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석유 '리튬' 딜레마...늘리자니 '환경파괴' 안늘리자니 '공급부족'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4-04 18:29:09
  • -
  • +
  • 인쇄
美정부, 리튬 생산확대 위해 'DPA법' 곧 발동
환경운동가들 "채굴 늘리면 원주민 2차 피해"


전기자동차 전환을 앞당기려면 배터리의 핵심광물인 '리튬'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무분별한 채굴은 심각한 환경파괴를 낳는다는 점에서 리튬 채굴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리튬 생산을 늘리려는 정부에 환경단체들이 맞서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단체 생물다양성센터(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 선임변호사 마야 골든크랜서는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The Hill)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채광산업에 많은 정부보조금이 투입되고 있고, 규제가 미비한 상황에서 리튬 채굴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리튬·니켈·흑연·코발트·망간 등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주요 광물을 증산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efence Production Act·DPA)을 조만간 발동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DPA는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물품을 생산 기업의 손실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우선 조달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1950년 9월 한국전쟁 당시 제정된 이 법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전쟁 당시 철강 생산을 위해,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물자 확보에 활용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의 DPA 발동은 세계 최고 리튬 생산국인 중국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미국 내 배터리 수급을 원활하게 해 전기자동차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2020년 기준 흑연과 망간을 100%, 코발트와 리튬을 각각 76%와 50%를 수입했다. 그런데 최근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망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광물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DPA를 발동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DPA가 발동되면 해당 광물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은 약 7억5000만달러(약 9113억원)의 정부지원금을 받고,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받게 된다.


특히 DPA 대상 5개 광물 가운데 재충전 배터리의 핵심인 '리튬'의 수요는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리튬은 노트북PC나 스마트폰 등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이기 때문에 '하얀 석유'라고도 불린다. 지난 2020년 리튬에 대한 전세계 수요는 35만톤, 오는 2030년까지 수요가 최대 6배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리튬이 중요해지는만큼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리튬 광석에서 리튬을 추출할 때 첨가하는 점토와 황산은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이는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목장 운영이나 멸종위기 동·식물종을 위협한다. 또 대부분의 광산은 아메리카 원주민 보호구역으로부터 35마일(56km) 이내에 위치해 있어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한다. 이 때문에 한 광산업체는 조상들의 유골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지역 원주민들과 소송을 벌이는 경우도 생겨났다.

콜로라도광산대학 부설 페인공공정책연구소(Payne Institute for Public Policy at the Colorado School of Mines)의 모건 바질리안 소장은 "대체적으로 미국 의원들은 정파를 떠나 원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역사적으로 그래왔다. 원주민들은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오래도록 푸대접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파이우테-쇼쇼니 족(Paiute-Shoshone) 소속이자 미국 네바다주에서 리튬 채굴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의 모임 '붉은산 사람들'(the People of Red Mountain)의 주최자 데이 힌키는 이번 DPA 발동 건을 두고 "원주민에 대한 2차 침략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