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방산업 ESG 기준 강화...잇단 투자철회에 방산업계 '비상'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2-03 16:38:26
  • -
  • +
  • 인쇄
EU, 방산업을 '죄악주' 낙인...'소셜 택소노미'서 제외
금융권도 가세하자 "안보에 구멍나면 어쩌나' 우려


유럽연합(EU)이 방위산업에 대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강화하자, 투자자들이 EU 방산업체들을 외면하면서 EU 안보에 구멍이 뚫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EU가 최근 녹색산업 분류체계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논의를 '소셜 택소노미'(Social Taxonomy) 논의로 확장시키면서 방산업체가 담배·도박 등을 다루는 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기업'으로 분류됐고, 이는 안보상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난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EU는 탄소중립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가능금융'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금융 재원 조달책의 일환으로 EU와 국제표준화기구(ISO)는 금융권과 투자자가 금융지원 대상을 구분할 수 있도록 ESG 분류체계인 '택소노미'(Taxonomy)를 마련중이다.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못하면 자금조달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기업들에 구속력 있는 지침이 될 전망이다.

국제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SGR)에 따르면 각국 방산업체들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6%를 차지한다. 또 SGR은 교토의정서 체결 당시 방산업체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각국 정부가 자국 방산업체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보고할 의무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매년 부패지수를 발표하는 국제투명성기구(TI) 조사결과, 전세계 상위 134개 방산업체 가운데 12%만이 부패방지에 힘쓰고 있었다.

이에 EU는 지난 7월 소셜 택소노미 초안에서 방산업체를 담배·도박 산업과 함께 사회에 위해를 가하는 기업으로 분류했다. 금융권도 이같은 움직임에 합세했다.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 KLP는 핵무장과 연관이 있는 영국 방산업체 밥콕과 롤스로이스 등에 대한 1억4700만달러(약 1733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했고, 독일 주립은행 바이에른LB는 매출액의 20% 이상이 방산 관련 수익인 업체들과 거래를 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 우주항공 및 방위산업협회(ASD)는 반발하고 나섰다. 새로운 제도가 방위산업의 재원 확보를 위협하고, 나아가 EU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유럽 방산업체들의 시가총액도 떨어지고 있어 ASD는 유럽 집행위원회(EC)에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ASD 협회장 알레산드로 프로푸모(Alessandro Profumo)는 최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이 글로벌 차원의 여러 위협들에 대응하기 위해 강한 방위산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 대해 "EU의 다른 정책들과 지속가능금융 계획이 일관되어야 한다"며 "국방은 지속가능성의 일부이다. 안보 없이는 지속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방위산업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롤스로이스는 KLP의 투자철회 조처에 대해 "영국왕립해군과는 원자력발전소의 설계·건설·정비에 관한 것과 핵잠수함의 추진 시스템 건으로 연관된 것이지 다른 무기 제조와 관련된 것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의 베르트랑 델케르(Bertrand Delcaire) IR(재무홍보)부서 대표는 "우리가 제공하는 솔루션 및 제품군 가운데 사이버 보안은 긍정적인 ESG 활동으로 분류되고, 전파탐지기, 수중음파탐지기, 군용통신시스템이 부정적인 ESG 활동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미국 증권연구소 버티컬 리서치 파트너스(Vertical Research Partners)의 분석가 로버트 스탤라드(Robert Stallard)는 "방산업체 분야 자체가 유럽 투자자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업체들이 아마존 열대우림에 나무를 심어도 리스트는 그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한꺼번에 모든 방위산업 관련주를 매각하기보다 세부적으로 기준을 조정해 중간지대를 찾을 것을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겨울 따뜻해지면...나무의 탄소흡수량 줄어든다

지구온난화로 겨울 기온이 오르면 나무가 탄소를 흡수하는 데에도 지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미국 보스턴대학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토양 온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