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지방' 비밀 풀렸다...'비만' 치료의 길 열리나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1-05 18:49:44
  • -
  • +
  • 인쇄
美록펠러대 연구팀, 갈색지방과 심혈관·대사 질환 연관성 규명
비만의 원인이 되는 백색지방과 달리, 갈색지방은 체온을 조절하는 등 몸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갈색지방이 비만 치료의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 갈색 지방이 이런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불명확했다. 그런데 최근 갈색지방이 실제로 심혈관 질환과 대사 질환의 위험을 상당히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록펠러대 과학자들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4일(현지시간)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논문으로 실었다. 인간을 대상으로 갈색지방의 질병 예방 효과를 규명한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였다.

▲목과 경추에서 많은 양의 갈색지방이 관찰된 PET스캔(좌측). 우측 PET에선 갈색지방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자료=연합뉴스)

논문의 교신저자인 폴 코헨 조교수는 "사상 처음 갈색지방이 특정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과 연관돼 있다는 걸 확인됐다"라면서 "건강에 유익한 치료 표적으로서 갈색지방의 잠재력을 더 많이 믿게 됐다"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수십년동안 신생아와 동물을 대상으로 갈색지방을 연구했지만 2009년이 되어서야 일부 성인의 목둘레와 어깨 등에 갈색지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이후 갈색지방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갈색지방은 양전자 단층촬영(PET) 스캔을 해야 어느 부위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PET는 비용이 많이 들고 방사선 노출에 따른 부담도 따른다. 그래서 연구팀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MSK) 암 센터의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했다.

MSK에선 암 진단을 위해 많은 PET 검사가 이뤄지는데, 종양으로 오진하는 걸 막기 위해 PET에 잡힌 갈색지방을 따로 기록한다. 5만2000여 명의 피검자에게서 나온 13만여건의 PET 스캔을 분석한 결과, 거의 10%가 갈색지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ET 촬영전 주의사항에 저온 노출, 운동, 카페인 섭취 등이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이보다 많을 걸로 추정된다. 이들 주의사항은 모두 갈색지방 활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갈색지방이 있는 피험자의 2형 당뇨병 이병률은 4.6%로 갈색지방이 없는 사람(9.5%)의 절반도 안됐다. 비정상 콜레스테롤 검진 비율도, 갈색지방 보유자가 18.9%로 비 보유자(22.2%)보다 15%가량 낮았다. 이밖에 고혈압, 울혈성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등의 발병 위험도 갈색지방 보유자가 낮았다.

갈색지방이 이들 3개 심혈관계 질환과 연관돼 있다는 건 이전의 연구에서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다.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갈색지방이 완화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연구의 중요한 발견 가운데 하나다.

▲건강한 상태의 갈색지방 (자료=연합뉴스)

비만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심장 질환과 대사 질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선 비만한 갈색지방 보유자가 이런 질환에 걸릴 위험은 비만하지 않은 사람과 비슷하게 나왔다.

갈색지방이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가지 실마리는 찾았다. 예컨대 갈색지방이 칼로리를 태우려면 글루코스(포도당)를 써야 하고, 이 과정에서 당뇨병의 주요 위험 요인인 혈당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호르몬계와의 연관성이 높은 고혈압 등에 갈색지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연구팀은 사람마다 갈색지방의 양이 다른 이유를 밝히기 위해 유전자 변이 요인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는 갈색지방 활성화를 자극해 비만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약제 개발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코헨 교수는 "어떻게 하면 갈색지방을 늘릴 수 있는지 누구나 궁금해할 수 있다"라면서 "아직 그 답은 모르지만, 가까운 미래에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할 만한 흥미로운 주제"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보이스피싱 183건 잡은 KB국민은행 직원들..."세심한 관찰 덕분"

KB은행의 한 지점을 찾은 고객이 1억원짜리 수표를 소액권으로 다시 발행해달라고 요청하자, 은행 창구 직원은 고객에게 자금출처와 발행인 정보를 물

빙그레, 임직원 대상 '전자제품 자원순환' 캠페인 실시

빙그레가 전자제품 회수 및 재활용을 위한 자원순환 캠페인을 실시했다.빙그레는 14일 '국제 전자폐기물 없는 날'을 맞아 E-순환거버넌스와 함께 이번

'아시아 녹색금융 평가' 中은 1위인데...한국은 13개국 중 8위

아시아 1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녹색금융 평가에서 한국이 8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1위를 차지했다.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조국혁신당) 의

LG전자 인도법인 '인도증시' 상장..."인도 국민기업으로 도약" 다짐

LG전자 인도법인이 14일(현지시간)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LG전자는 이날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에서 조주완 CEO, 김창태 CFO, 전홍주 인도법

내년부터 기업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 16.4% 줄어든다

내년부터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이 현재보다 16.4% 줄어든다.14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

기후/환경

+

기후변화에 英 보험시장도 '지각변동'..."주택 수백만채 버려질 것"

기후변화로 홍수가 잦아지면서 미국에 이어 영국의 주택보험 시장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14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영국 보험업계 분석을 인용해

수렁에 빠진 美태양광...트럼프 행정부, 최대 프로젝트 '백지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최대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은밀하게 취소하면서 공화당·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미국 정계를 혼란에 빠뜨렸다.14일(현

유네스코 보호지역 98% 기후변화 직격탄…“보존보다 적응이 과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나 생물권보전지역 대부분이 폭염·산불·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

[날씨] 겨울 부르는 '가을비'...토요일까지 매일 내린다

15일 오후부터 다시 흐려지고 비가 내리겠다. 동해안과 전남 남서부, 제주 동부 등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비가 약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 비는 16일

등산화·등산복 미세플라스틱 '뿜뿜'...고스란히 자연에 유출

등산화와 등산복 등 아웃도어 제품들이 청정지대인 산악과 호수지역을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13일(현지시간) 미국 세크리드

도심 '싱크홀' 지하수유출이 원인인데...정부 관리체계 '구멍'

최근 국내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지반침하)의 원인이 지하수 유출이 지목되고 있음에도 이를 관리할 수 있는 통계항목조차 없는 것으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