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지스강에 '세계 최장 ​​유람선'…멸종위기 돌고래 위협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1-17 08: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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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크루즈선 10배 확대 계획
"하천교통량 증가로 심각한 교란"
▲인도 갠지스강을 운행하는 3층 호화유람선 MV강가빌라스(사진=안타라크루즈)

세계에서 가장 긴 강 ​​유람선이 멸종위기종인 갠지스돌고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가 인도 우타프라데쉬주 바라나시에서 '세계에서 가장 긴 강 유람선'을 공식적으로 띄웠다고 보도했다.

18개의 스위트룸이 있는 3층 호화유람선 'MV강가빌라스(MV Ganga Vilas)'는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인도 유람선 관광트렌드의 최신 벤처로, 51일에 걸쳐 방글라데시 다카를 거쳐 인도 아삼주 디브루가르까지 총 3200km, 27개의 강을 오갈 예정이다. 모디 총리는 이번 유람선 산업이 인도 관광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할 "획기적 순간"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유람선의 증가가 인도강돌고래(Platanista gangetica)의 서식지에 지속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람선은 바라나시에서 30㎞ 떨어진 지점, 갠지스강과 곰티강이 합류하는 카이티마을을 통과하는데 이곳은 물살이 깊고 조류가 느려 돌고래의 서식지가 되는 곳이다. 10월 야생동물 관계자들은 해당 지역에서 새끼돌고래 무리가 발견되면서 지역 돌고래 수가 35마리에서 39마리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카이티마을 뿐만 아니라 비하르의 비크람실라 강게틱 돌고래보호구역(Vikramshila Gangetic Dolphin Sanctuary) 등 많은 고래 보호구역이 이 유람선의 경로에 위치해있다.

인도강돌고래는 남아시아에 서식하는 2종의 민물돌고래 중 하나로 인도 북부 베아스 강과 파키스탄에서 발견된다. 이 종은 이미 수질오염, 과도한 수자원 추출, 밀렵을 포함한 여러 위협에 직면해있다.

라빈드라 쿠마르 신하(Ravindra Kumar Sinha) 인도 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는 유람선이 "돌고래에게 닥친 기존 모든 위험에 더해진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990년대 인도강돌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는 데 일조했으며 이후 수질환경 개선 및 보존계획 등의 노력으로 최근 돌고래 개체수가 갠지스 강에서 약 3200마리, 브라흐마푸트라 강에서 500마리로 증가했다. 이러한 노력을 유람선관광이 망칠 것이라는 우려다.

신하 교수는 인도강돌고래들이 2006년 중국 양쯔강에서 하천교통량 증가로 멸종한 양쯔강돌고래(Baiji)의 운명을 따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유람선이 소음에 민감한 돌고래들에게 심각한 교란을 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도강돌고래. 수질오염, 밀렵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사진=위키백과)

인도강돌고래는 시력이 거의 없으며 반향위치측정을 사용해 탁한 물속을 탐색하고 먹이를 찾는다. 자그디시 크리슈나스와미(Jagdish Krishnaswamy) 인도 인간거주지연구소(IIHS) 생태학자는 "유람선 및 화물선, 기계보트의 교통량 증가로 인한 수중소음공해는 반향위치측정을 방해해 돌고래의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2019년 크리슈나스와미 학자를 비롯한 3명의 전문가가 고래류 탐지기로 측정한 결과 선박 모터가 일으키는 수중소음 때문에 돌고래의 음향반응이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만성 소음공해는 돌고래의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피로를 유발하고 먹이를 찾는 행동을 변화시켜 그만큼 손실되는 에너지를 보충하고자 더 많은 먹이를 먹게 만든다. 게다가 장기간 수중소음에 노출되면 방향감각 상실로 선박이나 프로펠러 블레이드에 충돌해 죽거나 다칠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 카시프 시디키(Kashif Siddiqui) 안타라크루즈(Antara cruises) 마케팅이사는 MV강가빌라스 크루즈가 2년 치 티켓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모든 환경예방조치와 정부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홍보자료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원칙을 중심으로 강가빌라스는 오염방지 및 소음제어기술을 이용해 고대 강을 여행한다"고 적혀있다.

현재 약 100척의 크루즈가 갠지스 및 브라마푸트라 노선에서 운행되고 있으며 인도 정부는 그 수를 10배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환경운동가들은 이 정도 규모의 개발이 하천생태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에는 바라나시 갠지스강에 위치한 7km 규모의 야생동물보호구역을 수로개발에 개방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람선 운항을 위한 최소 수심유지 준설작업으로 발생할 높은 진동과 소음도 우려된다. 인도 내륙수로관리국(Inland Waterways Authority of India)이 실시한 환경평가에서는 준설소음으로 인한 물고기·돌고래·거북의 행동변화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하나 수닐 쿠마르 콘하리(Sunil Kumar Chaudhary) 위원은 "바다와 달리 강은 규모가 작고 준설활동 시 돌고래들이 이동할 만한 넓은 지역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블리 베르마(Avli Verma) 인도 수자원·에너지정책연구소 '맨탄 아디야얀 켄드라센터(Manthan Adhyayan Kendra centre)' 연구원은 정부가 "사업하기 쉽도록" 필요한 환경보호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예방적 보존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수로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며 "인도강돌고래의 서식지와 생존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갠지스강 유람선을 생태관광으로 홍보할 수는 없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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