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스마트폰에 사용한 화학물질...돌고래 몸에서 검출?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6-02-26 11: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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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언스플래시)

TV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화면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멸종위기 돌고래 몸에서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홍콩시립대학교 연구팀은 멸종위기 돌고래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 액정 디스플레이(LCD) 화면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체내에서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해당 물질은 전자제품 화면 제작에 쓰이는 액정 단량체(LCMs)로, 폐기된 전자제품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물질은 화면에 색과 영상을 구현하는데 사용되는 핵심물질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LCMs는 분해가 잘 되지 않고 지방에 쉽게 녹는 특성이 있다. 사용 중인 제품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지만, 폐기 후 환경으로 유출되면 오염원이 된다. 전자제품이 매립되거나 비공식적으로 분해·소각되는 과정에서 이 화학물질이 토양과 지하수로 흘러들었고, 이후 강과 하천을 따라 바다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일부는 미세 입자로 분해돼 플랑크톤과 어류에 흡착된 뒤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 포식자로 전달될 수도 있다.

돌고래는 해양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다. 수명이 길고 지방층이 두꺼워 지용성 오염물질이 쉽게 축적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돌고래는 해양오염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종'으로 간주된다. 연구진은 이 물질이 돌고래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일부 화학물질은 호르몬 교란과 번식률 저하, 면역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해양 생태계는 미세플라스틱,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 중금속 등 다양한 오염원에 노출돼 있다. 여기에 전자폐기물 유래 화학물질까지 더해질 경우 복합 노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일 물질 농도만으로는 위험성을 단정하기 어렵지만, 장기 축적과 상호작용 가능성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전자폐기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폐기물 유형 가운데 하나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 단축과 디지털 기기 보급 확대, 대형 TV와 IT 장비 수요 증가로 매년 수천만톤의 전자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재활용 비율은 이에 못 미친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비공식 재활용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태우거나 산을 이용해 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이 사용되면서 유해물질이 대기와 수계로 방출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전자폐기물 문제가 단순한 폐기물 처리 차원을 넘어 해양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디지털 기기 생산과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제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관리와 폐기 과정 전반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후위기와 플라스틱 오염에 이어, 전자기기에서 나온 화학물질까지 멸종위기 돌고래의 몸에서 확인됐다는 점은 디지털 산업이 해양 생태계에 새로운 부담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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