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뿔쇠오리 4마리 사체 발견…범인은 길고양이?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2-24 17: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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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부분과 가슴뼈만 남아"
고양이 섬 밖으로 반출 예정
▲고양이에게 잡아 먹힌 것으로 추정되는 뿔쇠오리 사체(사진=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한국 최남단의 작은 섬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에 따르면, 마라도 동측 절벽 인근에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4마리의 사체가 확인됐다. 사체는 거의 뼈만 남아있는 상태로 일부는 뼈에 깃털만 붙어있다.

연구센터는 마라도에서 뿔쇠오리를 이렇게 직접 공격해 포식할 수 있는 개체로 고양이를 지목했다. 센터 관계자는 "뿔쇠오리 사체가 마구 찢긴 채 날개 부분과 가슴뼈, 다리 일부만 남겨진 것으로 보건대 길고양이가 공격해 먹어 치운 것으로 보인다"며 "고양이는 조류 등의 날개 부위와 가슴뼈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먹는 습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된 곳은 뿔쇠오리가 주로 몰려들고 동시에 고양이가 접근하기에도 수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양이로 인해 철새가 공격받게 된 건 과거 주민들이 쥐를 잡기 위해 들여온 고양이들이 야생화하면서 개체 수가 급증해 섬 내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재청 등은 지난 17일 2차 협의체 회의를 열어 멸종위기종 뿔쇠오리를 비롯한 200여 종의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일괄 반출'하기로 결정했다.

문화재청이 직접 나선 이유는 마라도가 현재까지 뿔쇠오리가 찾는 전 세계 유일의 유인도이기 때문이다. 뿔쇠오리는 천적이 접근하기 어려운 절벽에 알을 낳고 서식한다. 그러나 서울대 산림학과에서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2018년 조사 결과 마라도 고양이 20마리에 의해 희생된 뿔쇠오리는 24마리로 추산됐다.

고양이로 인해 생태계가 변하는 건 비단 마라도뿐만이 아니다. 국내에 여러 작은 섬들도 이같은 문제를 겪고 있고 해외에서도 고양이가 섬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2011년 국제 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에 발표된 '외래 고양이가 섬 멸종위기종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최소 전 세계 120개의 섬에서 고양이가 섬 고유종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모습이 확인됐다.

일부 동물단체에선 뿔쇠오리의 죽음에 고양이보다 까치나 매, 쥐 등의 공격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지만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는 매나 쥐가 공격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매는 뿔쇠오리를 사냥하면 탁 트인 초원이 아닌 절벽 등으로 옮겨 먹이를 먹고 쥐는 뿔쇠오리를 직접 잡아먹을 정도로 날쌔거나 힘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문화재청의 이같은 결정에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에서는 한번에 고양이들이 반출되면 대부분 입양되지 못한채 안락사 당할 것이라 지적하며 문화재청과 제주도에 마라도 고양이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항의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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