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폐기물[4] 헌옷도 자원이 된다...'의류폐기물' 줄이는 방법들

나명진 기자 / 기사승인 : 2021-09-29 17: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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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순환경제]
리사이클 원사부터 섬유 재활용 기술까지


전세계 인구가 1년동안 구매하는 옷의 양은 무려 5600만톤. 팔리지 못한 옷들은 곧장 폐기처분되거나 제3국으로 수출되면서 또다른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잉생산과 과잉소비가 낳은 수많은 의류쓰레기들. 과연 다시 활용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의류쓰레기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들도 늘어나고 있다. 의류의 60%를 차지하는 합성섬유로 된 의류폐기물은 원재료 분리가 쉽지 않아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되지만 최근 원재료를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들도 등장하고 있다. 

또 합성섬유는 플라스틱에서 뽑아낸 원사라는 점에 착안해 플라스틱 재질의 폐페트병으로 원사를 뽑아내 옷을 만드는 곳들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고 의류를 리폼해서 판매하거나 중고의류를 거래하는 장터들도 생겨나고 있다. 의류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이제 시작단계에 들어섰다.


◇ 폐페트병으로 옷을 만들다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옷을 만드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분야에선 파타고니아가 선두주자이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아웃도어 업체들이 하나둘씩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수거한 페트병은 라벨과 본드 등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세척한 후 녹인다. 이 과정을 플레이크라고 한다. 플레이크에서 만들어진 작은 알갱이를 '펠릿'이라고 한다. 이 펠릿에서 옷을 만드는 실을 뽑아내는 것이다. 폐페트병으로 옷을 만드는 데 성공하려면 질좋은 원사가 관건이다.

원사의 품질을 높이려면 이물질없이 분리수거가 잘된 깨끗하고 투명한 폐페트병이 필요하다. 페트병의 라벨도 에코라벨이거나 본드 자국이 없어야 한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투명하고 깨끗한 폐페트병을 별도로 수거하지 않아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서 투명 페트병을 따로 수거하면서 수급이 원활해지고 있는 편이다. 


'우리 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로 유명한 파타고니아는 1993년부터 폐페트병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장은 뉴스트리와 인터뷰에서 "파타고니아는 비즈니스 목적 자체가 환경보호기 때문에 리사이클링 소재 비중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파타고니아의 리사이클링 소재 사용비율은 70~75%이고, 앞으로 이를 100%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플리츠마마도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만으로 옷과 가방을 만들고 있다. 이 회사의 왕종미 대표는 "의류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패션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나쁜 영향이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지적하며 "페트병 재생 원사를 활용한 제품인만큼 오랫동안 사용하라고 무상으로 수선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몽세누는 폐페트병과 재고 원단을 이용해 남성복을 만들고 있고, 나우(NAU)는 바다에 버려진 폐그물에서 원사를 추출해 의류를 만들고 있다. 이외에도 블랙야크나 노스페이스 등 대다수 아웃도어 의류업체들이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리사이클링 원사로 만든 의류를 판매하고 있지만 전체 제품 라인업의 극히 일부분이어서 '그린워싱'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아트임팩트 또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 한 에코백을 만들고 있다. 아트임팩트 송윤일 대표는 "친환경적이며 품질이 좋은 제품은 소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고 질이 좋은 제품은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 파타고니아 팀장은 "의류폐기물의 심각성 알고 있다"면서 "파타고니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량을 타이트하게 조절하고 재고관리도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특히 못 입을 정도로 낡아진 옷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합성섬유 분리 등 재활용 기술개발 활발

의류폐기물은 분해할 수 있는 기술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미국 CIRC에서 면혼방 의류에서 합성섬유를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은 '혼합 폴리머 스트림'으로, 폴리에스테르와 면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이제 막 개발을 끝낸 단계여서 아직 상업적으로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회사는 섬유시장에서 순환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의 루프 인더스트리(Loop Industries)는 폴리에스터 합성섬유를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합성섬유로 된 폐섬유를 저온에서 화학분해시켜 순수한 플라스틱 원료로 되돌리는 것이다.

일본 화학업체 세키수이화학은 의류폐기물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바이오 에탄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폐의류들은 세탁과 발효를 통해 바이오에너지로 재탄생한다. 1톤의 의류폐기물에서는 약 700리터의 에탄올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기술에 대한 최종 검증을 거쳐 2025~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의류폐기물을 자원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들을 하고 있다. 의류제조사인 세진플러스는 폐섬유를 건축자재로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폐섬유로 고밀도 섬유패널을 만드는 것이다. 버려진 섬유로 만들어진 이 패널은 친환경 흡습제, 충격 흡수제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아트임팩트는 제주도 목장에 버려진 양털을 활용해 의류를 만들 예정이다. 송대표는 뉴스트리와 인터뷰에서 "버려지는 양털은 좋은 자원"이라며 "앞으로도 자원순환을 위해 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새옷만 고집?···교환·대여도 인기

의류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급적 옷을 오래 입어야 한다. 최근 이에 동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리폼 의류와 빈티지 의류 판매점들이 많아지고 있다. 유행이 한참 지난 옷들을 리폼해주는 업체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 환경보존단체인 '다시입다연구소'에서는 새 옷을 사지 않고 옷을 교환해서 입는 문화를 제안하고 있다. 연구소가 진행하는 의류교환 행사 '21%파티'는 사놓고 입지 않는 옷의 평균 비율이 21%인데서 유래됐다. 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입지 않는 옷을 가져와 다른 참가자들과 교환할 수 있다. 이렇게 옷을 바꾸면 장롱속에 처박혀있던 옷을 정리하는 효과와 함께 새 옷을 장만하는 과정에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폐기물 발생까지 줄일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미국 중고의류 유통업체인 쓰레드업(Thredup)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앞으로 5년 이내에 중고의류 거래는 2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또 이 조사에서 지난해 전세계에서 중고의류를 구입했거나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2억230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중고의류를 구입하면 옷을 새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크게 줄일 수 있어 많은 소비자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쓰레드업에 따르면 의류중고를 구매하면 탄소발자국을 82% 줄일 수 있다.

당근이나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앱을 통해 옷을 교환하거나 매매하는 MZ세대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 전용앱인 '에브리타임'의 중고거래 게시판에서도 중고의류를 거래하려는 게시물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 추세다. 번개장터의 중고거래 취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된 패션의류와 패션잡화를 합치면 4500억원에 달했다. 또 교복브랜드 엘리트학생복이 올 3월 26일~4월 8일까지 초·중·고 학생 2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0대 청소년들의 중고거래 현황'에 따르면 중고 거래품목으로 의류·잡화가 42% 비중을 차지했다.

▲'박스 아뜰리에'에서 옷을 수선하고 있는 모습

옷을 대여해주는 곳들도 있다. 정장은 평소 잘 입지 않지만 면접이나 결혼식 등에 대비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몇번 입지 못하고 버려지기 일쑤인데, 정부는 청년들을 위해 무료로 정장을 대여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정장대여를 신청하면 된다. 대여 정장의 종류와 사이즈가 다양해서 취향에 맞는 옷을 고를 수 있다.

버려진 옷을 리폼해 입는 '업사이클링'도 버려지는 옷을 최소화하는 방법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개성과 환경을 위해 버리기는 아깝지만 유행이 지난 헌 옷을 리폼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헌옷을 수거해 새 패션 아이템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의류브랜드도 많이 생기고 있다. 코햄체는 웨딩드레스를 리폼해 가방이나 파우치, 액세서리 등을 만든다. 웨딩드레스는 대부분 합성섬유로 제작되고, 4회 정도 입고 버려진다고 한다. 코햄체는 합성고무로 만든 해녀복으로 키링, 파우치 등을 만들기도 한다.

패션브랜드 래코드는 헌옷 리폼서비스 '박스 아뜰리에'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더이상 입지 않는 헌옷을 보내오면 유행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리폼 해준다. '박스 아뜰리에'는 버려진 남성용 셔츠로 여성용 블라우스를 만들기도 하고, 외투로 가방을 만들기도 한다. 헌옷 리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은 의류폐기물을 줄이면서 단 한벌만 존재하는 특별한 패션 아이템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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