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일냈다...윤여정 한국배우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3-18 11:44:26
  • -
  • +
  • 인쇄
'작품상, 남우주연, 여우조연, 감독, 각본, 음악상' 후보
▲정이삭 감독의 미국 독립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르는 이변을 만들었다.

15일(현지시간)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아카데미(AMPAS)는 오는 4월에 개최되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로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를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 여우조연, 감독, 각본,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지명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미국명 리 라이작 정)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다.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나리'는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플랜B가 제작한 미국 독립영화지만, 한국배우인 윤여정과 한예리가 출연하고 한국어가 영화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한국영화' 대접을 받고 있다.

'미나리'에서 가장 제이콥을 연기한 스티븐 연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할머니로 출연했던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영화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 미국 주요 영화제와 비평가협회상에서 91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 중 32개가 윤여정의 여우조연상이었다.

이 때문에 윤여정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은 일찌감치 점쳐졌다. 그러나 오스카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 '골든글로브'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면서 오스카 후보에서도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후 영국 아카데미에서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되면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됐다.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는 120년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라는 점에서 국내 영화계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배우 데뷔 50년차인 윤여정은 74세의 나이에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점에서 역사의 한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후보로 나란히 올라간 마리아 바카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어맨다 사이프리드(맹크) 등과 트로피를 놓고 다투게 됐다.

남우주연상에 이름을 올린 배우 스티븐 연도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5살에 캐나다로 이민한 뒤 미국으로 이주한 스티븐 연은 미국 TV시리즈 '워킹데드'에서 글렌 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제91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 부문에 출품됐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과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에 출연한 바 있다. 스티븐 연은 리즈 아메드(사운드 오브 메탈), 채드윅 보스만(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앤서니 홉킨스(더 파더), 게리 올드먼(맹크) 등과 남우주연상을 놓고 겨루게 됐다.

최고상인 작품상 부문에선 '미나리' 외에 가장 유력한 경쟁작인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로 꼽힌다. 중국 출신의 젊은 감독인 클로이 자오는 '노매드랜드'로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부터 독보적인 수상 기록을 써왔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더 파더', '맹크', '주다스 앤드 더 블랙 메시아', '프라미싱 영 우먼', '사운드 오브 메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등 8개 작품이 겨룬다.

감독상 부문에서는 작품상 부분과 마찬가지로 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 감독과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동시에 후보에 오르며 할리우드에서 '아시안 웨이브'가 확산하는 추세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이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서 시작해 아카데미 4관왕까지 세계 영화사를 다시 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있었고, 중국계 미국인 룰루 왕(38) 감독의 '페어웰'이 또 다른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백인 일색으로 비난받았던 연기상 부문에서도 변화가 눈에 띈다. 총 20명의 연기자 후보 중 고(故) 채드윅 보스먼(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과 '미나리'의 윤여정, 스티븐 연을 비롯해 리즈 아흐메드(사운드 오브 메탈), 다니엘 칼루야와 레이크리스 스탠필드(주다스 앤드 더 블랙 메시아), 레스리 오덤 주니어(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비올라 데이비스(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앤드라 데이(미합중국 대 빌리 할리데이) 등 9명이 유색인종이다.

이에 외신들은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나리'를 두고 오스카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미나리는 역사적인 오스카 후보"라며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나리'가 신기원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맹크'에 이어 "한국계 이민자 이야기를 다룬 '미나리'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공동 2위를 차지했다"고 전했고, 로이터통신은 "1980년대 미국에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오스카 후보 지명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포브스지는 "미나리는 낯선 곳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며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가족 이야기이지만, 이민자들이 어떻게 미국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예년보다 두달 정도 연기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4월 25일 열린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