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없이 '까딱까딱' 전기 만든다...바위 위 흔들리는 기둥의 정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3-26 18:55:05
  • -
  • +
  • 인쇄
3미터 높이의 신축성 있는 기둥이 좌우로 덜렁댄다. 언뜻 보기에 자동차 계기판에 달린 장난감처럼 보이는 이 하얀 기둥은 다름 아닌 풍력발전기. 스페인의 한 스타트업 업체가 유럽혁신위원회(EIC)의 지원을 받아 이 풍력발전기를 개발했다.

▲보어텍스 블레이드리스의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 (출처=보어텍스 블레이드리스)


24일 외신에 따르면 '보어텍스 블레이드리스'(Vortex Bladeless)가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를 개발, 최근 시제품 테스트에 돌입했다. 보어텍스 블레이드리스의 풍력발전기는 '와류방출' 현상을 이용해 발전한다. 바람이 둥근 물체를 지나면 흐름이 바뀌고 맴돌이가 형성되는데, 이 맴돌이의 주기와 물체의 고유진동수가 맞아떨어지면 물체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공명하게 된다. 이때 생겨난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것이다.

와류방출 현상은 매번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공학자들에게 커다란 도전을 안겨주면서 '극복해야 할 난제'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보어텍스 블레이드리스는 반대로 이 현상을 이점으로 활용했다.

▲와류방출 현상 (출처=미국토목학회)


보어텍스 블레이드리스 창업자 데이비드 야네즈는 "우리 기술은 전통적으로 풍력단지로서 적합하지 않았던 곳과 틈새를 메우는 데 도움이 될만한 특징이 있다"며 기존 풍력발전기의 대체품이 아닌 보완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풍력발전기는 날개가 부러지고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유지·보수 비용이 높다. 또 풍력발전기는 공기흐름이 불규칙한 난류지대가 아닌 지속적이고 평탄한 기류가 흐르는 층류지대에 지어진다. 이러한 지대는 철새에게도 최적의 장소다. 결국 철새들이 풍력발전기를 피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풍력발전기에 '풍력파쇄기'라는 오명이 따라붙기도 한다. 풍력발전기가 방출하는 초음파 역시 박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보어텍스 블레이드리스 풍력발전기는 기존 풍력발전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지만, 아직 전력생산량은 그 효율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기존 풍력발전기가 자리하기 힘든 도심 곳곳에 소형화한 풍력발전기를 시범운영 중이다.

▲스페인 아빌라 시의 살라망카 대학에 설치된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 (출처=보어텍스 블레이드리스)


데이비드는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가 "가정용 태양광 패널에 대한 풍력발전기의 대답이 될 수 있다"며 "태양광 패널이 낮 동안 전기를 생산하고, 밤에는 바람이 빠른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제품이 전기를 발전하면서 서로 잘 보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사망자 1명만 나와도 공공입찰 제한 추진

정부가 중대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공공입찰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7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국

[최남수의 ESG풍향계] 삼성전자vsTSMC...ESG 성적은?

세계 최상위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최강자이고 TSMC는 파운드리 1위 기업이다. 이들 두 기업은 글로벌 선두권

ESG평가원 "포스코, 계열사 잇단 인명사고...ESG등급 하락 전망"

포스코홀딩스가 비상장 자회사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된 인명사고로 인해 ESG평가에서 종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잦은 인명사

한전, 2028년 사채발행한도 초과한다..."화석연료 탈피해야"

한국전력공사의 취약한 채무구조가 고착되고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2028년까지 사채발행한도가 초과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매출 9.5조 포스코이앤씨 면허취소?…사고많은 건설업계 '초비상'

연매출 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건설업계 7위인 포스코이앤씨가 창사 43년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중대재

LS그룹, 41년째 '무사고·무재해' 비결은?

LS가 2021년부터 ESG위원회를 지주회사 내에 출범시키며 지속가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위원회는 ESG 방향성 정립과 정책 변화 대응,

기후/환경

+

7월 지구온도 1.25℃ 상승…전세계 극단적 기후패턴 두드러져

7월 전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25℃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파로 지구촌 곳곳에서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잇따랐다.6일(현지시간) 유

장마철에 몰래 폐수 방류 '딱 걸렸다''...경기도 12곳 적발

장마철을 틈타 폐수를 방류한 업체들이 덜미를 잡혔다.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8일까지 도내 31개 시군의 주요 폐수 배출사업

호주 2300km 산호군락지 '하얗게 변색'...해양폭염으로 역대급 피해

올초부터 이어진 해양폭염으로 호주 전역의 산호초가 백화현상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는 관측 이래 가장 심각한 산호 감소가 확

"탄소 저장해드립니다"…노르웨이 'CCS' 사업에 33억불 투자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가 최근 북해 해저에 이산화탄소를 영구 저장하는 '노던라이츠(Northern Lights)' 사업에 33억달러(약 4조5800억원)를 투입했다. 석유개

급류에 마을이 통째로 휩쓸려...히말라야 산간마을 '돌발홍수'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간마을에 갑자기 홍수가 발생했다.6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인

'괴물폭우' 예보됐는데…'띠모양 비구름대'로 기상 예측불허

'괴물폭우'가 내린다던 예보와 달리 서울 도심에는 새벽에 잠깐 강한 비가 내리다가 그쳤다. 반면 수도권과 가까운 경기북부와 강원 지역에는 시간당 3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