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칼럼] '양현종' 끝없는 도전이 아름답다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05-10 10: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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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엇일까. 끝없는 도전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도전을 하게 된다. 인생의 첫 번째 도전이 무엇이었을까. 걸음마다. 삶의 가장 위대한 도전이다. 태어나서 9개월이 지나면 도전하게 된다. 더 늦게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첫걸음을 떼기 위해 수없이 넘어진다. 2000번을 넘어져야 첫 발을 떼게 된다. 부모들은 애기가 첫 발을 뗐을 때 박수를 친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환희에 찬 함성을 지르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애기의 부단한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수없이 넘어졌던 고통을 함께 해서다. 그래서 도전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삶의 도전은 여기저기서 벌어진다. 모든 분야에서 치열하게 도전한다. 특히나 스포츠에서는 도전의 연속이 이뤄지고 있다. 0.1초의 기록단축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나이도 잊은 채 새로운 세계로 도전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미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에 진출한 양현종이 지난 6일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선발 데뷔전에서 3.1이닝동안 삼진 8개를 잡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양현종의 이날 기록은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실점이었다. 양현종의 데뷔전 탈삼진 8개는 류현진 박찬호의 기록을 넘어서는 호투였다. 강타선인 미네소타 트윈스 타자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현지 언론들도 양현종의 쾌투에 찬사를 보냈다.

▲ 양현종이 라이브 투구 후 포수와 주먹을 부딪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현종의 이날 투구는 기록수립과 함께 도전의 의미를 알려준 값진 표본이었다. 양현종은 33세의 늦은 나이로 미 프로야구에 도전장을 던졌다. 도전 이유가 단순했다. 지금 도전하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였다. 양현종이 어떤 투수인가. 전통의 명문 KIA 타이거즈의 간판 투수였다. 광주 동성고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광주에 대한 고향사랑이 대단하다. 2007년 KIA 타이거즈에서 데뷔했다. 2009년에는 12승5패를 기록하며 우승의 주역이 됐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데 한 몫을 했다. 2017년에는 20승을 올리며 KIA 타이거즈 우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KIA 타이거즈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구단에서 특급대우를 받았다. KIA 타이거즈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봉 23억 원을 제공하며 에이스의 체면을 지켜줬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양현종은 고민에 빠졌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큰 무대에서 펼치고 싶었다. 고민 끝에 미국 프로야구에 도전장을 던졌다. KIA 타이거즈의 간절한 잔류요청을 뿌리쳤다. 주변사람들의 걱정도 많았다. 나이를 생각하라는 충고도 받았다. 양현종은 승부수를 던졌다. 모 아니면 도의 심정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두려움으로 시작한 메이저리그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크게 관심을 주는 팀이 없었다.

양현종은 어렵게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했다. 계약조건도 나빴다. 신분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1년짜리 스플릿 계약이었다. 양현종은 그대로 받아 들였다. 오직 자신의

실력과 의지만을 믿었다. 출발은 마이너리그에서 했다. 기회만을 기다렸다. 진인사대천명. 사람의 할 일을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렸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4월27일 메이저리그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날 진가를 발휘했다. 물 만난 고기였다.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전에서 중간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4.1이닝 2실점의 호투를 선 보였다.

양현종의 진격은 거침이 없었다. 5월1일 보스턴 전에서도 4.1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뽐냈다. 그날도 선발은 아니었다. 중간투수였다. 양현종은 그래도 만족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한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양현종에게 선물이 배달됐다. 기존의 선발투수 아리하라 고헤이가 손가락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했다. 양현종은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선발로 출전한 지난 6일 현란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농락했다. 미국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양현종은 경기가 끝난 뒤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연힙뉴스) 


양현종은 지난 6일 호투로 자신의 진가를 널리 알렸다. 양현종의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다. 야생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약육강식의 밀림에 들어갔다.

지금부터 양현종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33살 늦깎이의 도전은 일단 성공했다. 안락함을 내던진 도전의 결과였다. 은퇴를 고민할 나이에 도전한 불굴의 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불안한 미래는 아직 진행형이다. 앞길은 아무도 모른다. 또 다시 고난의 시간이 올 수도 있다. 좌절할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양현종의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낼 것이다. 불안한 앞날을 고민하는 젊은이에게 희망을 줘서.

앳돼 보이는 하얀 얼굴의 양현종. 안경 너머 눈웃음이 매력적인 양현종. 그대의 도전이 아름답다.



 글/ 김병윤 작가
   춘천MBC 아나운서
   주간야구 기자
   내외경제(현 헤럴드경제) 기자
   SBS 스포츠국 기자
   저서 <늬들이 서울을 알아>
          <늬들이 군산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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