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급감하자 말라리아 환자 급증...원인은 '항아리곰팡이'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2-09-21 16:32:52
  • -
  • +
  • 인쇄
중미지역 국가들, 말라리아 환자 급증 이유가
한반도서 퍼진 항아리곰팡이 때문으로 밝혀져
▲항아리곰팡이로 탈라만카 고원서 사라진 키리쿠 할리퀸 개구리(사진=Marcos Guerra)

한반도에 서식하던 '항아리곰팡이'(Bd)가 중미 대륙으로 퍼지면서 해당 국가에서 양서류 개체수가 줄고, 이로 인해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UC 데이비스) 마이클 스프링본(Michael Springborn) 환경과학정책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중미 국가인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에서 항아리곰팡이 때문에 양서류가 감소하고 말라리아 환자가 연간 1000명당 1명꼴로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20일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항아리곰팡이' 또는 'Bd'로 불리는 이 균으로 인해 전세계 90종 이상의 양서류가 거의 절멸하다시피 했다. 또 400여종의 양서류는 개체수가 90%까지 줄었다. 포자의 형태가 항아리와 닮아 항아리곰팡이로 불리는 이 균은 유전자 분석에서 한반도에서 기원돼 퍼져나갔다는 연구논문이 지난 2018년 5월에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되기도 했다.

양서류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매개체인 모기의 유충과 알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항아리곰팡이의 영향으로 양서류가 급감한 것과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한 것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다. 양서류가 항아리곰팡이로 인해 급격히 감소하면서 결국 인간의 건강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결론이다.

연구팀이 양서류 생태 자료와 공공의료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항아리곰팡이가 확인된 시기와 장소가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한 시기 및 장소와 분명히 연관된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다른 변수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양서류가 사라진 뒤 말라리아 환자 증가를 유발하는 다른 요인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스프링본 교수는 "안정적 생태계는 질병 예방과 보건의 중요한 과정을 포함한 인간 복지의 모든 면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며 "생태계가 파괴되도록 방치한다면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인간의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국제 야생동물 거래를 통해 항아리곰팡이처럼 치명적일 수 있는 균이 확산하는 것을 우려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이런 균들을 퍼뜨릴 수 있는 종을 구체화해 규제하는 등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존 밴더미어(John Vandermeer) 생태·진화생물학 교수는 "이 논문은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며 "생물다양성을 잃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복지, 이번 경우에는 인간의 건강에 2차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녹색전환연구소 'RE100' 첫걸음...상반기 전력사용분 REC 구매

녹색전환연구소가 RE100 달성을 위해 올 1~7월 사용한 전력만큼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구매했다고 20일 밝혔다. 8~12월 사용분은 내년 상반기에 추가

KB국민은행, 중소·중견 대상 '우리기업 탄소기업 첫걸음' 이벤트

KB국민은행이 온라인 플랫폼 'KB 탄소관리시스템' 신규 등록하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우리 기업 탄소관리 첫걸음'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20

[ESG;NOW] 하이트진로 탄소배출량 감축했다고?...생산량 감소로 '착시'

하이트진로가 최근 2년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9% 감축한 것으로 공개했지만 실제로는 판매량 감소로 인한 착시현상인 것으로 드러났다.하이트진로의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기후/환경

+

"담배필터 금지해야"...유해물질 못거르고 미세플라스틱만 흡입

담배 필터가 정작 유해물질을 거르는 기능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미세플라스틱만 인체로 흡입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최근 영국 중독연구협회 학술지

"종량제 이것 넣으면 과태료 100만원"...분리배출 '가짜뉴스' 판친다

'10월부터 종량제봉투 단속이 강화된다', '10월부터는 라면봉지 씻지 않고 버리면 10만원 과태료' 등 생활폐기물 분리배출과 관련해 유튜브에 가짜정보

녹색전환연구소 'RE100' 첫걸음...상반기 전력사용분 REC 구매

녹색전환연구소가 RE100 달성을 위해 올 1~7월 사용한 전력만큼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구매했다고 20일 밝혔다. 8~12월 사용분은 내년 상반기에 추가

국제해운 '탄소세' 연기에…기후솔루션 "2050 탄소중립 시계 멈췄다"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세계 첫 탄소세 시장 도입이 최종 문턱에서 불발되자, 기후환경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녹색이 사라지는 바다...기후변화로 식물성 플랑크톤 감소

지구온난화로 전세계 바다에서 녹색이 사라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과 중국 칭화대학 연구팀은 2001~2023년 중·저위도 해

트럼프 어깃장에...수년간 합의한 '해운 탄소세' 물거품되나?

당초 2027년부터 도입할 예정이었던 이른바 '해운 탄소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반대에 부딪혀 1년 이상 연기됐다.유엔 산하 국제해사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