식당과 지역단체가 함께 장사하는 곳에 갔다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경험했다고 지난달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토로했다. C씨에 따르면 양이 적은 통돼지 바베큐가 4만원, 손바닥 크기로 보이는 해물파전이 1만8000원, 야채가 대부분인 곱창볶음이 2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B씨는 "지역축제에서 전문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장난치는 건 봤어도 지역단체가 장난치는 건 처음 겪어본다"며 "야시장과 떨어진 외진 곳에서 지역민들이 파는 음식은 단체가 하는 야시장에 비하면 완전 혜자"라고 했다. 이어 "음식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거의 타지 사람이고 자릿세 비싸게 내고 들어온다"는 지역주민의 말도 전했다.


▲전북 남원 춘향제에서 판매된 1만7000원짜리 닭강정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남원시는 바가지요금 논란에 축제 담당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앞서 남원시는 춘향제를 앞두고 물가안정 캠페인까지 실시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축제의 바가지 상술이 논란이 된 것은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지난 4일자 방영된 KBS 예능 '1박2일'에서는 경북 영양전통시장을 찾은 출연진에게 한 상인이 옛날과자를 봉지당(약 1.5㎏) 7만원에 파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됐다. 이에 영양군 측은 온전히 외부 상인 책임이라며 선을 그었다가 역풍을 맞고 결국 6일 사과문을 군청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같은 바가지 물가는 주로 지역민이 아닌 외부상인 및 지역단체에 의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수원 환경사랑축제를 방문했던 C씨는 "화성축제는 수원 음식업체가 아닌 전문노점상과 주최 측 축제가 돼버린 폐해"라고 지적했다. 해당 축제는 지역언론사 '수원일보'가 수원시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축제였다.

지역축제에 참여한 음식업체들은 높은 자릿세를 토로했다. 보통 지역축제의 입점료는 100만원~2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급격히 오른 물가까지 더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구와 경북지역 축제에 입점한 적이 있는 대구 서문시장의 한 상인은 "며칠 입점에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자릿세를 생각하면 그만한 가격을 책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 퇴촌 토마토축제에 참여한 한 상인은 "하루 인건비가 20만원인데 5~6명의 인건비가 나가고 재료비는 코로나 이전보다 25~30%가 늘었다"며 "100원을 가지고 장사한다면 인건비하고, 물품대여비가 30원은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춘향제의 경우 입점료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춘향제 F&B 먹거리 부스 운영자 모집 재공고'에 따르면 관내지역 식품업체 입점료가 100만원에서 35만원으로, 관외지역 입점료도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내려갔다. 다른 지자체 축제 대비 입점료가 저렴했던 춘향제에서도 바가지 문제가 불거진 점을 감안하면 비단 자릿세의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전국 관광지의 불공정행위와 서비스, 위생, 안전관리 등을 집중점검하겠다고 밝히는 등 바가지 논란에 대응하고 있지만, 주최측과 참가업체들의 자정노력 없이는 바가지요금 근절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행법상 숙박업이나 음식업에는 자율가격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에서 조치를 취하려 해도, 지역주민이 아닌 외부인인 축제 상인들이 이를 잘 따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자체의 축제 담당 관계자에 따르면 가격만 제시된 수준으로 통일하고 양을 줄이는 식의 편법은 제재하기도 어렵다. 업체끼리 과도한 가격을 담합해 책정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재할 수는 있지만, 관광지 영세상인을 상대로 이를 입증하는 일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부스의 운영방식이 가격 불균형을 일으키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운영방식상 자본이 충분한 일부 업체들만 참여가 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업체간 경쟁이 사라져 독·과점이 만연해졌다는 것이다.


▲강원도 강릉단오제 (사진=연합뉴스)

시민들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비싼 자릿세로 인한 가격상승의 악순환도 지자체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역축제를 주관하는 건 지자체이므로 일부 외부 상인들의 불공정행위를 비롯해 서비스, 위생, 안전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 단속하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이다.

이에 지자체도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이달초 열렸던 전북 무주의 '산골영화제'는 무주군이 축제부스를 직접 관리하면서 음식 가격을 통제했다.

제주도에서는 도의회가 관광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입법 장치 마련에 나섰고, 충남 보령시는 7월 1일 개장하는 대천해수욕장 등의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물가관리 특별팀을 구성하고 부당요금 이동신고센터도 운영하기로 했다.

강원도 강릉은 '강릉단오제'의 부당요금 근절을 위해 감자전 2장에 1만2000원, 막걸리인 단오주에 6000원의 정가를 매겼으며 어묵, 꼬치 등을 파는 상가에서는 가격을 공시하고 난장의 전매 행위도 단속했다.

경북 경산시는 22일부터 열리는 '경산자인단오제'에서 상인들에게 일정 요금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축제장 내에서는 자인단오보존회와 계약한 지역상인들만 판매행위를 하도록 허가하고, 판매 가격은 8000원 안팎으로 고정했다.

이밖에도 파주시의 '파주개성인삼축제'와 '장단콩축제', 대전시의 '0시 축제', 수원시의 '통닭거리 축제'도 가격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맞춰 바가지 논란을 잠재우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전국 86개 문화관광축제를 대상으로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착한가격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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