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목숨' 한글로 독립투쟁한 '외솔 최현배'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10-23 0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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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이야기] 62년 건국훈장 독립장 수여
1933년 한국맞춤법통일안 참여...한글보급 힘써
▲외솔 최현배 선생


외솔 최현배 선생은 1894년 경상도 울산도호부 내상면 동동리에서 최병수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후 병영성 내부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다가 상경해 경성고등보통학교(현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학생시절 한힌샘 주시경을 처음 만나 조선어학강습원에서 국어학 및 문법 등을 이수했다.

최현배 선생은 일제강점기 치욕 속에서 민족이 다시 살아날 방법을 고심했다. 그는 스승 주시경과 대종교 창시자인 나철을 만나면서 민족정신이 담겨있는 말과 글을 지키는 일이 곧 독립운동이라 여기게 된다. 3.1 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에 일본 도쿄로 건너가 히로시마(廣島)에 있는 히로시마고등사범학교(현 히로시마대학)에 입학해 졸업했다. 중학교 교사 자격증을 받았지만 조선으로 귀국해 고향인 울산에서 조선인의 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상회를 설립했다. 그가 일본 유학시절을 마무리하며 쓴 첫 저작물인 '조선민족갱생의 도'에는 민족이 다시 살아날 방법으로 '생기진작, 이상수립, 갱생확신, 부단노력'을 제시하고 있다.

나철은 단군을 중심으로 우리의 역사, 언어, 국토, 문화를 지켜 국권을 회복하자고 주장한 실천적 민족종교인 대종교를 창시했다. 이는 당시 유교중심의 사대주의적 습성에 젖어있던 지식인들에게 새로운 각성을 일으키고 그들에게 민족정신을 불어넣어 독립운동에 매진하게 했다. 주시경도 우리의 정신이 우리의 말과 글에 담겨있다는 민족주의적 언어관을 바탕으로 한글을 지키는 것이 곧 민족을 살리는 것이라고 해 대종교에 입교한 후 한글운동에 전념했다. 이에 최현배를 비롯한 주시경의 제자들은 민족을 지키는 것이 곧 신앙인 대종교에 귀의해 일제의 탄압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한글운동을 이어나갔다. 이런 정신이 있었기에 조선어학회회원들은 고문에 목숨을 잃어가면서도 순교의 각오로 타협하지 않을 수 있었다.

1933년에 최현배는 한글맞춤법통일안 사업에 참여해 한글보급에 힘썼다. 미국인 학자 겸 선교사인 조지 매큔과 에드윈 라이샤워가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인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1942년 10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함경남도 홍원경찰서에 검거, 공판에 회부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함흥형무소에 수감됐다가 8.15 광복이 되면서 석방됐다.

최현배가 '한글이 목숨'이라는 글귀를 쓰면서 이어갔던 한글운동은 독립운동의 일환이었다. 단군은 우리 민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단결할 수 있는 구심점이며 민족의 상징이고 우리의 철학이자 역사이다. 특히 단군사상은 우리 민족만의 배타적이고 국수주의적인 민족주의가 아니다. 왜냐하면 단군사상이라는 것이 바로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즉 나와 너를 분리하지 않고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는 하나임을 깨달을 때 구현되는 것이 홍익인간 정신이기 때문이다.

▲ 최현배 기념관에는 선생이 쓴 '한글이 목숨' 글귀가 전시돼 있다.

해방 이후에는 미군정청 편수국장이 되어 국어교과서 행정을 담당했다. 미군정의 자문기관이던 조선교육심의회의 전체회의에서 교과서와 공문서의 한글전용과 가로쓰기를 통과시켰다. 후에 한글학회 상무이사와 이사장을 겸임했다. 특히 1948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정부 공인 로마자 표기법인 '한글을 로오마자로 적는 법'과 외래어 표기법인 '들온말 적기법'을 제정하는데 최현배의 이론이 적극 반영됐다. 1951년에는 피난지 부산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승인으로 문교부 편수국장을 맡았다.

최현배의 '조선민족갱생의 도'에는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하는 홍익정신과 물질보다는 정신의 우위를 역설하고 생활 속 실천을 강조한 생철학의 정신이 나타나 있다.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민족을 갱생하고 인류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민족의 임무를 역설한 것이다. 이것을 알 때 비로소 최현배를 비롯한 한글학자들이 식민지의 엄혹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 선택을 하지 않은 이유, 말과 글을 지키는 것이 민족을 지키는 것이라는 한글운동에 매진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그는 1954년 연희대학교(현 연세대)로 복직해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됐다. 이후 문과대학장, 부총장을 거쳐 1958년에 학술원 부원장이 됐다. 1955년 연희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를 받았으며, 1959년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했다. 연세대학교는 2001년에 문과대학 건물(구 인문관) 이름을 그의 호를 따서 '외솔관'으로 명명했다.

최현배 선생은 1962년 생존하는 독립운동가로서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받았고, 1970년 노환으로 향년 76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글/ 민인홍
     법무법인 세종 송무지원실 과장
      대종교 총본사 청년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종로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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