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탄 밀·태풍 맞은 오렌지…기상이변에 망친 작물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1-03 08:50:02
  • -
  • +
  • 인쇄
美 올해 24개 기후재앙에 10억달러 이상 피해
캘리포니아 가뭄에 쌀농사 포기…수확 반토막

지난 1년간의 기상이변으로 밀, 오렌지 등 5가지 대표적인 작물이 황폐화됐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는 기상이변이 경제적 피해에 더해 전세계 많은 지역의 식량체계를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위기로 기온이 오르고 강수패턴이 바뀌고 가뭄이 길어지면서 대부분의 농작물 재배 및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만 해도 허리케인 피오나와 이안, 켄터키 동부의 홍수, 그리고 천년에 한 번 오는 초대형 가뭄 등 이미 24개 이상의 대규모 기후재앙을 겪으면서 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재배업자들은 재배계절의 변화, 수자원 제한 및 극심해지는 기상이변으로 농사포기, 재배지 이전 또는 작물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기상이변은 국가와 전세계의 식품운송에 지장을 주고 있다.


◇ 나무에서 떨어지는 플로리다 오렌지

지난 9월 말 허리케인 이안이 미국 플로리다 걸프연안을 강타한 후 해당 지역의 감귤재배업자들은 과일의 50~90%가 강풍과 비로 인해 나무에서 떨어져 나갔다고 보고했다.

레이 로이스(Ray Royce) 하이랜드감귤재배자협회(Highlands Citrus Growers Association) 전무이사는 허리케인이 "감귤재배지역 중심부를 관통해 일부 재배업자는 과일의 80%까지 잃었다"고 보고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허리케인 영향으로 과일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나무가 완전히 뿌리째 뽑히거나 물에 잠겼다. 더욱이 올해 플로리다의 오렌지 재배업자들은 이미 따뜻한 기후에서 번성하는 침습성 박테리아 감귤녹화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 농무부(USDA)는 이번 시즌 캘리포니아주에서 이전 시즌보다 32% 감소한 2800만 상자의 오렌지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43년 이후 최저치다.


◇ 가뭄에 미처 심지 못한 벼

세계 3대 작물 중 쌀도 올해 특히 어려운 재배기를 보냈다. 캘리포니아 쌀 위원회(California Rice Commission)는 올해 캘리포니아주 쌀 수확량이 평년의 절반 정도인 25만 에이커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니엘 섬너(Daniel Sumner) 미국 데이비스대학(UC Davis) 농업경제학교수는 "저수지 수위가 낮아지고 겨울철 강수량 감소로 수원이 부족해져 농작물의 절반이 재배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 계절을 버틸 정도로 물이 충분하지 않아 많은 재배업자들이 벼를 심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섬너 교수의 연구팀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통 쌀의 약 절반을 중국과 일본에 수출하는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강 지역은 1만4300개의 농업일자리를 잃어 13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에 직면했다. 지난해는 캘리포니아가 가뭄에 직면한지 4년째 되는 해였다.


◇ 캘리포니아의 토마토 수확량 감소

지난 8월 USDA는 가뭄으로 캘리포니아 토마토 수확량이 연초 추정치보다 10% 감소한 105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보통 전세계 가공용 토마토의 약 30%를 생산하는데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세계 가공토마토 공급이 향후 30년 안에 6%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섬너 교수는 토마토가 많은 물이 필요하지 않은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가뭄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고 덧붙였다.

높은 수요와 감소된 공급은 토마토가격에 반영됐다. 섬너 교수는 이번 시즌 토마토 판매가가 작년 톤당 90달러에서 올해 톤당 약 100달러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이탈리아 등 토마토주산지의 기온이 상승할 경우 토마토를 재배하지 못하는 환경이 되어 북부 캘리포니아나 중국 등 보다 시원한 기후로 재배지를 옮겨야 할 가능성도 있다. 


◇ 더위에 그을린 밀, 물에 잠긴 밀

이상기후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규모 밀 수출까지 끊기면서 전세계 밀 재배업자들 또한 힘든 한 해를 맞이했다. 프랑스, 스페인, 인도 전역의 폭염이 밀을 태웠으며 미국 농부들은 겨울철 가뭄과 봄철 홍수를 견디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올해 미국 겨울 밀 수확량은 가뭄이 캔자스주를 비롯한 미국 중서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25% 감소했다. 봄철 밀은 강우량 증가와 봄 눈보라에 타격을 입었다.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ce Fund) 연구진은 캔자스주 겨울 밀 생산량이 계속 감소해 2030년까지 캔자스 카운티의 8%에서 겨울 밀 생산량이 5%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밀 품종을 개량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올해 초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여전히 기후변화로 인한 수확감소량이 생산량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몬순에 침수된 뉴멕시코 칠리

미국 뉴멕시코주 남부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그린칠리 수확에 차질이 빚어졌다. 레미타(Lemitar)의 신코 에스트렐라 칠레농장(Cinco Estrella Chile Farms) 소유주 글렌 더긴스(Glen Duggins)는 폭우와 노동력 부족이 겹쳐 밭이 물에 잠기고 잡초가 작물을 뒤덮었다고 하소연했다.

더긴스는 "보통 하루에 800포대, 못해도 300~400포대를 포장했는데 올해는 7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전체 시즌에 걸쳐 1000포대도 수확하지도 못했다"며 "그린칠리는 건조한 날씨를 좋아하는데 이번엔 좀 과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익이 계속 떨어지면 농장폐쇄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뉴멕시코 칠리는 21도에서 29도 사이에서 가장 잘 자란다. 너무 더우면 열매가 맺히지 않으며 비가 너무 와도 뿌리가 썩는다. 남부 뉴멕시코의 기후는 이러한 칠리를 재배하는 데 적합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올해 해당 주 일부 지역 강수량이 189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가뭄모니터(US Drought Monitor)는 주 전체의 45%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지만 몬순 시즌에는 가뭄지역이 주 전체의 단 1%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채굴에 인도네시아 환경 '와르르'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때문에 인도네시아 산림이 초토화되고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국제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나무가 크면 클수록 좋을까?…"토양기능은 오히려 줄어든다"

나무의 키가 클수록 산림의 문화와 생산 기능은 강화되지만, 토양 기반 생태기능은 오히려 저해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조절, 재해예방

녹색전환硏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지역 기후정책 발굴

녹색전환연구소가 지역의 기후정책 발굴을 위해 총상금 300만원 규모로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살기좋은

알래스카, 사상 첫 폭염주의보…"놀랍게도 기후변화 때문 아냐"

미국 알래스카주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경보 체계에 따라 처음으

'기후정부' 출범했는데...광역지자체 '무늬만 탄소중립' 수두룩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