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방사능 위험지역인데"...러시아는 왜 체르노빌부터 점령했나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2-25 12:09:26
  • -
  • +
  • 인쇄
1986년 원전폭발 후 36년간 특별관리구역
러 점령에 시설 안전한지 확인 불가능해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까지 점령하면서 체르노빌 참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하일 포돌략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실장 고문은 체르노빌 원전이 러시아군에 의해 점령당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부에 위치한 체르노빌시는 지난 1986년 원자로 폭발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원전 폭발사고 이후 체르노빌 원전은 반경 30km 지역이 지금까지도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소개구역'으로 지정돼 특별관리되고 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점거 이후 시설관리자들을 억류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재 폐쇄된 체르노빌 원전 원자로, 대피소, 핵폐기물 저장고가 훼손없이 보호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러시아군이 침공 첫날부터 방사능 오염을 무릅쓰고 이곳을 우선적으로 점거한 이유는 체르노빌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사아의 우방국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체르노빌은 벨라루스와의 접경지역에서 10마일(약 16km)이 채 안되는 거리다. 체르노빌에서 수도 키이우까지의 거리는 80마일(약 130km)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와 주변 접경지역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경로는 단순히 거리상 이점뿐 아니라 지형적 이점도 있다.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를 거쳐 흑해로 흘러드는 길이 2290km의 드니프로(드네프르) 강은 우크라이나 국토를 반으로 가르고 있다. 수도 키이우는 러시아 입장에서 바로 강 건너편에 있다. 군사작전상 방어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도하작전을 감행하는 일은 거의 금기시돼 있다. 하지만 드니프로 강은 벨라루스에서부터 이어지기 때문에 러시아군은 우방지역에서 미리 강을 건너 북쪽에서부터 육로로 우크라이나의 수도를 공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체르노빌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가동중인 15개 원전에서 배출된 엄청난 양의 핵폐기물을 저장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체르노빌 사태 때 유럽 전역이 방사능 피해를 입었던 것을 감안하면, 러시아가 체르노빌을 점거한 상황에서 이곳에 위치한 시설들이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서방국에는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러시아의 공격이 "또다른 환경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1986년 세계는 체르노빌에서 최악의 기술적 재해를 목도했는데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한다면 체르노빌 참사는 2022년에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 지역에 있는 원전 시설의 안전한 운영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거나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평화적 목적의 원전 시설에 대한 어떠한 무장 공격이나 위협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2009년 IAEA 총회 결의 내용을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