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기행] 아차산 산행 뒤 출출하다면...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06-22 11:18:51
  • -
  • +
  • 인쇄
광나루의 맛집 '너븐나루'
▲ 외국인도 자주 찾는 '너븐나루' 

광나루에 맛집이 있다. 식당이름에 정감이 간다. 너븐나루다. 무슨 뜻일까. 광나루의 순수 우리말이다. 넓은 나루라는 뜻이다. 아차산 밑에 있다. 등산객이 많이 찾는다. 외국인도 자주 온다. 음식을 먹으며 계속 원더풀을 외친다. 주말이면 자리가 없다. 산행을 마친 사람들이 몰려든다.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음식 종류가 다양하다. 막걸리에 어울리는 안주가 많다. 도토리묵 해물파전 부추전 고추해물전 보쌈 편육이 손님을 기다린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국수종류도 많다. 산행으로 허기진 배를 가득 채워준다. 해물칼국수 황태칼국수 비빔국수가 손님을 반긴다. 여름에는 시원한 콩국수가 제공된다. 국수를 맛보기 위해 식도락가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콩물은 진주에서 구입한다. 국산 콩만 사용하는 공장이다. 면은 국내산을 구입해 사용한다. 처음에는 직접 면을 뽑았다. 어깨가 너무 아파 병원신세를 졌다. 어쩔 수 없이 질 좋은 국내산 면을 구입하고 있다.

▲ 직접 묵을 쒀 만든 '도토리묵' 


너븐나루의 대표음식은 도토리묵과 전이다. 막걸리 안주에 제격이다. 도토리묵은 주인이 직접 만든다. 묵을 쑤는데 오랜시간이 걸린다. 주인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다. 도토리묵을 공장에서 구입하는 것과 차이가 많이 난다. 도토리 가루는 중국산이다. 국내산은 아예 구할 수가 없다. 주인이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도토리 채취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도토리묵이 나오면 손님이 탄성을 지른다. 예술품 마냥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음식을 먹기 전에 대부분 사진을 찍는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어머니께 전수받았다는 주인장의 '고추해물전'


너븐나루의 전은 맛깔스럽다. 고추해물전이 정갈하게 나온다. 주인의 어머니 고향이 거제다. 거제의 제사상에 올리던 음식이다. 어머니에게 전수받아 손님상에 올렸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 해물파전과 부추전도 손님이 자주 찾는 안주다. 왕만두와 만두국도 선보인다. 평안남도 출신 장모님에게 조리법을 물려받았다. 왕만두는 막걸리 안주와 식사용으로 손색이 없다. 만두는 판매 전날 만들어 급속냉동시킨다. 보쌈은 판매 당일 아침에 삶는다.

이곳 메뉴는 특이점이 있다. 막걸리와 최상의 조합인 빈대떡이 없다. 이유가 궁금해 물어봤다. 주인의 답이 명쾌하다. 자신이 없어 안만든다고 한다. 빈대떡을 만들 줄 모르고 손도 많이 가 포기했단다. 맛없는 음식을 내놓는 것은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다. 주인의 철학이 확고하다.

자부심이 있다. 인공감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주인은 자신있게 말한다. 자신의 말이 거짓이면 배상을 하겠다고 한다. 재료도 국내산을 고집한다. 도토리가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산을 사용한다. 고춧가루 구입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 고춧가루가 좋아야 음식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황태는 러시아산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국내에서는 명태가 안잡힌다.

패션회사에 다니다가 퇴사후 2018년 1월 이곳을 열었가는 주인 제승준(52)씨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 회사 다닐 때부터 요리학원에 다녔다. 개업초기 어려움이 있었지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리를 잡아갔다. 부인은 디자이너였지만 지금은 든든한 주방 지킴이다. 부부의 뛰어난 예술 감각으로 꾸민 실내 인테리어도 볼꺼리다.

코로나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됐다. 손님이 더 늘어났다. 아차산에 오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산을 찾는 젊은이가 많이 증가했다. 가게의 손님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어느덧 젊은이의 맛집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아차산에 오른 뒤 너븐나루에 들려봄도 괜찮을 듯싶다.


   글/ 김병윤 작가
   춘천MBC 아나운서
   주간야구 기자
   내외경제(현 헤럴드경제) 기자
   SBS 스포츠국 기자
   저서 <늬들이 서울을 알아>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