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썩지 않는다구요?"...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오해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6-09 14:37:04
  • -
  • +
  • 인쇄
환경단체 "자연에서 58℃ 조건 맞추기 힘들어"
연구단체 "58℃는 인증조건일뿐 분해조건 아냐"


썩지않아 골칫덩어리인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체재로 떠오른 '생분해성 플라스틱'(PLA)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조건에서 생분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 수 있다며 플라스틱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자연조건에서도 1년 이내에 분해될 뿐 아니라 소각하더라도 탄소배출이 낮아 대체재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생분해 플라스틱은 옥수수, 사탕수수 등의 바이오원료를 100% 사용하기 때문에 땅에 묻으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석유계 플라스틱은 썩는데 500년 이상 걸리지만 생분해 플라스틱은 길게 잡아도 1년 안쪽으로 90% 이상 분해가 가능하다고 한다. 매립 후 퇴비로도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않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온도와 습도가 아주 높을 때만 분해된다"며 "기존 일회용 플라스틱과 다를 것도 없고 나은 점도 없는 셈"이라고 못을 박았다.

실제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기준 온도 58℃에서 180일 이내 90% 이상 생분해가 되어야한다. 이는 환경부 환경표지 인증기준(EL724)에 명시돼있다. 환경단체는 이 58℃라는 조건이 자연상태에서 형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환경단체와 견해를 달리하는 곳도 있다. 황성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9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58℃는 인증조건이지 분해조건이 아니다"라며 "58℃보다 낮은 온도라 해서 분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황 센터장은 "인증절차 등 현실적인 요건을 고려해 적어도 5개월 안에 생분해가 되도록 하기 위해 58℃라는 기준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분해되는 상온 조건은 학계에서도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황 센터장은 "어떤 효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분해조건이 달라진다"며 "현재 이와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고 했다. 정리하면 6개월 이내에 빠른 분해는 어렵더라도 자연조건에서도 생분해 플라스틱은 충분히 분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 생분해성 플라스틱 비닐 퇴비화 과정 (사진=프로팩 영상캡처) 


실제 생분해 플라스틱을 개발에 성공한 남경보 프로팩 대표는 "제품마다 다르지만, 지역이나 온도 등을 안따지고 일반 매립상태에서 최대 1년 내에 분해가 가능하다"며 "6개월이나 1년 사이에 거의 80~90% 분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 대표는 "현재 생분해 플라스틱의 진짜 문제는 생분해 플라스틱만의 분리체계가 없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환경부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도록 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버리게 되면, 두 플라스틱의 물성이 달라 일반 플라스틱의 재활용률까지 낮추게 되기 때문이다. '매립'을 통해 분해하는 것이 핵심인 생분해 플라스틱을 소각해버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생분해 플라스틱만의 분리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데서 비롯되는 문제다.

그렇다면 생분해 플라스틱은 소각되면 안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남경보 대표는 "생분해 제품을 소각했을 때 기존 플라스틱을 소각할 때보다 이산화탄소가 70% 이상 저감된다"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다이옥신 등도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석유계 플라스틱보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여러 모로 훨씬 친환경적이라는 설명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매립하더라도 일반 플라스틱보다 빨리 썩기 때문에 쓰레기 매립지 부족문제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남 대표는 "제도적 보완이 이뤄진다면 생분해 플라스틱은 친환경 소재로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관련기사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