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바다가 좋아 시작한 다이빙...쓰레기까지 치우다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7-09 19:41:51
  • -
  • +
  • 인쇄
그린다이버가 된 사람들 "바닷속 직접 본다면..."
"지금껏 내가 버렸던 쓰레기, 직접 수거하는거죠"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아름다운 바다. 그러나 뒷모습은 그렇지 않다. 해변 곳곳에 어업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고, 온갖 종류의 플라스틱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자잘한 쓰레기들이 바위틈에 깊숙이 버려져 있다.

이런 바다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바다를 사랑하는 '그린다이버'들이다. 이들은 바다를 사랑하기에 해양쓰레기 청소를 자처하는 '그린다이빙'(Green Diving)을 하고 있다. 해안가, 바닷속에 버려진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묵묵히 치우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 '그린다이빙' 어렵지 않아요
▲ 이유나 대표가 직접 수거한 해양쓰레기

"하루동안 해안가에서 나온 쓰레기가 600kg이 넘습니다."

이유나(32) 해양환경보호단 '레디'의 공동대표는 치워도 치워도 끝없이 나오는 해양쓰레기에 지칠 법도 하지만 수년째 '그린다이빙'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린다이빙 활동을 좀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지난해 3월 해양환경보호단체 '레디'까지 만들었다.

이유나 대표는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레디가 제대로 활동을 못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이어간 그린다이빙 활동을 통해 바다를 청소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그린다이빙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2013년 필리핀으로 다이빙을 배우러 간 때부터다. 이 대표는 "사실 그때는 그 행동이 그린다이빙인지 뭔지도 몰랐어요"라며 "어쨌거나 태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 들어간 바다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쓰레기를 봤고, 그냥 나올 수 없어서 손에 잡히는대로 쓰레기를 모아 뭍으로 올라왔다"고 회상했다.

해양쓰레기는 물을 머금고 있어 무게가 엄청나다. 여기에 바닷속 진흙까지 뒤엉켜 있으면 그 무게는 더해진다. 이 대표는 "너무 무거워서 무게를 잴 수 없는 쓰레기들이 태반"이라며 "큰 쓰레기도 문제지만 자잘한 플라스틱 등 잘게 쪼개진 쓰레기들이 더 문제"라고 했다. 그만큼 바다속 쓰레기 문제는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가 연간 800만톤에 이른다고 한다.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간 쓰레기도 많다. 바다에 들어간 쓰레기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과 파도에 의해 잘게 쪼개지면서 바다물을 오염시킨다. 심지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까지 분해되는 '미세플라스틱'이 돼 물고기를 오염시키고 종국에는 사람까지 2차 오염을 시킨다. 

이 대표는 "바다로 들어간 쓰레기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황폐해지고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부피가 작은 쓰레기에 바다생물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바다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그린다이빙 활동을 하기를 권하고 싶다"고 했다.

그린다이빙은 소극적 그린다이빙과 적극적 그린다이빙으로 구분된다. 이 대표는 "다이빙을 할 때 쓰레기를 버리거나 만들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린다이빙을 한다고 할 수 있다"면서 "이를 소극적 그린다이빙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론 다이빙을 하면서 쓰레기까지 수거하고 지인들까지 동참시키는 '적극적 그린다이빙을 하면 좋겠지만 소극적 그린다이빙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면서 "그린다이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레디의 또다른 공동대표 권서영씨는 "세계 곳곳에서 유입된 쓰레기가 바다에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들고 있다"며 심각한 현재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태평양 한가운데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라고 불리는 쓰레기 섬이 있다. 권 대표는 "그린다이빙을 시작하고 환경문제를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면서 "아름다운 바다를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 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거대한 '쓰레기 섬'



◇ "그동안 버린 쓰레기 수거하는 기분"

건설업에 종사하는 송호준 씨는 코로나19 이전에 한달에 서너번 다이빙을 할 정도로 다이빙에 푹 빠져 살았다. 그러나 그는 항상 마음 한켠이 죄짓는 것처럼 찜찜했다고 한다. 

송씨는 "다이빙을 시작한지 4년이 됐지만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죄책감을 느꼈다"면서 "바다속 쓰레기를 그냥 두고 나오는 것이 못내 찜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결국 지난해부터 그린다이버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송씨는 "바다속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이 있는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라며 "오염된 바다속이 어떤지를 알게 되면 절대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지인 중 한 사람은 그린다이빙을 하고 나서부터 길었던 머리카락을 잘랐다"면서 "그 이유는 바닷속에서 건져올린 쓰레기에서 나는 악취가 온몸과 머리카락에 배들어 며칠동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닷속 상황은 그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바닷속에는 버려진 폐어망 천지다. 이 어망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걸려 죽어있다. 그러다보니 건져올린 어망에서 지독한 악취가 날 수밖에 없다. 

송씨는 "그동안 제가 버렸던 쓰레기,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그린다이빙을 한다"면서 "하고 나면은 기분이 좋은데, 지금까지 버렸던 쓰레기 중에 일부를 직접 수거하는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송호준씨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보이스피싱 183건 잡은 KB국민은행 직원들..."세심한 관찰 덕분"

KB은행의 한 지점을 찾은 고객이 1억원짜리 수표를 소액권으로 다시 발행해달라고 요청하자, 은행 창구 직원은 고객에게 자금출처와 발행인 정보를 물

빙그레, 임직원 대상 '전자제품 자원순환' 캠페인 실시

빙그레가 전자제품 회수 및 재활용을 위한 자원순환 캠페인을 실시했다.빙그레는 14일 '국제 전자폐기물 없는 날'을 맞아 E-순환거버넌스와 함께 이번

'아시아 녹색금융 평가' 中은 1위인데...한국은 13개국 중 8위

아시아 1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녹색금융 평가에서 한국이 8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1위를 차지했다.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조국혁신당) 의

LG전자 인도법인 '인도증시' 상장..."인도 국민기업으로 도약" 다짐

LG전자 인도법인이 14일(현지시간)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LG전자는 이날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에서 조주완 CEO, 김창태 CFO, 전홍주 인도법

내년부터 기업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 16.4% 줄어든다

내년부터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이 현재보다 16.4% 줄어든다.14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

기후/환경

+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호주 열대우림, 탄소흡수원에서 '배출원' 됐다

기후가 점점 더 고온건조해지면서 탄소 흡수원인 열대우림이 역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15일(현지시간) 호주 연구진은 호주 퀸

CO₂ 농도 사상 최고치…WMO “기후시스템, 위험단계로 다가서고 있다”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기후시스템이 위험단계로 다가서고 있다고 세계기상기구(WMO)가 경고했다.15일(현지시간) AP통

200개 마을이 고립됐다...멕시코 몇일째 폭우로 피해 속출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가 멕시코 중부와 동부 지역을 강타하며 최소 66명이 숨지고 75명이 실종됐다.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중

기후변화에 英 보험시장도 '지각변동'..."주택 수백만채 버려질 것"

기후변화로 홍수가 잦아지면서 미국에 이어 영국의 주택보험 시장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14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영국 보험업계 분석을 인용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