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AI시대에 학력?...직업생태계 바뀌고 있다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1-11-08 12: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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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력 사회 도래했지만 SKY 여전히 맹위 떨쳐
배움 마인드와 학습력 지닌 사람이 필요한 인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코앞에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 수능은 국가의 초대형 행사다. 온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모든 사회 시스템과 행정력이 투입된다. 대학과 각급 학교, 사교육 영역, 언론뿐만이 아니라, 치안과 교통, 일기예보, 의료계와 방역당국도 수능일정에 맞춰 만전을 기한다. 국민들의 하루 일정과 심리 상태조차 수능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당사자인 수험생과 학부모에게는 수능이 인생의 향방을 좌우하는 거룩한 제의가 된다. 마치 고대의 성인식처럼 이 관문을 통과해야 성인이 되어 사회로 진출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입시중심의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론이 비등해도 수능 당사자의 삶에 미치는 의미는 크고 소중하다. 대학 혹은 진학은 한 아이의 삶에 소중한 하나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입학을 최종 목표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대학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여주거나 미래의 보증수표가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 학력사회는 급격하게 소멸되고 있다. 이제 명문대학 입학이나 인기학과 전공이 자신의 미래를 결코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는 일자리 부족과 젊은이들의 취업전쟁 현상에서 이미 입증됐다고 할 수 있다.

올드 엘리트 시대는 황혼을 지나고 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일본의 '2019년의 논점' (문예춘추)에 실린 표트르 펠릭스 그라치웍즈(Piotr Feliks Grzywacz)의 '학력사회에서 학습력 사회로'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까지 엘리트의 이미지는 유명대학을 졸업하고, 일부 상장한 대기업에 취직, 출세 코스를 밟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를 이끌어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 AI 발달로 현재 일자리 80% 사라진다

지식사회가 도래하면서 우리 사회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직업 분포도도 바뀌고 있다. 2017년 유엔 미래보고서는 "2045년이면 지금의 일자리 80%는 인공지능(AI)이 대신할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어린이의 65%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직업에 종사할 것이다"고 예측했다. 현재 지구촌에 존재하는 직업의 수는 3만여개라고 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의 직업들은 사라지고, 앞으로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면서 직업수는 4만~5만개가 될 것이라고 한다. AI의 발달로, 그동안 전문직의 상당수는 전문성을 잃게 될 것이다.

한국직업표준분류(KSCO)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직업의 수는 2018년 기준으로 1만2145개다. 이 직업과 연관된 유사직업까지 합하면 1만6443개가 된다. 머지않아 직업의 수가 2만개가 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직업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들이 계속 생겨나는 방식으로 직업생태계가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인재 기준이나 채용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대학 교육의 커리큘럼이나 국가가 주도하는 공교육의 교육과정의 변화도 발빠르게 변하고 있다. 'SKY 캐슬'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물론 SKY 신화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머지않아 SKY 졸업장이 성공티켓이 되는 세상이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대학입시에 여전히 목숨을 걸고 있다.

◇ 창의융합형·협업력 인재가 필요한 시대

교육학 박사 김지영은 <다섯가지 미래교육 코드>에서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키워드 5가지를 소개한다. 그 핵심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력'이다. 흔들리지 않는 자아상을 가지는 자기 확신을 말한다. 자기력을 가지면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게 되고 이는 한 평생의 성장의 동력이 된다.

둘째 '인간력'이다. 인간력은 인공지능시대에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을 말한다. 인격과 인간적 가치, 소통과 감성과 관련되는 정서적 영역이다. 이러한 인간의 저력 중 아날로그적 감각와 공감력이 특히 중요하다. 인문학적 학습이 더더욱 필요한 이유다.

셋째 '창의융합력'이다. 이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역량이다. 미래사회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요구하므로 창의성을 지니고 디자인적 사고를 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김지영 박사는 강조한다.

넷째 '협업력'이다. 콜라보 능력은 21세기의 핵심역량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지성으로 이뤄내는 성과가 최고의 전문가 중심으로 진행한 작업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다는 것이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 입증됐다. 협업을 위해서는 '차이와 다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토론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갈등 해결의 지혜가 필요하다.

다섯째 '평생배움력'이다. 공부하는 능력이 아니라 배움력 즉 학습력이 필요하다. 학생들을 문제풀이 전문가로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그 어떠한 텍스트나 콘텐츠를 접하더라도 학습해낼 수 있는 기초역량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교육을 받는 학생들만이 아니라 모든 성인들에도 마찬가지로 긴요하다. 과거에 배운 많은 지식이 무용지물이 되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와 기술이 계속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력사회는 종언을 고하고 있다. 학교 교육을 통해 모든 교육을 의존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새로운 지식과 콘텐츠를 스스로 습득하고 배워야할 시대가 됐다. 교육은 'Life Long Develope'의 과정이다. 배움 마인드를 항상 견지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민첩하게 수용하는 항상적 학습자가 되어야 할 일이다.

◇ '인간적 능력'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학습하는 방식 역시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근대 이후의 교육은 주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주로 교사로부터 지식을 전수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검색을 통해 학습한다. 즉 검색독서와 검색학습이 주류가 되고 있다. 아울러 체험형 교육과 참여형 교육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스토리텔링과 함께 스토리두잉(story-doing)이 강조된다.

이런 흐름에 따라 자기주도학습, 거꾸로 학습, 액티브 러닝, 토론학습 등 온갖 실험들이 교육 영역에서 시도되고 있다. 특히 융합과 통섭의 방법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교육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현장의 교사들도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그림책토론수업, 연극수업, 낭독극 수업 등 다양한 학습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2021년 봄 이후 임지영 작가가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 미술글쓰기 프로그램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는 명화나 국내 작가의 그림을 보고 어린이들이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이다. 영상콘텐츠와 동화책과 책에 익숙한 아이들이 아트의 세계를 경험하고 함께 토론하고 자기 글을 쓰는 일은 융합적 학습의 좋은 대안적 사례로 보인다. 예술감성과 글쓰기역량과 자기표현능력과 상호소통 경험을 한꺼번에 학습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대학은 숭배의 대상으로 SKY는 절대 신(神)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학입시와 이를 위한 수능은 모든 공교육과 사교육의 최종 목표로 여겨진다. 나아가 취업난으로 대학교육은 기업의 인재 양성소와 같은 위치로 전락해 버리고 자본의 지배하에 포획되어 버렸다. 진학과 취업을 위한 시험공부 능력이 생존을 위해 필수요소가 되어버린 현실이 실로 뼈아프다. 적자생존과 승자독식의 룰(rule)은 냉엄한 각자도생의 문화를 양산하고 있으니 더더욱 슬픈 일이다.

하지만 학습력 사회가 이미 도래했다. 올드 엘리트 시대는 종언을 앞두고 있으며 '엘리트'라는 말 자체가 낡은 언어가 되는 시대가 곧 들이닥칠 것이다. 즉 학교 성적이나 대학입시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아닌 전혀 새로운 인간적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전문성을 길러 그것을 직업화하는 능력은 더없이 중요하다. 자신의 모든 것이 스토리가 되고 콘텐츠가 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 어떤 콘텐츠를 접하든지 그 어떤 공동체나 회사에 소속되든지 창조적인 학습능력을 지니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평생 배움 마인드를 지니고 자신의 학습력을 키우는 것이 지혜다. 이는 유아와 아동청소년을 양육하는 부모의 자녀교육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성인들에게도 배움력이 필요하다. 누구든 새로운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창조적으로 학습하는 자가 자기삶을 능동적으로 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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