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식' 전세계 농업보조금 "오히려 기후위기와 불평등 조장"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9-15 18:31:08
  • -
  • +
  • 인쇄
5400억弗 가운데 4700억弗 인류에 '유해했다'
온실가스 배출·생물다양성 파괴·삼림벌채 조장


매년 수백조원에 달하는 농업보조금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조장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국제연합(UN)의 분석이 나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환경계획(UNEP)은 14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합동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2013~2018년 사이 연평균 전세계 농업보조금 5400억달러(약 632조원) 가운데 87%에 해당하는 4700억달러(약 550조원)가량이 인류에게 있어 '유해했다'고 밝혔다.

UNEP에 따르면 농업에 의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파괴에 70%의 책임이 있고, 산림벌채 책임도 80%에 이른다.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축산업과 낙농산업이 가장 큰 규모의 지원금을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도하게 커버린 고소득 국가의 축산업과 낙농산업에 대한 지원을 줄여야 하고, 중·저소득 국가에 주어지는 화학비료, 살충제 등을 위한 지원금 역시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연구결과들은 이번 보고서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세계식량체계는 붕괴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8억명 이상의 인구가 만성적인 기아에 허덕였고, 30억명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여유가 없었다. 반면 20억명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었고, 생산된 식량의 3분의 1이 폐기처분되고 있었다. 전체적인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12조달러(약 1경4039조원) 규모로 생산된 식량의 값을 넘어서는 수치다.

UN은 농업보조금에 대한 개혁이 따르지 않는다면 2030년에 이르러 농업보조금의 규모가 1조8000억달러(약 2106조원)까지 치솟아 인류의 건강과 전 지구적인 재앙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공적자금을 재정비해 채소와 과일 등 건강한 식품군에 투자하고 식품기업이 아닌 환경과 영세농민에게 지원한다면 가난, 기아, 영양상태 등을 개선하고, 자연을 복원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례로 UNDP는 농업보조금 재조정을 통해 더 공정한 농업환경을 조성해 5억명의 영세농민의 생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UNEP는 축산업의 장려책이 되는 보조금을 줄이고, 과도한 육류 소비를 제한하면서 과일과 야채의 판매를 촉진할 수 있도록 가격을 조정한다면 저소득 국가의 인구가 더 건강한 식단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토지이용연합(FOLU) 모건 길레스피 책임자는 "식량체계의 진정한 비용이 너무 오랜기간 감춰져 있었다"면서 "농업보조금으로 자연에 가해진 피해량을 환산하면 4조~6조달러(약 4680조~7020조원) 규모"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마르코 산체스 FAO 부국장은 "농업보조금을 점검하는 기득권의 반대에 부딪혀 어렵겠지만 정부비용을 분석하고, 소비자들이 더 나은 식료품을 요구하고, 금융기관이 파괴적인 활동에 지원금을 멈춘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비행기 탄소배출 막대한데...항공업계 탄소감축 '뭉그적'

항공산업은 전체 탄소배출량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대표적인 운송수단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항공업계의 미온

삼성 '갤럭시S25' 美 'ReMA 재활용 디자인 어워드' 수상한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갤럭시S25'가 북미 재활용산업협회 ReMA(Recycled Materials Association)가 수여하는 '2025 ReMA 재활용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다고 7일 밝혔

코오롱, 사회 밝히는 '선행의 주인공' 찾는다

코오롱그룹이 사회 곳곳에서 선행을 실천하며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주인공들을 찾는다.코오롱의 비영리 재단법인 오운문화재단은 오는 6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기후/환경

+

하와이, 美 최초로 관광객들에게 '기후세' 걷는다

관광세를 받고 있는 미국 하와이주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관광객들에게 '기후세'까지 거둘 예정이다.하와이주 의회는 환경보호와 기후위기로 인한

해빙이 녹으면 바닷물 색도 변한다...이유는?

지구온난화로 극지방 해빙(海氷)이 줄면서 바닷물 색까지 변화하고 있다. 이는 조류와 플랑크톤의 광합성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2일(

10만ha '잿더미' 만든 영남권 산불…온실가스 764만톤 배출

10만헥타르(ha)가 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어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3월 영남지역 산불로 인해 760만톤이 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산

폐기하고 동결하고...트럼프, 100일간 환경규제 145건 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동안 145건에 달하는 기후·환경 관련 규정을 폐지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묘해지는 3월 기후...제2의 '경북 산불' 발생 가능성 2배 높아졌다

얼마전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이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지만 기후변화로 강수량과 습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고 강풍의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앞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