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방큰돌고래에 법적 지위…'생태법인' 논의 본격화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1-13 17:27:15
  • -
  • +
  • 인쇄
제주도 '해양생태계 보호 자문회의'
"생태계도 국가·개인 대상 소송 가능"
▲서귀포 앞바다 누비는 남방큰돌고래 무리(연합뉴스)

남방큰돌고래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호를 위해 '생태법인'(Eco Legal Person) 제도를 도입하려는 논의가 제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제주도는 13일 도청 한라홀에서 김희현 정무부지사와 해양생태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해양생태계 보호방안 마련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생태법인' 제도 도입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생태법인'은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대상에 대해 법인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대상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법인격을 부여받으면, 기업이 국가·개인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듯 동식물도 후견인 또는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주체가 된다.

이미 뉴질랜드는 지난 2017년 뉴질랜드 북쪽섬에 위치한 왕가우니 강에 법인격을 인정했고, 독일에서도 헌법에 생태계 법인격 인정을 위한 수정작업이 진행되는 등 서구권에서는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제주대학교 진희종 박사는 "멸종위기종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생태법인 제도의 도입은 제주해양생태계의 건강성 유지는 물론, '사람과 자연의 행복'이라는 오영훈 도정의 제주공동체 가치와 목표에 직결되고 제주바다 자치주권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 박사는 "근대 법치주의 탄생 이후 법인의 대상과 내용은 사회적 필요성에 의해 다양해지고, 확장돼왔다"며 "자연의 존재물에 법인격을 부여하지 말라는 절대 원칙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생태법인은 국민 전체, 인류 전체의 이익, 나아가서 미래세대의 자연, 자연의 공공성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태법인의 구체적인 적용 대상 중 하나로 떠오르는 게 바로 멸종 위기에 놓인 제주 연안의 남방큰돌고래라고 강조했다.

남방큰돌고래는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열대·아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중형 돌고래로 우리나라에는 현재 제주도 연안에서만 110∼120여마리가 서식한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있지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박태현 강원대학교 교수는 '생태법인 법제 도입의 의의와 추진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환경법의 체계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구적 환경위기가 가속화하는 까닭은 현행 법체계가 자연을 생명의 원천으로 보지 않고 단지 인간의 효용성에 따라 자원·재산·자연자본으로 그 가치를 평가하는 태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위한 전략으로 헌법에 자연의 존재 권리 등을 인정한 에콰도르의 사례를 들면서 "우리나라 헌법에 자연과 자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에콰도르의 모델을 따르기에는 경제발전양식이나 법체계의 조정 부담이 너무 크다"며 "적절한 후보를 찾아 법인격을 부여하는 선택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