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GS 무늬만 '텀블러 할인'...텀블러 외면하는 편의점들

김현호 기자 ·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3-26 19:10:41
  • -
  • +
  • 인쇄
강남역 주변 25개 편의점 돌아봤더니..
같은 편의점인데 할인금액도 '제각각'


커피전문점들은 일회용 쓰레기 줄이기 차원에서 고객이 가져온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주지만, 편의점들은 대체로 일회용 컵을 사용해야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할인을 하는 편의점들도 있지만, 커피기계 노즐 높이가 낮아 텀블러를 끼워 넣을 수 없어 '할인' 행사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본지가 서울시 강남역 주변에 위치한 국내 5대 편의점 브랜드(CU, GS25, 이마트24,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별로 5개 지점을 방문해 총 25곳을 직접 돌아본 결과, 텀블러로 커피를 제대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25곳 가운데 18곳은 텀블러 할인이 아예 없었고, 10곳은 텀블러를 들고 가도 일회용 컵에 커피를 뽑아야만 했다.



◇"컵에 받아서 텀블러에 옮겨 담으세요"

5대 편의점 가운데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이마트24는 아예 텀블러 할인을 하지 않았다. 텀블러를 가지고 가도 무조건 일회용 컵을 사용해야만 했다. 미니스톱 강남스퀘어점에서 텀블러 커피를 주문하자 직원은 "일회용 컵에 커피를 받아서 텀블러에 다시 넣는 방법이 있다"라며 일회용 컵을 내밀었다. 세븐일레븐 강남역TGI점 직원은 "크기가 안 맞아서 들어갈까 모르겠다"며 텀블러 사용을 꺼렸다.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소비자센터에 문의해보니 "텀블러 사용과 관련해 별도의 공지가 내려간 적은 없다"면서 "텀블러에 커피를 팔고 안 팔고는 점주들의 재량"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도 '텀블러 할인' 여부는 '점주의 재량'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둘러보니 이마트24 편의점에서 텀블러 할인이 적용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반면 CU와 GS25는 본사 차원에서 '텀블러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특히 CU는 3월부터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가면 200원씩 할인해 주도록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본사 방침과 달리 실제로 방문했던 CU 편의점 가운데 절반 이상은 '텀블러 할인'을 해주지 않았다. 할인해주더라도 편의점에 따라 어떤 지점은 100원을 할인해주고 어떤 지점은 200원을 할인해주는 등 제각각이었다.

이에 대해 CU 편의점 서비스센터는 "점주분들이 볼 수 있는 공지사항 게시판에 텀블러 할인 관련 공지를 이미 올린 상태"라며 "공지를 보지 않은 점주들이 할인을 진행하지 않은 것 같다"고 책임을 돌렸다.




◇ 텀블러를 넣을 수 없는 커피기계

'텀블러 할인'을 받아도 문제였다. 대부분의 편의점에 설치된 커피 기계는 종이컵 높이에 맞춰 설계돼 텀블러를 끼워넣을 수 없다. 결국 종이컵에 커피를 내려받아 텀블러에 따르거나, 텀블러를 기울여서 커피를 받아야 했다.

편의점별로 사용되는 커피기계의 종류도 달랐다. GS25와 미니스톱은 동일한 1종의 기계를 사용하지만, CU와 세블일레븐, 이마트24는 2종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커피기계 종류에 상관없이 텀블러를 놓고 커피를 받기는 어려웠다.

GS25를 비롯해 편의점에 설치된 커피기계의 높이는 대략 16cm. 그러나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중간 사이즈 텀블러 높이는 대략 19cm 안팎이다. 편의점 커피기계가 텀블러 높이보다 낮으니 끼워 넣을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음료가 나오는 공간을 유리 커버로 막아놓은 커피기계도 있어서 자칫 텀블러로 커피를 받았다가 뜨거운 커피 물에 화상을 입을 염려도 있어 보였다. 이런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에 일부 편의점은 텀블러를 가지고 가도 일회용 컵에 커피를 받아 다시 텀블러에 옮겨 담아야 했다.

▲텀블러 높이보다 낮은 편의점 커피 기계

1잔에 1000~1200원 하는 편의점 커피. 커피전문점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좋아 편의점 커피 판매량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GS25에서 판매된 커피는 1억5000만잔에 달했고, CU에서도 1억4000만잔이 팔렸다.

최근 편의점들은 친환경 컵이나 텀블러 할인 등으로 환경지킴이 대열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 판매 현장은 이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런 행태에 대해 한 소비자는 "텀블러 할인을 하면서 실제로 텀블러를 사용할 수 없는 기계를 가져다 놓고 무슨 환경지킴이냐"라며 비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기후/환경

+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영국, 탄소포집에 '2억파운드' 투자... 환경단체 '그린워싱' 비판

영국 정부가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에 2억파운드를 투자한다. 이에 환경단체는 '그린워싱'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에너지부

유골로 '인공 산호초' 조성...탄소도 줄이고 장례문제도 해결

사람이나 반려동물의 유골로 인공 산호초(암초)를 만드는 신개념 장례방식이 영국에서 등장했다.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유골로 암초를 제작해

남아공 겨울인데 물난리...어린이 태운 버스에서 시신 발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홍수로 다리를 건너던 통학버스에서 어린이 4명이 숨지는 등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AFP통신에 따르면, 폭우와 눈으로 남아프

제주 '장맛비' 시작...본격적인 장마는 언제부터?

12일 제주도에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 비는 13~14일 전국에도 내리지만 전국에 장마가 시작됐다고 선언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본격적인 장마는 19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동해...난류어종 방어·전갱이 급증

기후변화로 동해 수온이 오르면서 방어·전갱이 등 난류성 어종이 급증하고 있다.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동해안에서 정치망으로 잡은 어획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