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국, 2034년까지 석유·가스 생산 중단해야"...한국은?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3-23 16: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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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경제력과 화석연료 생산의존도 비교
부유국과 빈곤국, 종료시기 차등해야 공평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려면 부자국가들이 2050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2034년까지 석유와 가스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석유 생산국은 아니지만 석유를 제외한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4000달러(2019년 기준)로, 2030년까지 43% 감축하고 2039년까지 관련 제품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PPP 기준 GDP는 각국의 물가, 환율 수준을 반영한 것이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틴들(Tyndall) 기후변화연구센터의 케빈 앤더슨(Kevin Anderson) 교수팀은 화석연료 생산에 의존하는 최빈국들이 2050년까지 화석연료를 탈피하려면, 먼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달러 이상인 부자나라들이 앞으로 12년 이내에 석유와 가스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가이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2034년까지 화석연료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세계에 50%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다. 이들이 줄여준 시간만큼 최빈국들은 화석연료에서 전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보고서는 각국의 경제력과 화석연료 생산 의존도에 대해 조사했다. 그리고 미래의 석유·가스 생산량이 파리기후목표인 1.5℃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이것이 전세계 석유·가스 공급의 99.97%를 차지하는 88개국에 어떤 의미인지를 수치화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번영한 부유국가들은 화석연료생산을 중단할 여력이 있는 반면, 빈곤국들은 당장 화석연료를 중단할 경우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가령 미국 GDP의 8%는 석유 및 가스수입이 차지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해도 미국의 1인당 GDP는 여전히 약 6만달러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다. 그러나 남수단, 콩고공화국, 가봉같은 국가들은 소규모로 생산하는 석유·가스마저 끊기면 다른 경제적 수입이 거의 없어 급격히 무너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석유를 제외한 1인당 GDP가 4만4127달러로 화석연료 의존도가 상위 33개국 안에 들어간다.
(자료=케빈 앤더슨, 영국 맨체스터대학)


지구 온도상승을 1.5°C로 제한할 확률이 50%라고 가정했을 때, 보고서는 석유를 제외한 1인당 GDP가 5만달러 안팎인 상위 19개국은 2030년까지 화석연료를 74% 감축하고 2034년까지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영국, 노르웨이, 캐나다, 호주 및 아랍에미리트가 여기에 해당되며, 이 국가들은 현재 전세계 석유·가스의 35%를 생산한다.

우리나라는 석유 생산국은 아니지만 석유를 제외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4127달러로, 상위 19개국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43% 감축하고 2039년까지 관련 제품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시했다.

▲한국은 화석연료 비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석유정제·수출국으로서 세계 석유·가스 생산의 35%를 차지하는 상위 19개국에 들어간다.(자료=케빈 앤더슨, 영국 맨체스터대학)


석유를 제외한 1인당 GDP가 2만8000달러에 육박하는 14개국은 2030년까지 43%를 감축하고 2039년까지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해당 국가들은 전세계 석유·가스의 30%를 생산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등이 여기에 속한다.

1인당 평균 비석유 GDP가 1만7000달러인 11개국은 2030년까지 28%를 감축하고 2043년까지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이들은 세계 석유·가스의 11%를 생산하며 중국, 브라질, 멕시코가 해당된다.

1인당 평균 비석유 GDP가 1만달러인 19개국은 2030년까지 18%를 감축하고 2045년까지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이란, 이집트 등이 있으며 세계 석유·가스의 13%를 생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1인당 평균 비석유 GDP가 3600달러인 25개국의 '최저생산국'은 2030년까지 14%를 줄이고 2050년까지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이 국가들은 세계 석유·가스의 11%를 생산하며 이라크, 리비아, 앙골라, 남수단이 포함된다.

2015년 파리정상회담을 감독했던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국장은 "이번 연구는 부유국가들을 필두로 모든 국가들이 석유와 가스 생산을 빠르게 중단하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노동자 및 지역사회를 위한 공정한 전환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의적절하게 상기시켜준다"며 이같은 조사결과를 환영했다.

이번 연구는 특히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회의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세계 남반구국가들의 기후정의에 다시 초점을 맞춘 가운데 나온 것이다.

케빈 앤더슨 교수는 "공평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화석연료경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많은 부유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이 형평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며 비판했다.

또 보고서는 빈곤국들이 정치적, 경제적 격변을 피하려면 연료전환에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리디 나크필 기후정의운동가는 "부유국가들이 빈곤국들을 재정적, 기술적, 정치적으로 지원하고 부채를 탕감해주면 이 보고서에 제시된 기간 내로 석유 및 가스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단계적으로 폐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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